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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목) MBC - ABC

  • 일정!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MBC, 3700m) - 안나푸르나 사우스 베이스캠프 (ABC, 4130m)

게바라 :  평 범한 꿈을 꾸다 5시에 일어났다. 남편과 화장실에 갔다. 몸이 완전히 좋아지고 호흡도 정상이다. 다이어 목스의 힘인가? 어젯밤 11시에도 엄청 뒤척였는데 밖에는 여전히 비다. 인기척을 느낀 옆방 아저씨가 홍삼을 타 오셨다. 더 먹으라고 여분을 주신 다. 참 고맙다. 비는 계속 내리고 주방은 사람이 없어서 일기를 쓰고 다시 잔다.

7시에 일어나 식당에 갔다. 양파 오믈렛과 갈릭 숩을 시키고 어제 남편이 남긴 모모를 같이 넣어 끓여 달라고 했다. 10분 정도 후에 음식이 나와 조금씩 먹었다. 모모 한개는 개에게 줬다.  이 개는  촘롱부터 다니는 개라고 한다. 음식 쓰레기가 있으면 줄까 했는데 없다고 하신다. 나중에 맨밥을 주셨다. 개는 폭풍흡입을 한다. 짐을 챙겨 비옷까지  단단히 입고 간다. 개는 먼저 내려 간 한국 사람들을 따라간 듯하다. 다행이다. 둘다 아침에 소화제를 먹고 다이아목스도 챙겨 먹었다.

8시 40분에 출발한다. 길은 생각보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사방 초지에는 아름다운 꽃들로 장관이다. 진한 핑크 노랑 흰 꽃 주황 정말 눈이 호사다. 융단을 깐 듯한 모습이다. 안개비가 내리니 풍경이 뽀샤시 해져서 멀리 걸어가는 남편의 모습이 꿈속 같다. 폭풍 몰아치는 계곡은 MBC로부터 멀어져서 졸졸 흐르는 개울들이 나타난다. 1시간 20분만에 ABC가 1시간 남았다고 알리는 바위에 도착한다. 물도 계속 마시고 포도당도 먹는다.  안개비 이긴 하지만 비바람처럼 몰아 쳐서 오기 때문에 몸이 꽤 젖는다. 따뜻한 물통은 처음에는 내가 가지고 있다가 몸이 더 안 좋은 남편을 주었다. 배에 넣고 걸으면 최고다. 머리엔 바람막이 모자, 비옷 모자와 챙 모자까지 3겹으로, 발에는 스패츠를 착용 하여 추워도 체온을 잃을 일이 없다. 그래도 꽤 쌀쌀하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완만한 오르막을 간다. 사방에 예쁜 산들이 있으련만 안개비뿐이다.

드디어 ABC를 알리는 표지판에 도착하여 기념 사진을 찍고 10분 정도 더 걸어가서 스노랜드 롯지에 도착했다. 11시 반이다. 방 앞에 비 옷을 널고 들어왔다. 더블 베드에 짐 놓을 공간이 두 곳이나 된다. 넓어서 수납하기 좋다. 잠시 누워 있다가 12시에 식당에 가서 뜨거운 물을 시켜 김치 라면을 먼저 먹었다. 맛있다. 호주 애가 우리와 비슷하게 도착했다. 너무 추워 하길래 온수통을 품고 있으라고 주었다.
달밧 하나 먹고 들어와 빨래줄에 젖은 옷들을 널고 짐을 다뺐다. 배낭도 아래가 많이 젖었다. 비는 줄창 내린다. 남편은 머리도 띵하고 나보다 상태가 안좋다. 한 시인데 자야겠다. 이불이 너무 푹신하고 좋다. 남편은 침낭 안에 들어갔다.

3시에 일어나 밖을 보니 아직도 비가 내린다. 안개는 약간 걷혔으나 돌아다니기에 불편한 정도다. 땅콩 쿠키를 먹으며 쉰다. 지도도 보고 남편은 만화를 본다. 비가 좀 그친 듯 하여 밖에 나갔다. 바로 위에 추모비가 있어서 오른다. 외국 사람들이다. 어린 나이에 죽은 것이 안타깝다. 건너편은 심한 벼랑이다. 슬라이드로 추모비 있는 길 주변도 차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예쁜 꽃들이 핑크색 벌판을 이룬다. 둘다 가장 예쁘다고 고른 흰 꽃을 찍었다. 물매화던가.

짧은 산책 후 식당을지나 앞으로 나와 보았으나 물이 흐르는 언덕만 잠깐 보인다. 식당에서 창가에 앉아 노닥거린다. 프랑스 애들 넷과 포터 셋이 있다. 음식하는 곳이라따뜻해서 최상의 공간이다. 얘기하다가 치즈 감자 위에 달걀 프라이 두개 얹은 것과 라이스 푸딩을 시켰다. 거의 1000에 가까운 가격이다. 프랑스 애들이 시킨 달 밧 때문에 음식은 한시간만에 나왔다. 아저씨에게 감자를 많이 달랬더니 3인분 분량을 주셨다. 얹은 달걀이 맛이 정말 좋다. 케찹을 왕창 뿌려 잘 먹었다. 그런데 너무 많아서 소금이나 설탕을 찍어 먹다가 결국 3분의 2를 남겨서 가져왔다. 더운 물 한 병을 시켜 방에 와서 차를 넣어 이불 속에 두었다. 기막히게도 이 방은 밤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단다. 어두워지면 자야 한다는 얘기다. 아니면 주방에 있던지. 남편은 패드로 만화를 보고 나는 핸드폰으로 소설이나 봐야겠다. 어두워져서 더 쓸 수가 없다. 7시가 되었다.

