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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17(월,화) 킬로파로 이동, 사리셀카

2017. 1.16(월) 헬싱키 - 이발로 - 킬로파

아침 6시 10분에 일어나서 과일을 싸고 빵을 먹는다. 7시 20분에 나와서 숙소 앞 K마트에서 갓 나온 빵들을 산다. 어제 쌀죽 얹은 빵을 남편이 좋아해서 2개 산다.

8시 1분 I라인 전철을 탄다. 이곳은 유색인종들이 꽤 많다. 왜 이 먼 핀란드까지 왔을까... 30분 후 공항에 도착. 10시 15분 비행기라 시간이 많다. 화장실 앞에 사람들이 3명 정도 누울 길이의 넓고 큰 나무의자들이 있다.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니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이 의자 때문에 화장실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킬로파 도미토리 숙소에 4명의 한국인이 따로 들었을 때 4개의 방을 주었다고 한다. 모두 한 곳에 넣지 않아 의아해 했단다. 우리는 당연히 한 방에 몰아줄 것이다. 그런데 이곳은 서로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고 각자를 인정한다. 6개월 간 같이 생활하면 5개월 부터 말을 튼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무뚝뚝하단다. 그렇다면 핀란드식 교육을 빠르게 모방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요즘 피사에서 핀란드 순위가 계속 떨어져 10위권 밖이 되었고 교육만족도도 계속 떨어지고 있단다. 청소년 자살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상하이, 홍콩, 베트남이 더 앞지를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처럼 공동체를 강조하는 나라에서 개인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공부하는 방식이 적합할까 아니면 협력학습이 적절할까... 오히려 우리 식의 방법에서 변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피사 순위를 따지는 것 자체가 절대 바교처럼 여겨져서 기분 나쁘기는 하다. 순위 좋아하는 우리나라나 민감하고..

우리는 학교를 더 지을 것도, 학급 당 학생수를 줄일 것도 아니면서 핀란드식 교육 만 운운한다. 두 나라의 인구 수나 환경적인 요소가 너무 다르다. 게다가 우리는 충분히 검토를 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을 진행하는 획일적인 면이 있으니 문제이다. 의자 하나로 시작하여 생각이 많았다.

신기하게 이곳은 체크인이 자동이다. 절차를 잘 모르니 도우미가 있다.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표가 자동으로 나온다. 짐 추가 버튼을 누르면 스티커가 출력된다. 자기가 탭을 붙이고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서 보낸다. 면세점에는 마리메꼬, 이딸라 매장, 무민 코너가 있다. 시베리안 허스키, 순록 인형이 아기 가방이다. 귀엽다. 특이하게 두툼한 순록모피 한장을 15만원 정도에 판다. 저걸로 만든 옷이 최첨단 소재도 못 견딘다는 영하 60도 이하에도 버티는 유일한 소재다. 북극권에서 순록은 의식주의 기본이다. 기다리며 사 온 마늘빵을 먹는다. 빵을 맛있게 잘 만든다. 시내에서는 커피와 물을 준다. 나이 든 중년 스튜어디스들이 훨씬 푸근하고 좋다. 북으로 갈 수록 눈, 얼음, 나무들 뿐이다. 거의 평지다. 황량한 아름다움이 있다.

중간 기착지에서 내리는 사람이 많다. 30분 후 많은 사람들이 탔다. 비행기가 킬로파에 우리를 내려주고 나면 곧바로 헬싱키로 갈 사람들이다. 11시 반에 해가 뜬다. 날이 맑아 구름 한점없이 비춰서 흰 눈이 붉게 보인다.

이발로 공항에 내린다. 작아서 바로 바깥에 내려준다. 영하 13도라 날이 알싸하나 바람이 없어 상쾌하다. 모두 사진찍느라 바쁘다. 온통 하얀 눈의 나라이다. 짐을 찾고 나오자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길은 온통 하얗고 어디서든 산타가 썰매를 끌고 나타나도 낮설지 않을 듯하다. 1시 50분에 해가 질거라 아직 해가 남아있다. 대기가 깨끗하여 아름답다. 처음 보는 풍경들이다. 북구에 왔다는 느낌이 확 든다.

