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월) 포카라
게바라 : 아침 5시에 일어났다. 밤새 비가 엄청 퍼부었다. 선풍기 틀고 창문을 열어 놔서 시원 하게 잘 잤다. 빨래를 모두 옥상에 넣었다 망고를 먹으니 드디어 내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맛있다. 남편도 일찍 일어나 어제 싸온 닭도리탕과 밥을 먹었다. 아침으로 괜찮았다. 배낭과 등산화까지 옥상에 널었다. 오늘은 햇볕이 강하다. 멀리 마차푸차레와 산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남편은 좀 억울하다고 한다. 산에 있을 때 선명하게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가보다. 누워서 만화를 보다가 10시 50분에 나갔다. 햇살이 강해서 양산을 가지고 간다. 꼬치 만드는 집은 문을 안 열었다. 남편이 검색한 스테이크 하우스는 영업을 안 하는 상태다. 현지인에게 에베레스트 포카라 점을 물어서 찾아갔다. 바로 앞이다. 손님이 우리 밖에 없다. 생선 머스터드 소스 와 멕시칸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생선 맛은 부드럽고 훌륭했다. 감자튀김도 잘 하고 역시 맛있다. 절반 정도 먹고 먹고 남은 것은 통에 넣어 가지고 왔다. 마르파 사과 브랜디를 사고 초코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숙소 앞 가게에서 맥주 한병과 우유를 샀다. 우유가 담담하다. 겨우 35이다. 점포들을 구경하면서 숙소에 온다. 사람들이 호수 전망의 비싼 커피 가게 몰려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있느니 숙소에서 쉬는게 낫다. 12시 반에 와서 씻고 옥상에 올라 가 말린 옷과 배낭을 가져 왔다. 뽀송하게 잘 말랐다. 선풍기를 틀면
시원한데 전기가 나가니 곧 더워진다. 마르파 사과주는 의외로 맛이 없고 생각과 달랐던 브랜디이다. 어떻게 이런 맛을내는지...
묘한 뒷맛이 뭔지 모르겠다. 1월 11일 생일인 해안이에게 내일 생일인 줄 알고 축하 문자를 보내고 나니 아차! 지금은
8월이다. 잠시 착각을 했다. 남편도 같이 혼동하니 참 대단하다. 더워서 몇 번 물을 끼얹어도 소용이 없다. 정전이 참 무섭다. 복도 계단에 나가 앉아 보기도 하고 베란다에 서
있기도 한다. 5시가 되어 구름의 그늘이 생겨서 나간다. 아까 봐둔 중국면옥은 문을 닫았다. 호수가를 걸어간다. 약간의 바람이
구름 아래에서 분다. 해를 가려 주니 다행이다. 포탈라 식당을 지나 양화반점에 갔다. 스윗 앤 사워 포크와 차이니스 촙수이를
시켰다. 토마토 맛이 강한 탕수육이 아주 맛있다. 고기가 두툼하다. 촙수이는 절반이상 풍성한 야채를 덮어 탕수육을 다 먹은
후에도 식지 않고 뜨거웠다. 양이 많아 배부르게 먹었다. 망고를 사고 바로 들어왔다. 중국 음식을 먹으니 바로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가야 만 했다. 씻고 선풍기 밑에 있어도 덜 시원하다. 중국집은 사람이 많았다. 큰 팟의 차가 공짜다. 소나기가 곧 올
듯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해가 져도 선풍기가 돌아도 매우 덥다. 자꾸 씻게 된다. 만화를 보다 잔다. 8.11(화) 포카라
게바라 : 간 밤에도 싱숭 생숭한 꿈을 꾸었다. 할머니
팔순잔치도 하고 학생이 내 청바지를 망치고 별 이상한 꿈을 꾼다. 7시 반에 일어났다. 밤새 비가 많이 퍼 부어서 시원하다. 푹
