8.4(화) 촘롱~히말라야
게바라 : 아침에 비가 많이 오고 뿌옇다. 일어나 보니 전대의 돈이 젖었다. 짐을 챙기며 침대 위에 돈을 펴놓고 말린다. 우리만 있어서 편하다. 아침은 갈릭 누들 숲과 구릉빵, 꿀이다. 잘 먹었다. 물을 채워 한 통은 커피를 넣었다. 여기에 꿀도 살짝 추가! 빨래는 거의 마르지 않는다. 짐을 챙겨 나선다. 촘롱다리까지 한참을 가야한다. 남편이 가게에서 땅콩쿠키와 콜라를 사서 마셨다. 비가 와서 비옷을 입고 내려
간다. 8시 15분에 나서서 다리까지 30분 이상을 걸어 내려간다. 로워 시누아까지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숨이 차서 쉬면서
천천히 가야 한다. 날씨는 해가 비치고 맑다. 로워 시누아의 끝에서 밀크 티와 허니 레몬 차를 시켜서 먹으며 바람을 맞으며
쉰다. 30분 정도 있었다. 이 집은 꿀을 채취 한다. 이제 1시간 반 정도 올라왔다. 9시 50분에 와서 30분 후 쉬다가
10시 25분에 출발한다. 1시간 가량 걸어 올라가 11시 반에 2년 전에 묵었던 숙소에 도착한다. 장사를 안한다. 앉아서 쿠키를 먹었다.
비행기에서 남겨 온 고소한 쿠키와 야채크래커가 맛있다. 11시 40분에 출발한다. 이제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 시작된다. 특히 거머리가 많다. 조심해서 느리게 계속
가야만 한다. 어두운 숲은 평지 길이 많아 힘들지는 않다. 신발에 거머리가 붙는지 촉각을 세우며 걷는다. 숲은 깊고 아름답다.
전반적으로 평탄하다. 꾸준히 올라간다. 거대하고 긴 폭포도 지나고 수직 절벽에 풀이 자라고 한 켠에 폭포가 흐르는 곳이 나온다.
천상의 풍경이다.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여기부터 계곡 까지는 줄창 내려 간다. 무릎이 아플 정도이다.
지금까지 거머리는 세 마리가 신을 타고 올라 오다 발견되어 남편이 죽였다. 가끔 스틱 끝으로 뭉게 버린다. 그런데 잘 안
죽는다. 그저 또르르 작게 말리는 것 같다. 하염 없이 내려와서 2시간 만에 뱀부에 왔다. 어제처럼 1시간 40분을 와서 달밧과 에그 베지 누들 숲을
시킨다. 고도가 높고 계곡 앞이라 금방 추워진다. 잠바를 꺼내어 입는다. 점심은 달밧에 죽순 요리가 같이 나온다. 근처에 있는
재료다. 심지어 베지 누들 숲에도 죽순이 많이 들어있다. 채소를 재배하는 집이라 풍부한 재료를 써서 음식 맛이 좋았다. 그러나
숙소는 별로다. 밥 먹고 2시 50분 쯤 출발했다. 달밧을 두번이나 먹어서 배가 부르다. 도반까지는 울창한 랄리구라스와 대나무,
폭포가 계속 이어지고 다른 종류의 꽃들이 핀다. 시누와를 지나서 목이버섯이 보였다. 딸까 하다가 그만 둔다. 뱀부를 지나면서
산딸기를 따 먹었다. 키가 아주 작고 시다. 도반 가는 길에는 곰취도 있었다. 맛을 보니 영락없이 똑같은데 남편은 찜찜하니 따지
말자고 한다. 고추장에 싸 먹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목이나 곰취 때문에 뭔가 몸에서 안좋은 증상이 나타나면 안되니까 음식은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도반에는 1시간 20분만에 왔다. 4시 10분이다. 올 때까지 줄곧 비가 내렸다. 진저 레몬 티 두잔을
시키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물통에 차를 넣고 20분 만에 출발한다. 모자 쓰고 비옷을 입고 4시 반에 출발한다. 다리가 무거워서 천천히 걷는다. 비가 오니 비옷과 모자 위로 서늘한
기운이 생겨서 덥지 않다. 중간중간에 따끈한 레몬티를 마셔가며 느리게 걸었다. 다행히도 거머리들은 잘 올라 오지 않았다. 얘들도
늦은 오후에는 쉬나? 기온이 떨어지니까. 어쨌든 랄리구라스 숲은 아름답다. 거머리가 많더라도 말이다. 오래된 이끼들과 높은
가지들, 대나무, 건너편 절벽에서 떨어지는 근사한 폭포수, 비오는 숲을 산책하듯 걸어간다. 숙소에 일찍 가서 뭐 하겠나. 거의
서서 쉬고 10분 정도 짐을 기대는 곳에 앉아 비오는 풍경을 감상했다. 사람은 거의 없다. 모퉁이를 돌아 불 켜진 히말라야 호텔과 그 옆으로 장엄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보고는 좋아서 환호성을 질렀다.