사리셀카의 호텔들에 손님을 차례로 내려주고 킬로파에 마지막으로 우리가 내린다. 생각보다 큰 곳이다. 작은 수퍼도 있다. 방은 바닥까지 온통 목재다. 맨발로 다닐 수 있어 편하다.

빵만 먹고 나간다. 하늘이 핑크색과 소라색으로 예쁘게 그라데이션 되었다. 처음보는 파스텔 톤이다. 코 안이 진득해질 정도의 추위다. 발이 약간 시렵다. 크로스 컨트리 배우고 돌아오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난다. 방법을 물으니 운영되는 요일별 프로그램을 보면 된다고 한다. 우리도 눈신 신고 산책하기와 크로스 컨트리를 하려고 한다. 사우나는 화, 수, 금에 하고 10유로이다.

우리 포트로 똠얌꿍맛 태국라면 2개를 끓여 먹는다. 맵고 맛있다. 물은 수도물을 얼마든지 마실 수 있으니 커피와 차를 마음껏 만든다. 하늘은 맑지만 오로라 지수는 0이다. 옐로나이프 쪽이 장관이다. 오늘은 별이나 보러 나가야겠다. 남편과 왜 핀란드에 유색인종이 유난히 많은지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복지와 교육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오는 걸까... 일기를 쓰고 나니 아직 겨우 7시이다.

기모 레깅스 두꺼운 것을 속에 입고 별을 보러 나간다. 어두운 곳을 찾아 숙소 옆으로 간다. 불빛 없는 곳을 찾아  더 어두운 언덕을 오른다. 별이 잘 보인다. 은하수도 확실히 보인다. 북두칠성은 아직 아래 쪽에 걸려있다. 내려오는 길에 오른편 아래쪽으로 뿌연 구름 비슷한 것이 생긴다. 남편이 사진으로 찍어보니 엷은 오로라다. 8시 경부터 조금씩 뿌옇게 피어 오르더니 왼쪽으로 계속 퍼져 나간다. 날이 체감온도 영하 22도 쯤 되니 엉덩이가 시렵다.

남편은 노출하며 사진을 찍느라 손이 추워 어쩔 줄 모른다. 오늘은 오로라 보는 걸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운이 너무 좋다. 하늘에 구름 한점 없다. 눈에 너울대는 것이 마구 보이는 게 아니다. 구름 같은데 좀 환하고 커져야 색이 좀 느껴진다. 사진으로 찍으면 멋있다. 어떻게 알게 되는지 사람들이 점점 몰려든다. 중간에 배터리 갈러 숙소에 들어와서 몸을 약간 녹이고 다시 나간다. 숙소에서 확인하니 이제 앱에도 옐로나이프에서 킬로파 쪽으로 오로라가 이동한 것이 보인다. 다른 쪽 숲으로 간다. 점점 진해지고 강해진다. 오늘 오로라는 북두칠성의 꼬리 쪽 아래에서 주로 보인다. 퍼지면서 띠처럼 되고 시시각각 모양이 변한다. 어찌보면 색이 있는 구름같기도 하지만 불빛이 희미하게 뒤에서 비추는 듯 뿌옇게 환하다. 정확히 '북쪽에서 보이는 빛'(Northern Light)이다.

처음에는 노출을 많이 주어야 보이다가 나중에는 짧아도 잘 찍힌다. 눈으로도 환하게 잘 보인다. 남편과 홀린 듯 빛이 적은 벌판을 향해 계속 걸어 들어가면서 본다. 추위도 잊을만큼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다. 첫날 모든 것을 봐서 웬 행운인가 싶다. 오늘 밤부터 흐려져서 앞으로는 맑은 날을 기대하기 어렵다. 10시 40분 경 달이 뜬다. 아직 빛이 밝지 않아 동쪽에 달이 있지만 북쪽에 오로라는 계속 보인다. 북두칠성이 위로 올라가면서 빛이 세로로 점점 넓게 퍼지고 희미해진다. 달이 떠 버려서 11시에 들어온다. 꽤 오래 밖에 있었으니 엉덩이도 얼고 몸이 춥다. 오로라의 발생부터 희미해질 때까지 다 보아서 다행이다. 운이 좋았다. 눈이 피로하다. 자야겠다.

