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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화,수) 빌니우스 , 리가로 이동

빌니우스 (라트비아)

차 안에서 아침 6시에 일어나 빵 먹고 다시 잔다. 출근 시간에 빌니우스 외곽은 차가 밀리고 복잡하다. 8시 반에 도착한다. 세상에.. 우리가 탄 유로라인은 로마에서 비엔나를 거쳐 왔다. 대장정 버스이다.

방향을 묻고 미코텔 호텔에 왔다. 다행히도 아침에 들어가게 해 준다.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곳이다. 3인실의 넓은 방이다. 옛스런 모습 그대로이고 오래된 작은 TV가 있다. 창의 턱이 넓어 웬만한 물건들을 놓을 수 있다. 밖의 풍경이 평화롭고 고즈넉하여 좋다. 씻고 프론트에서 가져 온 가이드 책자와 지도를 보고 갈 곳을 살핀다. 책자에는 음식점까지 나와 있다. 꽤 좋은 안내서이다.

10시에 나와서 올드 타운을 향한다. 폴란드 외곽의 오래된 도시에 온 느낌이다. 사회주의 시절의 낡은 모습 그대로이다. 정교회 성당에도 들어 가고 길에서 파는 장갑도 본다. 작가들을 기리는 작품들을 벽에 전시한 작은 길(Literatu)에 간다. 창의적이고 기발한 것들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도 있다.

앰버 박물관은 입장료가 없다. 호박이 송진 상태로 나무에 박히거나 흐른 것이 바다로 가고 그것을 채취해 가공하는 괴정을 보여준다. 발틱 앰버는 이곳의 중요 생산물이다. 호박 생산량의 대부분이 이 발트해 지역에서 생산된다. 보석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잘 설명되어 있다. 2천 만년 전에 송진 속에서 굳은 바퀴벌레, 모기, 파리, 밀리패드 , 거미, 스틱 벌레 등도 돋보기로 볼 수 있다. 상점에는 물건들이 화려하다. 값이 비싸다. 호박도 폴란드가 더 싸다. 진귀한 것들을 잘 보았다.

점심 먹으러 책자에 소개된 리투아니아 전통 식당에 간다. 'Forto Dvaras'라는 곳이다. 순대와 닭튀김, 맥주, 전통 음료인 라즈베리차를 시킨다. 순대는 완전히 검고 순한 맛이다. 음식이 모두 순수하고 깊은 맛이 있었다. 맥주도 뒷맛이 구수하다. 닭 튀김의 양이 많아서 남편은 질리도록 먹었단다. 벨 타워에 간다.4.5유로나 받아서 안 올라가고 바실리카 대성당 만 구경했다. 바깥 장식이 화려하다.

리투아니아 국립박물관은 대공의 집터에 만들었다. 너무 볼 것이 없어서 안쓰러울 정도이다. 그림도 무명화가의 것들, 도자기 기와 위주로 좀 있고 전시 공간이 휑하다. 국립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작은 언덕 위 탑에 가보려니까 걷는 곳은 막아 놓고 푸니쿨라를 타라고 해서 관둔다. 날이 풀렸다지만 영하 10도 이하인데 계속 걷기도 고되다. 고딕식 성당과 바로크식 성당이 같이 있는 교회에 들어갔다 나온다. 고딕 성당이 더 화려해 보인다. 문을 닫아서 이곳은 못 보았다.

우주피스에 간다. 하일지 소설에 나오는 예술가들의 공화국이다. 4월 1일 하루만 정식 공화국이 된다. 대통령과 장관들도 있다. 하일지가 한국 대사라나... 감돌아 가는 시내를 끼고 있다. 주변은 얼어 있고 가운데 흐르는 물에 오리들이 많다. 걸어서 천사상을 보고 우주피스 헌법을 붙여 넣은 벽면을 보고 돌아 온다. 오리들은 춥지도 않은지 빠른 물살을 타고 내려오고 얼음 위를 걷는다. 통통하다. 발이 안 시려울까... 우주피스는 약간 할렘스럽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허름한 지역이다. 소설적인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것은 적어 보였다. 우주피스가 강변 지역이라는 말인데 우리에게는 우주와 평화를 연상하게 하는 말이어서 신비롭고 더 기대가 되었나 보다. 꽤 평범한 곳이다.