잘 잤다. 구름 끼고 선선해서 오토바이 타기 좋은 날씨다. 망고를 먹고 지금까지 수첩에 적었던 일기를 패드에 입력한다. 아침
9시 20분 경에 준비를 끝내고 나온다. 날이 구름이 많아 선선하다. 사거리 중심부에서 9시 40분에 200cc 오토바이를
빌렸다. 기름을 3리터 넣고 우선 아침을 먹으러 간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니 너무나 시원하다. 10시 10분 경에 리버데일 팰리스 레스토랑에 왔다. 남편이 포카라로 돌아올 때 보아 둔 식당이다. 직원들은
아침 식사 중이었다. 특이하게 정원에는 칸칸이 야외 좌석을 마련해 두었다. 우리나라의 도시 근교 식당과 비슷하다. 결혼식 후
피로연 장소 나 회의 후에 식사 하는 곳으로 많이 쓰이는 곳이다. 강에는 사람이 많았다. 처음에는 천렵을 하는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물에 들어가 골재 채취 중이다. 음식은 머튼 탈리, 송어 튀김, 머튼 모모, 치킨 산데코를 주문했다. 인도 계열이라
버프가 없다.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다. 따또빠니를 마셨다. 정원에는 꽃이 많아 사진을 찍었다. 처음 나온 송어 튀김은 깔끔하고
크기가 크다. 향신료는 강하지 않게 썼다. 네팔화 된 인도요리다. 치킨 산데코는 처음에는 땅콩과 달라 좀 밋밋했으나 매콤한 고추
맛이 잘 어우러진 닭 냉채이다. 머튼 탈리는 달밧과 같다. 요구르트는 없다. 처음에는 달과 머튼 커리가 짜게 느껴졌으나 향신료
맛인 듯하다. 마일리 반카가르가 맛이 더 낫다. 머튼은 많이 들어있다. 머튼 모모는 모양, 맛, 내용물 모두 최고다.
육즙이 쭉 나오고 맛은 깔끔하며 피는 쫄깃하다. 만두계의 최고봉 맛이다. 남편은 이제 우리나라에도 이런 맛이 없다고 한다.
최고다! 남은 산데코와 만두 다섯개를 용기에 넣고 망고 셰이크로 입가심 했다. 괜찮은 맛집이다. 오후 11시 10분에 출발 한다. 시장에서 망고 2kg를 산다. 1kg에 겨우 100이다. 150에 샀는데 이렇게 싸다니... 사랑꼿으로 올라간다. 고도가 높아질 수록 시원하고 숲을 지날 때의 서늘한 기운이 좋다. 사랑꼿을 지나 마을 길로 들어가 보니 길이 좋지 않다. 집을 짓고 있는 곳이 많다. 사랑꼿에 올라가 본다. 여름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280 계단 정도 오른다. 구름이 많아 산은 잘 보이지 않는다. 페와 호수는 황토빛이다. 심상치 않은 물 색깔이다. 오염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글라이딩 하는 사람은 적다.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 시원한 편이다. 내려와서 밧 바테니에 가려고 마힌드라 뿔에 왔다. 축제와 비슷한 번다가 벌어져 길이 막힌다. 괜히 시계 가게에 가 보았지만 사지 않는다. 여러 길을 돌아 덜아 번다 무리를 피하려다가 시간이 좀 걸려서 밧 바테니에 왔다. 1층 식품부에서 과자, 음료를 사고 위층을 구경한다. 전대 두개를 사고 술 가게에서 와인 3병을 샀다. 1 병당 레이크사이드 보다 100씩 싸다. 무거운 짐을 가지고 숙소에 돌아온다. 눌려서 깨진 망고는 먹고 씻은 후 잠깐 쉰다. 나가서 내일 출발하는 reed의 에어컨 버스를 샀다. 직접 사면 겨우 700이다. 데이비스 폴에
간다. 여름이라 수량이 풍부하여 엄청난 황토색 물이 지하로 떨어진다. 물안개와 무지개가 대단히 아름답다. 물이 떨어지는 광경은
역동적이고 멋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정자에 앉아 통에 담아 둔 머튼 모모와 치킨 산데코를 먹었다.