전철비 5*2 = 10, 버스비 13*2 = 26, 빵 3.5 / 숙비 Fell 센터 1일 88,000 * 총 39.5

2017.1.17(화) 사리셀카

간밤에 편히 잘 잤다. 집에서 잔 듯 포근했다. 넓은 호화판의 남의 집에서 며칠 몰래 지내는 꿈을 꾼다. 남편이 우연히 뒷쪽 거대한 전면 유리로 된 공간 아래 한켠의 침대에서 몰래 아버지와 숨어 지내는 주인을 발견한다. 우리에게 집의 절반을 사라고 협박한다.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거미와 같다. 우리는 살 돈도 없고 며칠 지낸 게 죄라면  차라리 감옥에 갈거다. 그리고 당신이 이렇게 협박하는 게 더 큰 죄다. 할테면 해봐라. 이런 말을 하려고 했는데 못하고 깼다. 이 방이 집 같아서 이런 꿈을 꾸는지... 아직 몹시 어둡다.

8시 10분에 식사하러 간다. 투숙객이 많다. 일하는 분들이 모두 할머니들이다. 아침은 진수성찬이다. 크루아상을 비롯한 갖은 빵들, 달지 않게 딸기를 끓여 식힌 것, 이 겨울에 북극에서 수박이라니... 통째로 놓은 배들, 진한 요거트, 시리얼만 5가지이다. 특히 딸기 끓인 것 속에는 각종 시큼한 베리들이 들어있다. 북극에서만 자란다는 클라우드 베리도 들어있다. 맛은 매우 시다. 오트밀은 우리 죽처럼 달지 않게 끓였다. 먹고 나면 그릇도 자기가 정리한다. 아침이 11유로면 꽤 좋다. 우리는 식사비가 요금에 포함되어 있다. 아무래도 여기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인 것 같다. 식사와 숙소도 훌륭한데 다른 숙소 대비 가격이 싸다. 게다가 위치는 홀로 국립공원 옆의  최상의 장소다.

오늘 밤 눈신 신고 걷기와 내일 예정에 없게 갑자기 개설된 스키 강습을 신청했다. 8명 만 받는다. 남편은 스키를 타 본 적이 없다. 여기서 잘 배워서 내년 겨울에 캐나다 아줌마네에서 타야겠다. 명단 종이에 이름과 방 호수를 적으면 된다. 내일도 낮에 눈신 신고 걷기가 있는데 겹쳐서 스키 강습만 신청한다. 밖으로 나오니 약간 뿌옇게 밝아져서 세상이 온통 푸른 색이다. 남편이 전체가 눈이라서 파랗게 보이는 거라고 한다. 어제 오후에도 해의 기운이 남은 곳은 핑크, 그 아래는 소라색이었다. 평소 보지 못했던 색감들이 계속 보인다.

아침 10시 15분에 나간다. 잠깐 주변 구경하다가 어디 썰매가 있나 찾아보자고 뒤로 갔다. 핑크 썰매 2개가 꽂혀있다! 가져오려고 하니까 남편이 프론트에 물어보라고 한다. 그런데 버스가 왔다. 남편이 그냥 차를 타라고 한다. 프론트로 일단 달린다. 하필 아줌마가 전화를 받고 있다. 기다렸다가 핑크 썰매 빌려가도 되냐니까 잠시 못 알아들으신다. 썰매는 아래에서 빌리면 공짜라고 한다. 부리나케 뒤로 달려가서 2개를 들고 뛰었다. 스키버스에 오른다. 현금 10유로를 내야 하는데 가방을 바꿔서 가져오는 바람에 지갑을 두고 왔다! 다행히 젊은 우리나라 커플이 돈을 빌려주었다. 남자분은 높은 곳에서 타라고 하고 여자분은 아래에서 타란다. 일주일을 머물고 어제 떠난 한국인들은 날씨가 안좋아서 오로라를 전혀 못봤다고 한다. 우리는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몇가지 정보를 얻었다.