8.7(금) ABC에서 시간 보내기

  • 일정!
    안나푸르나 사우스 베이스캠프 (ABC,4130m)

게바라 :  밤새 뒤척이며 잡다한 꿈들을 꾸었다. 집을 샀는데 창틀이 엉망이거나 뭐 그런 것들. 5시에 쥔양반이 문을 노크하며 말해 주신다. "You see mountain." 재빠르게 나갔더니 비가 그쳐 안나푸르나와 주변부가 보인다. 엄청 운이 좋다. 어제 갔던 협곡 지역에가 보았다. 구름이 금방 몰려 오기 때문에 순간 사진을 찍어야 한다. 비가 안 올 때 빨리 움직인다. 아래 슬라이드 상태는 매우 심했다. 계곡이 안 보일 정도로 덮쳤다.

우리나라 산악인들의 추모비가 있는 곳으로 풀을 헤치며 걷는다. 발이 많이 젖었다. 타이즈를 바짝 걷어올리고 걸어도 신까지 폭삭 젖었다. 2011년 안나푸르나 남봉을 등반 하다가 죽은 박영석 신동민 김기석의 추모비이다. 아들 사진이 붙어 있어 안쓰러웠다. 아빠와 같이 찍힌 사진에는 꼬마였던 아이가 커서 찍은 명함 사진을 넣어 놓았다. 구름 걷히기를 기다리며 사진을 찍는다.

7시가 되어 내려온다. 진분홍 꽃이 가득한 들판에서 꽃 구경을 하고 숙소에 와서 나는 감자를 먹고 누워 있었다. 8시에 식당에 왔다.  외국애들은 모두 떠난다. 빠르게 안개가 몰려와 보이는 것이 없다. 아저씨가 더 일찍 깨웠어야 했는데 5시에 깨웠다고 하신다. 내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 봐야겠다. 순식간에 구름이 몰려 오니 순간을 보아야 한다.

달걀후라이와  신라면 시켜 먹고 차를 마신다. 이제 숙소엔 우리만 있다 어젯밤 여덟시에도 살짝 뒤통수에 두통이 와서 약을 먹고 잤다. 덕분에 아침에도 좋고 밤새 편안하게 잤다. 이 약의 효능이 놀랍다. 나는 AC(안나푸르나 서킷 라운딩)를 한번 가고 싶어 지도를 살피지만 남편은 이제 그만 하자고 한다. 겨울에는 필리핀에서 다이버 자격증을 따기로 했다. 2학기부터는 문화센터에서 새벽 수영 강습 받고 출근하기로 ABC 결의(!)를 했다.

사람이 없으니 화장실도 편하게 쓰고 식당에서 빈둥거린다. 밀크티는 밍밍하다. 간밤에 핸드폰으로 읽은 소설은 별 재미가 없었다. 안개가 모든 것을 감쌌다. 숙소에 왔다가 잠시 드는 햇살과 꽃을 보러 나갔다. 꽃을 만지작 거리니 아저씨가 냄새는 맡지 말라고 한다. 햇살이 드는 벌판은 아름답다. 그런데 몽골이나 시베리아 초원과 아주 비슷하다. 언덕 위에서 구름 사이로 보이는 산과 협곡의 무너진 곳을 보고 내려 왔다. 코코넛 쿠키를 사서 먹는다.

할 일 없이 누워서 책을 보다가 밖에 나가 보니 또 비가 온다. 한 떼의 러시아인들이 점심만 먹고 떠나고 3시에 나와서 에그 프라이드 라이스와 프렌치프라이를 주문 했다. 달걀이 맛있고 좋을거라 생각해서 넣어 달랬는데 아저씨가 빠뜨렸다. 대신 내가 드린 곰취를 볶음밥에 왕창 넣어 주었다. 덕분에 야채가 많은 향긋한 밥이 되었다. 프렌치 프라이는 먹다가 방으로 가져 왔다. 4시부터 남편도 자고 나는 만화를 보았다. 한번 보기 시작하니 8시까지 보게 된다 신부이야기라는 만화 와 막장 드라마 같은 우리나라 만화를 다 보았다. 8시에 다시 잠이 든다. 남편은 깼다가 다시 잔다.


♥  : 새벽, 살짝 보인 안나푸르나 산군.  무려 5000원의 가치, ABC에서 먹는 김치사발면.

♨ : 없음



예산내역

장 소 개 요 분 류 단 위 $ 누 계 일 비

2015/8/6 ABC 따또(150),달밧(530)-점심 식비 680 루피 7 372  
2015/8/6   감자달걀프라이(670)라이스푸딩(380) 식비 1050 루피 10 382  
2015/8/7   달걀프라이(280)신라면(460)-점심 식비 740 루피 7 389  
2015/8/7   따또2(300),쿠키(100) 식비 400 루피 4 393  
2015/8/7   볶음밥,프렌치프라이등등 식비 1130 루피 11 405  
2015/8/7   숙박 2일 숙박 600 루피 6 410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