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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수)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 - 비엔나

빈대 사건

모든 게 완벽했다. 새벽2시반 이전까지는. 마눌님이 힘겹게 일어났고 하소연을 한다.

"여보, 이게 미숙씨가 말하던 그 빈대 아닐까. 자꾸 물어서 잠을 못 자겠어. 당신은 괜찮아?"

물론 나는 잠만 자면 세상저리로 가니 문제는 없지만 내 자리에도 자다가 긁었는지 시트에 피가 좀 묻어있다. 그리고 이불을 펼친 순간. 경악했다.

"와, 이불에 빈대가....십 수 마리.." 일부는 죽이고 일부는 프런트에 항의하러 가져가려고 생포했다.

프런트에 갔다.

"밤 동안, 베드벅(빈대) 때문에 잠을 한잠도 못 잤어요. 숙소를 옮기고 싶습니다. "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죄송합니다. 방을 옮겨 드릴까요?"

"아니오. 숙소를 옮기겠습니다. 어제 밤 이틀치를 지불했는데 환불해주세요. 그리고 이 주변에 아는 호텔이나 호스텔 있으면 알려주세요. 이 새벽에 어디로 갑니까"

"쏼라쏼라.. 디 온리씽 아이 캔 두 이즈 체인지 더 룸 오어 리펀드 세컨드나잇스 머니"

"아이 씨. 위어 오케이"

그가 25유로를 내민다. 아니? 오늘은 잔 것으로 친단 말인가? 빈대 때문에 못자고 나왔는데?

"디쥬 민 댓? 위 캔트 슬립 비코즈 더 베드벅. 데얼즈 매니 베드벅 인 아워 시트" 약간 심각하고 낮게 말했다. 그러니 그가 포기하고 50유로를 돌려준다. 내가 계속 말했다.

"유어호스텔 이즈 리컴멘디드 바이 매니 플레이스. 유 슈드 체크 유어 베드 포 벅."

우리가 화를 낼 차롄데 자다가 못자고 나온 사람에게 그날 숙비를 받겠다는 고약한 생각을 하다니.

갈 곳이 없어 일단 역까지 걸었다.새벽3시인데도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버스를 가득 채워 시내로 간다. 이런 일찍부터 무슨 일일까? 그리고 세상에... 역이 잠겨 있다. 알아보니 0시부터 4시까지 잠근댄다. 아마 노숙자들 때문인것 같다. 역이 열리고 나서도 청원경찰 둘이서 노숙자를 계속 대합실 밖으로 쫓아내는 장면을 봤으니. 냄새가 심하긴 했다.

역에서는 생각 외로 와이파이가 된다. 암호없는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브라우저를 실행해 광고화면을 보는 조건이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라 무척 반갑다. 역애서 비엔나의 호텔을 검색해 예약을 끝냈다. 역 주변의 마인닝게르 호텔. 일단은 안심이다.

게바라 : 새벽 2시 반에 일어났다. 남편은 2시쯤 잠들었나 보다. 남편이 자기 전에 먼저 잠들다 깨서 자꾸 뭐가 문다고 말을 했었다. 목부터 팔, 배까지 너무 가려워 잠이 깨었다. 불을 켜면 잠든지 얼마 안 된 남편을 깨울 것 같아 고민하다 켰다. 잠도 안 오고 책이나 볼까 생각했다. 베게 위를 보는 순간 조그맣고 까만 것이 고물거린다. 휴지를 찾기가 급해 손으로 살짝 잡으니 터져 버린다. 피가 나온다. 아! 이게 바로 미숙씨가 조심하라고 했던 빈대구나! 세상에... 비싼 숙소에서 이런 걸 보다니 기가 막히다. 이불을 살펴보니 이번엔 4mm는 되어 보이는 큰 놈이 있다. 휴지를 급히 꺼내 정신없이 잡는다. 남편을 깨워 보여주었다. 그런데 남편이 잔 곳은 더 심하다. 작은 것들이 여기 저기 널려 있고 잡을 때마다 피가 툭툭 터진다. 물리면서도 모르고 잤던 것이다. 잡은 휴지를 들고 내려가 도저히 못 자겠으니 환불해 달라고 했다. 짐을 가지고 오란다. 그런데 와보니 남편의 침대에는 더 많은 놈들이 있었다. 심지어 창가에도 몇 마리가 돌아다닌다.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빨아서 젖은 옷까지 비닐에 싸고 재빨리 짐을 챙겨 내려갔다. 그런데 이 총각이 처음 얘기와는 달리 하루치를 빼고 돈을 주는 거다. 우리가 나가서 이 밤중에 숙소를 새로 잡고 돈을 내야 하는데 그게 맞는 거냐고 했더니 그제야 돈을 준다. 다른 숙소를 잡아야 하는데 벌써 시간이 3시가 되었다. 기분도 나빠서 그냥 비엔나로 뜨기로 한다. 크라쿠프와 오슈비엔침은 포기다. 역은 4시에 문을 열었다. 2층에 인터넷 되는 곳에서 남편이 비엔나역 근처의 호텔을 예약했다.

비엔나까지 한시간 거리!