산을 오르니 하얀 눈과 나무들이 장관이다. 11시 25분에 정상에 온다. 레스토랑 화장실에 다녀오고 옷을 단단히 입는다. 다행히 영국분 몇명이 썰매를 타러 왔다. 그 분들을 따라 간다. 절반의 과정을 잘 제어하며 내려온다. 중간의 평지에서 멈춘다. 제법 재밌고 신난다. 그런데 남편이 아래를 보고 오더니 지금부터는 길이 너무 가파르다고 한다. 가서 보니 경사가 제법 있다. 영국분 한분이 오고 있어서 내려갈거냐니까 간다고 한다. 가는 모습을 한번 보겠다고 했다. 가장자리로 살살가면 빨리 내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세 분의 가이드 인 것 같다. 그 분 덕분에 먼저 가는 것을 보고 우리도 따라 내려간다. 손으로 제어하며 내려가는 모습대로 따라해 본다. 아주 좋았다. 재밌게 내려왔다.

썰매를 끌고 사리셀카 마을을 걷는다. 아주 작다. 수퍼는 잠깐 보고 빨리 점심을 먹으러 간다. 오늘 스키버스를 타고 올라가 3번 탈 예정이다. 언제 1,200m 썰매를 북극권에 와서 타보겠는가 말이다. 시간에 맞춰 나가야 한다. 순록피자를 시킨다. 블루치즈와 복숭아 통조림을 얹었다. 짭짤하지만 얇고 먹기 편하다. 제법 맛있다. 순록은 양고기랑 맛이 비슷하다.

1시 25분 차로 다시 정상에 간다. 이번에는 눈보라로 전체가 뿌옇고 내려가야 할 앞쪽이 완전히 하얗다. 남편은 신나서 재미나게 내려간다. 나는 눈보라가 얼굴 쪽으로 쳐서 모자가 자꾸 벗겨지려고 하는 바람에 손으로 모자를 잡고 발로 속도를 제어한다. 덕분에 발에서 튀는 눈들이 온통 얼굴, 안경, 모자와 목도리를 덮친다. 얼음이 되어 다 달라붙어 난리가 난다. 얼굴이 얼얼하다. 주섬주섬 대충 털고 안경을 닦고 다시 내려온다. 마찬가지 상황이 되어 이번에는 얼굴 전체에 맞아서 안경 앞이 눈 슬러시로 하얗게 덮여서 멈춰 선다. 춥고 난감하다. 얼굴은 얼음장같이 차다. 눈으로 벌창되어 난리가 났다. 남편은 여유롭게 동영상을 찍으며 내려왔다.

내려와서 얼굴의 물기를 닦고 크림을 바른다. 정신차리고 낮은 곳에서 2번 정도 걸어 올라가며 썰매를 탔다. 낮은 곳도 재밌다. 호텔 쪽으로 올라가다가 오는 스키버스를 다시 탄다. 버스는 멀리까지 돌아간다. 덕분에 따뜻한 버스 안에서 몸을 녹이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벌써 날이 어두워지니 남편은 다시 탈 수 있을지 걱정을 한다. 일단 가보자고 했다. 다행히 산타호텔 앞에서 아까 보았던 영국 분들, 일본 아줌마들, 우리나라 애들이 우르르 탄다. 정상은 눈보라가 더 심해졌다. 영국 분들은 포기하고 간다. 그러나 씩씩한 일본 아줌마들을 따라 내려간다. 두번째에 엉망으로 타서 이번엔 멋지게 가보자고 다짐한다. 손으로 잘 제어하며 다리를 들고 누워서 신나게 내려간다. 중간 아래 가파른 구간도 멋지게 내려왔다. 우리 모두 너무 재밌고 보람있는 하루를 보냈다. 스키버스는 한번 끊으면 하루종일 타고 스키장과 눈썰매장 이용은 무료니까 참 좋다. 목요일에 또 오자고 한다. 오늘은 영하 5도 정도이다. 체감 온도는 영하 14도라고 하지만 다닐 만하고 좋았다. 덕분에 여러 번 탈 수 있었다.