도반에서는 숙소 직원이 2시간 반 걸릴 거라고 했는데 불빛을 발견하고 12분 만에 도착하니 2시간 걸렸다. 6시 반이다. 방을
잡고 젖은 비옷과 모자 등을 다 널고 샤워를 한다. 물이 따뜻하고 참 좋다. 꼭 빨아야 할 것들 만 빨아 넌다. 비가 계속 오니
전혀 마르지 않을거다. 저녁은 피자와 볶음밥 시켰다. 피자는 젓갈 맛이 나지만 나쁘지 않다. 밥도 괜찮았다. 7시 반에 밥이
나와서 잘 먹었다. 촘롱에서 우리를 스쳐 갔던 일본 청년은 2시 반에 벌써 왔다고 한다. 같이 촘롱을 출발했는데 점심도 안 먹고
6시간만에 왔다고 한다. 대학을 휴학하고 1년간 세계일주 중이다. 내일은 7시에 밥 먹고 출발할거다. 데우랄리까지 갈지
MBC까지 갈지 모르겠다. 여기가 2900 넘는데 MBC가 3700이라 고소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방안에 꺼내놓은
커피나 과자 봉지가 빵빵해 졌다. 방 안에서 흰 시트 위에 약간의 핏방울이 있고 이불 위로 거머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아직 피를
빨지는 않은 모습인데 또 바닥에서 기어 오를까 좀 걱정이 된다. 몸을 잘 보존해야 해서 스타킹과 오리털 파카까지 다 껴 입고
잘거다. 뜨거운 보온병도 안고 있다. 8.5(수) 히말라야~MBC
아침 6시 반에 일어났다. 밤새 계곡 물소리가 요란했다. 절벽 쪽에 산이 멋있다. 남편은 잘 잤단다. 7시에
식사 하러 간다. 갈릭 숩과 베지 누들 숲이 별로다.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싶은 나오야라는 일본 애와 밥 먹으며 얘기를 했다.
얘는 점심은 굶고 아침 저녁을 달밧으로 먹는다. 93 년생이고 알바비 와 부모님께 갚기로 한 돈을 가지고 세계일주 중이다. 나오야는 여덟 시에 출발 하고 우리는 8시 반에 길을 떠난다. 방 앞에 지키고 있던 개가 따라온다. 새 윗도리를
입고 가다가 해가 나길래 젖은 옷을 꺼내 입었다. 오르면 몸이 더워 지니까 조금씩 말린다. 오늘은 샤워를 안 할 꺼라 땀 나지
않게 천천히 가야 한다. 3천m가 넘는 높은 고도가 실감 나지 않는 평범한 숲이다. 새로운 꽃들이 많이 보인다. 중간 중간에 조금씩 계속
쉬며 간다. 커피와 포도당도 먹고 햇볕이 나면 짐을 두고 앉아 있기도 한다. 햇볕이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젖은 짐은 이제
양말 뿐이라 레인커버와 같이 말리면서 간다. 1시간 반 좀 넘어 10시 10분에 힌코동굴에 왔다. 오는 중간 장엄한 폭포와 숲을 구경 한다. 힌코 동굴에서는
바로 데우랄리가 보인다. 10시 20분에 출발하여 걸어 가는 도중 계속 곰취를 따서 레인 커버 속에 넣었다. 상당량을 땄다.
고도가 높아지면 이게 없을거다. 동굴에서 쉬다 보니 춥다. 이 바위가 무너지면 대박 일꺼다. 협곡 사이에 풍경들이 멋지다.