마트에서 샐러드 2 종류, 과일, 빵, 맥주를 사고 온다. 과일  먹다가 차표 사러 다시 나간다. 럭스 익스프레스에서 리가, 탈린 가는 버스표를 다 샀다. 버스터미널의 Iki수퍼 구경을 더 하고 왔다. 근으로 파는 빵과 과자가 많다. 참치, 야채 샐러드가 다 맛있다. 빵도 괜찮다. 물가가 폴란드보다 약간 비싸다. 오늘 웬만한 걸 다 봐서 내일 바로 이동하기로 한다.

점심 17유로(카드), 박물관 3*3 = 6 수퍼 12+9 = 21, 럭스 익스프레스 버스비 (16+14)*2 = 60 * 총 104

2017.1.11(수) 빌니우스 - 리가(라트비아)

새벽 4시에 일어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에 대한 정보를 읽는다. 폴란드, 독일, 러시아에 편입되어 살아왔던 파란만장한 나라가 리투아니아이다. 독일 나찌 지배 때는 학살을, 소련이 지배하던 80~91년 대에 KGB의 감시와 저항에 대한 학살을 겪는다. 학살과 관련된 박물관만 2곳 이다. 자신들만의 역사는 세 나라 모두 90년 초 독립하여 20여년 정도이다. 유로화를 쓴지도 몇 년 안된다. 그나마 리투아니아의 역사가 중세부터이니 긴 편인데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다. 나머지 두 나라와 킬리닌그라드(발트해의 러시아령)까지 네 곳이 세계 1~4위 이다. 변화가 심한 역사 속에서 경제적 변동도 어려움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격 특성 상 남성들이 표현력이 부족하고 과묵하여 가장의 부담이 크다. 이 나라 국민의 속성 상 여성보다는 40~50대 남성 자살률이 특히 농촌에서 높다고 한다. 최근 러시아 금수 조치 후 유제품 수출이 줄어 경제적으로 타격이 커서  많이 힘들다고 한다.

폴란드와 이곳 음식들을 먹으면 당근채 절인 것이 나온다.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당근 김치' 또는 라트비아에서는 '꼬레야 당근'이라고 부른단다. 고려인이 이곳까지 와서 배추가 없어 흔한 당근을 채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 후 식초, 설탕 등을 넣어 만들었다. 약간의 다시다도 넣는다고. 꽤 개운한 맛인데 이 음식이 널리 퍼져서 보편적인 야채 곁들이 음식이 되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예전에 한국인들이 비자를 받을 때 한국인임을 파악하는 구두 시험 문제가 있었단다. 인순이의 직업이나 자갈치 시장이 있는 도시 등을 물었다고 한다. 고려인이 많이 살았는데 자국 국적을 부여할 때 에스토니아어 시험을 봐야 해서 많이 떠났다고 한다. 고려인 식당이 있다니까 가봐야겠다. 라트비아는 25%가, 에스토니아는 70% 이상이 무교이다. 에스토니아와 핀란드 사이의 페리는 핀란드인으로 붐비는데 특히 물건을 사러 온다. 술을 짝으로 실어나른다고. 덕분에 에스토니아 물가가 3국 중 가장 비싸다. 이 페리 노선이 인기가 높아서 남편은 미리 표를 사 두었다.

8시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간다. 햄, 오이, 치즈와 아주 아주 단 인스턴트 커피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쥬스도 있다. 흑빵 2종, 샌드위치빵 2종이다. 치즈 스프레드와 마말레이드를 발라 먹는다. 숙소에 와서 샤워를 한다. 어제는 난방기구를 틀지 않아 뜨거운 물이 안 나왔다. 어제 산 빗으로 오랜만에 머리를 빗어본다. 10시 반에 숙소에서 나와서 40분에 터미널에 왔다. 너무 빨리 왔다. 추우면 택배 보내는 사무실에 잠깐 들어간다. 그래도 오늘은 날이 밝고 해가 찬란하여 밖에서 기다릴 만 하다.

11시 13분에 버스가 떠난다. 사람은 거의 없다. 버스가 높다. 완전 관광용이다. 시내는 중세풍의 옛 건물들이 이어진다. 가끔 오래된 러시아식 목조주택도 있다. 교외로 나오면 고도가 없이 펼쳐지는 넓은 벌판만 있다. 집이 드물게 있다. 세 나라가 각각 인구 200만 내외이다. 다 합쳐도 서울 인구가 안된다. 작은 나라지만 벌판은 광활하다. 농경지나 초지일 것이다. 자작나무 숲이 드물게 나온다. 가끔 벌판에 사슴들이 보인다. 뭘 먹나 보다. 싸온 빵, 과일, 우유를 먹는다. 밖은 추울거다. 차 안은 햇살이 찬란하여 평화롭고 따뜻하다. 남편과 두 자리씩 차지하고 편하게 간다. 일기를 쓰고 일본 만화를 보았다. 죽은 시신을 치우고 청소하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아마 리투아니아가 자살률이 높다니까 이런 만화를 골라 보는가 보다. 어느새 라트비아로 넘어와서 간판이 좀 달라진다. 비슷한 평원과 벌판을 지나 도시가 나온다.