오후에도 맛이 좋다. 데비스 폴은 여름이라 더 대단해 보였다. 반디푸르, 안나푸르나가 천상의 풍경이라면 이곳은 지옥으로 가는
통로 같다. 악마의 입에 쳐박히는 황토색 물줄기라니... 신기한 폭포이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많다. 카트만두에 가도 할일이
없으니 하루 더 있기로 하고 버스 터미널에 가서 표의 날짜를 하루 미뤘다. 숙소에서 표를 사게 되면 에어컨 버스가 1,000 씩
하니까 둘이 600을 절약했다. 술 3병을 사면서 300을 절약했고 망고에서 100을 아꼈으니 오토바이 값 1,000이 빠진
셈이다. 오토바이 반납 시간이 남아 am/pm에서 아메리카노 머그를 마신다. 양이 많고 맛이 향긋하다. 원두도 500g 샀다.
카페 앞에 로얄 엔필드라는 영국브랜드(인도산) 350cc 클래식 오토바이가 있다. 남편이 한번 타보고 싶어한다. 오토바이를 6시 전에 반납하고 이웃집에 세워진 엔필드 회색 오토바이를 보았다. 1일 1800이다. 남편이 한번 타보고 오더니 무거워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주인은 예약금으로 500을 미리 내고 가라고 한다. 아침 8시 오라고 했는데 일단 포기하고 숙소로 간다. 그러나 걸으면서 내일 일찍 가서 이걸 빌리기로 한다. 숙소에서 씻고 산촌 다람쥐에 갔다. 주인은 벌써 한잔 하셨다. 손님이 없으니 큰일이다. 네팔 정부는 성금 등으로 지원 받은 돈을 지금 길 포장 하는데 쓰고 있다고 한다. 삼바의 조부모도 구르카에서 돌아가셨다. 1인당 겨우 200 달러를 받았다니 사람 목숨을 어찌 생각 하는 것인지... 과묵한 삼바는 별 말이 없었다. 김치찌개와 김치 볶음밥을 먹었다. 밑반찬이 넉넉하고 우리 쌀 맛이라 먹기가 좋다. 종업원에게 돈을 주었다. 그런데 주인 아저씨가 돈을 안 받아 버린다. 한번 대접하려고 했었다니 이게 뭔 말인가.. 우리가 신세를 졌는데도 한사코 음식값을 받지 않는다. 요즘 장사도 안되고 힘든데 어쩌려는지 걱정이 된다. 당분간 힘들텐데 말이다. 고맙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쨌든 밖으로 나와 좀 돌아 다니려다 더워서 숙소에 왔다. 씻고 와인을 마신다. 맛이 곡주스럽고 무척 맛있다. 깔끔한 주스 같다. 세 병이 모두 독특하고 맛이 좋다. 일기들을 정리 해야겠다. 8.12(수) 포카라
게바라 : 새벽에 더워서 샤워를 하고 기다려도
선풍기가 안 돈다. 만화를 보고 있다가 전기가 들어와 패드를 끄고 잤다. 아침에 망고를 잔뜩 먹고 7시 40분에
나간다. 로얄 엔필드 오토바이를 빌려 8시에 기름을 넣고 베그나스호수로 간다. 햇볕이 강하다. 베그나스딸은
상상과 달리 물이 맑다. 천렵이나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다. 주변에 오염시킬 것이 별로 없다. 집이 적어서 한가한 호수의
풍경이다. 호수 바깥쪽에는 양식장이 있다. 호수 주변 산책 하다 더워서 호수를 나와 읍내 식당에 갔다. 치킨 모모와
생선 튀김이 모두 맛있다. 당당한 티벳 여주인이 인상적인 식당이었다. 호수 주변을 도는 순환로를 올라간다. 포장이 되어 있어서 호수를 동그랗게 돌면서 오른다. 계속 마을이 이어져
펼쳐진다. 마치 빨빠에 온 것 같다. 언덕 위에서 보는 호수는 조용하고 멋진 명경지수다. 달력 그림 같은 풍경이다.