바디종류 자주 쓴풀 심지어 오가피 비슷한 것이 보인다. 질경이 잎은 따다가 독해서 버렸다. 한시간만인 11시 20분, 데우랄리에 도착 했다. 그러나 위쪽 숙소에서만 밥을 판다고 하여 열심히 올라갔다.
10분 정도 올라가 식당에서 달밧과 버섯 수프를 시켰다. 곰취를 잔뜩 씻어 쌈으로 고추장 한 팩을 다 먹었다. 달밧은 정말
부실하다. 밥,반찬 더 달래서 천천히 먹었다. 개가 여기까지 따라와 식당안에 들어왔다. 남편은 목 정 가운데를
거머리가 물어서 계속 피가 나고 피가 옷에도 묻었다. 허니 레몬 진저 티 한잔을 먹었다. 음식은 아주 부실하다. 레인 코트까지
다 입고 올라갈거다. 나도 머리가 약간 띵하고 숨이 차다. 식당서 2시간 정도 쉬다가 1시 반에 출발 한다. 남편은 뜨거운 물 한 병을 배에 품고 간다. 비가 제법 내려서 잠바 위에 비옷까지 입고 출발 하는데 개는 계속 꾸준히 따라온다. 갖은 꽃들과 새로운 식물들을 보며 걸어간다. 모디 콜라 물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하게 흐른다. 물 옆으로 걸어갈 때도 있고 습지를 지나간다. 들판에는 꽃으로 가득하다. 자꾸 신물이 올라와서 속도 안좋고 머리가 띵 해서 다이아목스를 하나 먹었다. 처음에는 석회동굴 같은 것이 멀리서 보였다. 가운데는 뚫려 있고 특이한 지형이다. 물안개 속이라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만년설 덩어리가 밀려내려와 녹고 있는 거다. 슬라이드상태로 쭉 밀려오며 덮친 것 같다. 오르막길은 아주 조금씩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이 비닐스패츠를 채워 줘 신발과 다리를 보호해 따뜻하다.
결국 보온병까지 대신 차고 걸었으나 길가에서 토했다. 개는 앞서 가면서도 계속 우리를 기다려 줬는데 토할 때도 옆에 있다.
따라오지 않게 하려고 점심 때도 음식을 주지 않았다. 왜 먼 길을 따라 오는지. 그래도 든든하다. 어찌보면 가장 힘든 구간인데
뭔가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해줄 것 같기도 하고 일이 생기면 도와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개울을 건너 MBC
숙소가 언덕 위에 보이는 곳까지 오른다 얼마나 느리게 왔던지 3시간 걸려 4시반에 도착했다. 숙소에 나오야는 없고 한국분들 넷이 있다. 옷을 갈아입고 쉴 준비를 하려는데 또 속에서 올라온다. 입을 잘 막고
나가다가 화장실 가기 전 통로에 토하고 화장실에서 많이 토했다. 남편이 통로를 물로 치워줬다. 이불을 덮고 그냥 잔다. 잠이 확
오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띵 하다. 5시부터 11시까지 누워 있었다. 남편은 남은 피자를 개에게 주고 저녁으로 볶음밥과 모모를
시켰다고 한다. 모모는 남겨 왔다. 11시에 둘이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왔다. 초저녁에 옆방 아저씨가 다이아 목스 한판을 주셔서 한알 다시 먹었다.
먹은 걸 다 토했으니 약 먹은 효과도 없었을 거다. 다시 자려고 해도 정신이 멍하고 상태가 안좋다. 아저씨가 아침에도 안 좋으면
내려 가야 한다는데 남편이 모든 시중을 다 들어줘서 참 고마웠다. 남편도 두통으로 상태가 안좋다. 방안에 가득 옷들을
널어 놓았다. 밖에는 계속 비가 내린다. 고도에 적응한다는게 참 어려운 일인 듯 하다. ABC까지 곧바로 간 나오야가
대단하다. ♥ : 온대우림의 신비한 풍경, 멋진 힌코동굴, 비닐스패츠 (허접한데 비 안 맞고 따뜻해) ♨ : 데우랄리-MBC 구간의 지독한 고산증. 예산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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