걸어서 수퍼에 간다. 양념닭, 각종 빵, 과일 네 종류, 맥주 등을 산다. 유일한 지역 수퍼라서 사람들이 많다. 물가는 헬싱키보다 약간 비싸다. 그래도 이 정도 인게 다행이다. 버스가 생각보다 일찍와서 탔더니 다시 돌아서 스키장 정상에 오른다. 오늘 네번째다. 밤에는 야간스키 타는 사람들이 리프트 타고 올라온다. 아침에 돈을 빌려줬던 커플이 수퍼 앞에서 탄다. 돈을 갚았다. 참 고마웠다. 모두 숙소로 돌아가는 중이다. 정상에도 보내주고, 추우면 쉬게도 해주고, 집으로 데려다 주기도 하는 고마운 스키버스다. 덕분에 잘 놀았다.

5시에 온다. 완전히 어둡다. 원래 자리에 썰매를 두고 숙소에 온다. 사과, 마늘 넣고 양념닭을 끓이니 닭도리탕이 되었다. 먹고 중국라면 볶음면을 해먹는다. 환기를 잘 시키고 차를 끓인다. 쉬다가 눈신 신고 산책하는 프로그램에 가야 한다. 30분 정도 잤다. 남편은 연말정산 프로그램을 돌여야 해서 바쁘다. 접속이 엄청나게 느리고 잘 안되기도 한다. 40여분 걸려 겨우 한 사람분을 마쳤는데 두번째는 접속조차 안된다.

8시에 렌탈숍에 간다. 우리가 처음이다. 맞는 사이즈로 조절하여 신도록 도와주신다. 폴대를 받고 나와서 걸어본다. 뒤꿈치쪽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간단한 설명과 준비 운동 후 출발한다.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8시 반에 출발하여 언덕을 지나 천천히 오른다. 나무들이 눈을 뒤집어 써서 하얗다. 마치 순록처럼 보이기도 한다. 빛은 없지만 하얀 눈 벌판이라 어둡지 않다. 눈신에도 익숙해져서 걷기 편하다. 산에 오르니 춥기는 켜녕 땀이 난다. 걷기에 좋은 밤이다. 하늘은 구름이 많고 어두워서 별 하나 없지만 다닐 만 하다. 네 명 정도만 랜턴을 달았다. 북극권의 핀란드 킬로파에서 눈신을 신고 어두운 밤에 산을 오르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꿈 속 같은 풍경들이다. 산의 도착 지점에 올라 멀리 희끄무레 보이는 빛을 본다. 달이 뜬거냐고 물으니 사리셀카란다. 음.. 그 정도의 작은 마을도 밝구나... 국립공원의 사계에 대해, 눈신과 스키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준다. 눈이 파우더처럼 되면 눈신이 낫고 전통적으로 산을 오르거나 사냥할 때 신는다. 오늘 코스는 정상까지의 1/3 정도라고 한다. 더 가고 싶을 정도로 좋다.

내려오는 길은 펼쳐진 넓은 전망을 본다. 멀리까지 끝없이 보인다. 흰구름들도 보이고 멋져서 내려가는 것이 아쉬웠다. 장비를 반납한다. 나는 돈을 가져 왔는데 모두들 반납하고 그냥 간다. 숙소 나갈 때 일괄 정산하는 건가 싶다. 들어오며 우리 건물 앞의 의자형 스키를 타본다. 한 대로 서로 태워 주다가 2대로 주변을 돌아다닌다. 밤늦게까지 잘 놀았다. 벌써 10시다. 맛있는 덩어리 햄을 잘라 먹는다. 가격이 아주 싸다. (400g 에 3.5유로)일기쓰고 자야겠다. 갑자기 남편이 앱에 오로라가 떴다고 나가자고 한다. 하늘이 맑다. 어두운 곳까지 가 보았으나 오로라는 없다. 맑다고 다 나오는 건 아닌가보다. 그래도 숲과 별들이 멋있었다. 오로라 앱이 순 엉터리이다. 별과 우리의 실루엣 사진만 찍고 왔다. 긴 하루다. 너무 많은 일을 해서 며칠 지낸 듯 하다.

스키버스 5*2 = 10, 순록피자 14(카드), 수퍼 40  * 총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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