3시 넘어 도착하여 터미널에서 가까운 포룸호텔에 온다. 남편이 먹을만한 음식점을 직원에게 묻는다. 주변의 적당한 곳을 알려준다. 방은 작지만 시설이 더 고급스럽다. 별 세개 짜리 호텔이다. 아침 식사가 근사하다는 평이다. 도시의 첫 인상은 비엔나 같다. 건물들이 번듯하고 규모가 더 크다. 4시에 나와서 거리를 걷는다. 북유럽에 왔다는 느낌이 드는 가파른 지붕에는 기어 오르는 손잡이가 있다. 위에 올라가서 사람들이 눈을 치운다. 지붕에는 앙증맞은 창들이 달린 다락방이다. 심지어 3단 창이 있는 지붕 다락방도 있다. 리투아니아의 색이 황토색이나 벽돌색이라면 이곳은 산뜻하고 다양한 색감의 파스텔톤으로 바뀌었다. 건물들의 다양한 모양과 다락방 지붕들이 참 예쁘다. 도시의 인상이 밝다.

기온은 더 높은데도 강바람이 불어 쌀쌀하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루터교회에 들어가 본다. 91년 소련에 저항하여 발트 3국의 사람들이 600km 인간 띠잇기를 기념하는 비도 본다.  경찰도 고풍스런 건물에서 근무한다. 신기하다. 사람들의 평이 엄청 좋은 식당인 리도에 간다. 숙소 직원도 추천해 준 곳이다. 큰 샐러드 접시가 4.1이다. 오이로 가장자리를 두르고 안에 토마토와 올리브들로 촘촘하게 채운 후 각종 샐러드를 빼곡하게 채웠다. 뿌듯하다. 그리고 엄청 맛있다. 묵은지 볶은 것 같은 맛의 양배추(독일식 김치 사우어 크라우트를 폭 익힌 것)와 연어를 곁들인 것도 맛있었다. 딸기쥬스는 산뜻하고 좋다. 야채를 원없이 먹었다. 푸짐하고 맛있다.

나와서 처음 도착했던 버스 터미널 앞의 센트럴 마켓에 간다. 가게들이 거의 문을 닫고 있다. 치즈, 생선, 햄, 빵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러시아 식이다. 작은 병의 전통주 술들을 가게에서 사고 우즈벡인들의 빵가게에서 떨이 빵을 산다. 빵으로 유명한 시장 빵집에서도 작은 빵과 과일빵을 산다. 시장에는 역시 '고려 당근'이라 해야 할까 '한국 당근'이라고 해야 할까... 이 김치를 많이 판다. '까레이스키 당근'이 맞을거다. 강제로 이주된 동포들의 발자취를 서쪽 끝 발트해에서도 찾게 된다. 고려인의 힘이 러시아에서 이곳까지 미치니 동포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숙소 근처의 백화점 수퍼 Rimi에 간다. 없는 게 없이 다양하다. 김밥류 스시 코너, 생선, 햄, 치즈, 각종 케잌류 등 볼 것이 많다. 한참 구경하다 덩어리 햄 슬라이스, 맥주, 크바스(몰트 발효 음료인데 액체빵이라 할 만큼 맛이 진하고 좋다), 과일 등을 사고 온다. 햄은 고급스럽고 정통 햄이다. 맥주도 진하고 쌉싸래 하며 작은 전통주들도 맛이 좋다. 도시의 분위기도 밝아서 좋고 먹을 것이 많아서 리투아니아를 빨리 떠나오기를 잘했다. 두 나라가 이름도 비슷한데 참 다르다. 이제 한파도 한풀 꺾여서 내일부터는 돌아다니기도 좋을거다.

리도 샐러드바+연어구이 11, 우즈벡빵 2.1, 작은 술들(전통주) 3.1, 맛집 빵 3개 1, 수퍼 10 / 포름 호텔(37,000원) * 총 25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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