호숫길 마을의 작은 가게에서 환타와 찌아를 주문했다. 베그나스와 루파호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레이크뷰 게스트하우슨데
호수 전망 이라기 엔 그렇고 주방 전망이랄까, 아줌마가 찌아 만드는 과정이 다 보인다. 정통 방법으로 만든다. 이웃이 와서 뭔
우유 같은 걸 페트병에 담아 간다. 유심히 보니까 우리에게도 두 잔을 준다. 고트 밀크라는데 염소 라시 정도라고 해야
할까? 맑고 시큼하다. 좋아라 하며 마셨다. 우리가 먹은 환타와 차값이 모두 80. 그러나 잔돈이 없어서 꾸끄리럼 작은 것을
추가로 샀다. 공짜로 음료도 먹었는데 고맙다. 루파호수는 왼쪽에 펼쳐져 있다. 더 작고 긴 모양의 호수다. 논 사이에 있어서 더 고요하고 시골
풍경이다. 머리를 식히고 잠시 쉬기에 좋은 장소들이다. 포카라로 돌아온다. 햇살이 몹시 강하다. Tibetan refugee camp에 들러 봤지만 구경하려던
공예상점은 없었다. 양화반점에서 버프 탕수육과 스촨식 포크 두부를 시켰다. 탕수버프는 다 먹었다. 스프처럼 담담한
맛이다. 스촨식 두부는 싸왔다. 숙소에 와 씻고 쉬다가 1시 반에 마헨드라 케이브로 간다. 발이 햇빛에 타서 양말을 신었다. 엄청 뜨거운
날씨다. 포카라 북쪽의 주민들이 사는 동네를 지난다. 슈퍼에서 콜라를 사고 열심히 달려 동굴에 갔다. 동굴은 평지에서 지하로 들어간다. 석회동굴이 지금도 만들어지는 중이다. 시원하고 물기가 많다. 동굴 끝에는
역시나 힌두신을 모셨다. 종유석 이 가네샤 코처럼 길게 늘어뜨려진 곳. 동굴을 나와 잠시 앉아 쉬다가 리버데일 식당을 찾아
간다. 식당은 세티 강 건너편에 있는데 강을 건너는 철교가 지도에는 없다. 동네를 굽이 굽이 돌아 내려가다가 비포장
도로에서 오토바이가 옆으로 쓰러졌다. 앞 브레이크를 잡다 보니 자갈에 미끄러 졌다고 한다. 다행히 다치거나 오토바이가 손상되지는
않았다. 도로 포장 준비중으로 큰 자갈과 바위들이 널려 있어 거의 걷다시피 하며 다리까지 내려왔다. 철교를 건너고 나니 또 비포장 도로다. 이번에는 비가 오기 시작한다. 가방에 레인 커버를 씌우고 간다. 비가 퍼부어 대니 결국 둘다 많이 젖었다. 물 고인 도랑도 건너고 터프하게 달리는 신기하고 모험적인 상황이 된다. 겨우겨우 메인도로를 만났는데 비가 쏟아져 비를 쫄딱 맞으며 리버데일 팰리스에 도착했다. 이제 마구
폭우가 쏟아져 앞이 안 보일 정도이다. 오토바이 타고 오면서 그 정도 맞은 것은 천만 다행이다. 머튼 모모, 땅콩 산데코, 치킨
칠리 본레스를 시켰다. 역시 모두 맛이 좋다. 남편은 산데코 만드는 법을 직원에게 물어 적어 놓았다. 3시 40분에
도착해 5시까지 허니레몬티와 망고 쉐이크를 먹으며 기다렸지만 완전히 그치지 않는다. 주인에게 어쩌냐 물으니 몬순이니 그냥 비를
맞고 가라 한다. 전대 카메라등 모두 가방에 넣고 커버를 단단히 씌운 후 몸 앞으로 소중하게 맸다. 출발할때 심했던 비는 시내
들어서서 좀 긋는 가 싶더니 이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따갑게 쏟아진다. 5시 40분 경 오토바이를 반납하러 왔을 때는 하수도에서 물이 역류하여 길가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오토바이집 아저씨는 늦게 와도 되는데 천천히 오지 뭘 그리 서둘렀냐고 하신다. 우산 쓰고 숙소로 오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물첨벙 몇 번 건너고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왔다. 집에 들어올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물난리가 나는 줄 알았다. 씻고 옷을 빨고 대충 물이 빠지도록 걸어주었다. 일기를 쓰고 남은 음식을 먹는다. 양화반점 스촨두부보다 리버데일의 치킨칠리가 더 맛있다. 남편은 와인을 마시고 있다. 빨리 정리하고 자야겠다. am/pm
♥ : 오토바이 투어, 데비스 폴의 장쾌한 흐름, 고요한 베그나스딸, 엔필드 어드벤쳐(^^), ♨ : 없음 예산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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