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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정글 트레킹 Jungle Trekking at Cameron Highland
칼리는 정통적인 루트가 아닌 우리들만의 루트로 트레킹을 시도했는데 가는 길 마다 우거진 숲, 양탄자 같은 이끼로 덮인 길, 나무에 낀 이끼는 물을 잔뜩 머금은 젖은 타올 느낌의 상쾌함이 우릴 감싼다. 요즘 매일 아침마다 비가 온다고 하는데 왠일인지 오늘은 화창한 날씨여서 운이 좋다고 전한다. 수량이 풍부해 급속하게 자라는 나무들 때문에 있던 길이 없어지기도 하고 덩굴이 마구 우거지기도 하니 가이드 없이 트레킹 하기는 어렵다는 느낌이다. 뜨거운 날씨지만 정글 안은 시원해 가기에 좋다. 가는 도중 도중 만나는 식물의 쓰임새와 조심할 점에 대해 일러 준다. 곳곳에는 흰개미가 초토화시킨 나무들이 사그라져 다시 토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보기엔 자연의 이치이건만 카메론 주 정부에서는 흰개미를 퇴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살충 스프레이를 뿌린다고 전한다. 검은 개미는 나무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흰개미를 공격하기에 익충이라 하고 나무를 갉아 먹는 흰개미는 해충이라 하는데, 흰개미가 갉아 버려 토양이 되는 나무들이 없다면 이 곳의 토양이 이리도 기름질 수 있을 것인가 잠시 생각했다.
지금은 본격적인 우기가 아니라서 꽃은 구경하기 힘들다. 칼리는 정글 서바이벌 방법도 일러 주었는데 정글에서 길을 잃었을 때 살아남는 방법은 일단 물 소리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라는 것. 그리고 바나나 잎, 생강 잎, 고사리(푼 이라고 불렀다) 뜯어 먹고 버티면서 구조대를 기다리면 된다 한다. 어떤 나무는 껍질을 벗겨내니 튼튼한 회초리가 되었는데 죄질이 나쁜 죄수의 태형용으로 쓰인다. 강간, 유괴, 마약범들은 감옥에서 회초리로 때리는 태형을 실시하는데 태형의 대수가 정해지면 일단 등짝을 때렸다가 상처가 나면 치료하고 다시 아물면 때리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일견 야만적으로 보이겠지만 강간, 유괴, 마약범 같은 경우 인격적인 대우를 역이용하여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으니 이런 태형도 필요하지 싶다. 밀림은 무기 천지다. 그냥 길을 따라 가면 문제가 없지만 길을 벗어나서 조금만 살펴 보면 잘 못 지나칠 경우 살갖을 후벼 내는 갈고리풀부터 스치기만 해도 좍 베어져 버리는 무시무시한 잎사귀들로 가득차 있다. 게다가 나무 쁘리와 둥치에는 이끼가 도포되어 있어 발을 잘 못 디디면 쫙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우리 나라의 산지에 있는 다소곳한 풀들과는 달리 이곳 열대 숲은 말 그대로 정글(jungle)이다.
지나가며 우리가 하도 먹을 수 있는 풀을 찾으니 칼리가 걱정되는지 일일이 먹으면 안되는 풀을 꼭 이야기한다. 우리 한국인은 오랜 역사 속에서 먹을 수 있는 풀들을 많이 찾아내어 모조리 나물로 이용하는 민족이 아닌가. 오랜 역사 속에서 실수를 거듭하며 쌓여진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난 역사가 깊은 민족을 가려내는 방법으로 이런 단계를 종종 제시한다. 역사가 일천한 민족은 먹을 수 있는 동식물이 한정되어 있고 다른 것은 먹지 못하는 것으로 여기고, 오전의 일정을 대충 마치고 내려온 산을 곳은 보 차 공장과는 또다른 카메론 밸리 차 공장. 아래에 펼쳐지는 넓은 차 밭의 전망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에 티 하우스를 차려놓았다. 게다가 화장실 거울로 비치는 배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 거울 배경이 아닐까 하는 환상적인 배경. 사진으로 찍히지 않아 아쉽다. 차 값이 다소 비싸지만 이렇게 전망 좋은 티 하우스에서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돈을 아끼기만 하려는 배낭여행자의 주접이라 생각이 들어 호기롭게 차를 마신다.
40여분을 그렇게 쉬다, 차 농장을 가로지르며 이런저런 차 이야기로 정오 일정을 시작했다. 플렌테이션에서 일하는 네팔,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을 다수 만나며 걷는데 가이드 칼리는 모든 이와 친분이 있는 듯 반갑게 인사하며 지나간다. 이들은 고국에서 일자리가 없어 이곳 말레이까지 와서 무척 열악한 환경에서 살며 노동을 하고 있었다. 대량 생산의 그늘에 위치하는 이들은 카메론 하이랜드의 싼 찻값을 담보하는 일꾼들이다.
이들보다는 차라리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이 한결 나은 듯. 탱볕이 비치는 차 밭을 지나 채소와 꽃을 수경재배하는 농장을 견학했다. 주로 닭똥을 발효시켜 비료로 쓴다고 하며 역시나 똥냄새가 코를 찌른다. 곳에 따라 화학비료도 쓰는 듯. 화학비료 푸대가 간간이 보인다. 물은 스프링클러를 통해 공급하며 경작지 1에이카당 임대료는 년간 300Rm, 물값은 따라 1년에 20Rm이라고. 임대 계약은 1년마다 재경신 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재배하는 꽃은 주로 홍콩, 대만, 일본으로 가는 수출용이며 꽃의 상품성이 무척 높은 상태로 기른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길로 나오는데 타나라타 가는 차가 없어서 조금 기다리다 칼리가 아는 사람 차를 빌어 타고 타운으로 돌아왔다. (투어 가이드비 1인당 35Rm). 칼리는 하루를 아주 유익하게 보내는 데 도움을 준 친절하고 성실한 가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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