기차 가격은 1인 13유로, 왕복도 같은 가격이다. 가격 책정이 이상하다. 타자마자 둘 다 자버렸다. 사람들이 많이 탄다. 1시간 걸려 역에 도착. 방향과 위치를 잡는데 시간이 걸린다. 숙소를 찾느라 왔다 갔다 하며 좀 헤맸다. 8시에 '마이닝게르 호텔'에 왔다(47달러, 하루 더 잔다니까 40유로를 받았다). 30분 후 숙소를 정리해 주어 들어와서 12시 까지 잤다. 새벽부터 난리를 쳐서 제 정신이 아니다. 침대가 멀쩡한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나키 : 열차는 딱 교외전철선 같이 보인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잔뜩 타서 복잡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하지만 13유로라니. 한시간 거린데... 너무나도 빨리 비엔나에 도착했다.

역 밖으로 나오니 온통 공사판이라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모르겠다. 지도의 콜럼부스거리를 찾으려고 교차로를 몇 번씩이나 건넜다 돌아왔다 하며 실수를 반복하다가 세번째 시도에서 찾았다.  

"교차로가 잘 나와야 인간 지피에스가 길을 잡는데 교차로가 이름이 안보이면 나도 몰라. -_-"  

길 잡고 걸어가는데 자세히 보니 숙소 있는 위치가 번화한 보행자 전용 거리 옆인데다 메트로도 무척 가깝다. 숙소 입지 참으로 좋네. 숙소에 너무 일찍 들어가게 되어 방을 치울 동안 로비에서 인터넷하며 잠시 기다렸다. 첫눈에 보기에도 숙소가 깨끗하니 좋다. 침대에 쓰러져 모자란 잠을 채우다가 오후 1시에나 오늘 일정을 시작했다.

기술박물관까지 머나먼 삽질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이곳의 위치를 찾으니 메트로 1호선 Karlsplatz역 부근이라고 표시한다. 그곳에는 과연 과학기술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아무리 찾아도 기술박물관은 없다. 사람들에게 물어 봐도 모른다. 한 분 빼고는. 내가 보여주는 지도를 보시더니 여기는 아니란다. 오히려 3호선이나 4호선 타고 좀 나가야 한다는데 구체적인 역 이름은 모르셨다.

비엔나 관광 앱에서 위치를 찾으니 과연, 이곳이 아니다. 1,3호선을 갈아타 가며 가장 가깝게 보이는 역에서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멀다. 지친다. 길 찾는 내가 지칠 정도면 그냥 따라오는 마눌님은 얼마나 지칠까? 잠도 제대로 못잔 날에 고생만 와장창...4호선 쇤브룬 역에서 내리면 10분만 걸으면 되는데 3호선의 다른 역에 내려서 트램도 안오는 길로 걸은 게 또 30여분이다.  길 잘 못들고 다시 걷고 해서 기술박물관에 도착하기까지 두시간 걸렸다. 관람하기도 전에 진이 빠졌다.

게바라 : 점심밥을 먹고 1시에  나가서 2일권(1인 11.7유로)을 샀다. 기술박물관을 찾아 간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제공한 장소가 잘못되어 엉뚱한 곳에서 헤맸다. 다시 지도를 보고 찾아간 곳은 슈베글레역 부근.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박물관(1인 10유로)에 도착했다.

비엔나 기술박물관 (The Technisches Museum Wien)

아나키 : 박물관은 우리나라 국립과학관처럼 전시물과 조작물이 함께 있는데 전시물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엔진 섹션에서는 갖가지 엔진, 기관들과 더불어 대형 기관차를 몇 대 통째로 넣어 놓고 증기기관과 내열기관을 비교할 수 있도록 기관 내부를 전시하고 있다. 비행기, 자동차 등의 섹션에서도 초기비행기와 초기자동차를 빠짐없이 전시한다. 아이들 손 잡고 어른들이 많이 왔고, 아이들이 떠들며 왁자하게 체험하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게바라 : 동력기기, 차, 비행기, 로봇 등의 과학과 관련된 인간의 기술을 보여 주는 곳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많다. 2시간을 헤매다 도착한 곳이라 진이 빠졌다. 며칠을 강행군하며 돌아다닌 것이 한계에 달한 듯 힘이 든다. 살짝 감기도 온다. 신발이 새서 비닐을 두르고 양말을 신은 남편도 체력이 많이 달리고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직원에게 물으니 박물관 부근 가까운 곳에 전철역이 있었다.

중심가로 가서 링스트리트 주변을 한번 돌려고 했는데 밖으로 나가는 선을 타버렸다. 우연히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여기 사시는 한국 분, 가지고 계신 지도를 주며 다시 탈 곳을 알려 주셨다. 링 거리(링 스트라셰)의 슈테판 성당에 갔다.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원형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로 첨탑이 높고 멋지다. 레이스 조각처럼 섬세하고 정말 높다. 그 옛날 어떻게 저렇게 높이 올릴 수 있었을까.

모짜르트가 결혼한 곳이다 . 내일 더 보기로 하고 숙소로 와서 수퍼에서 장을 보았다. 수퍼 물가는 약간 비싼 편. 서민들이 다 살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놓겠지. 오렌지 비슷한 귤이 14개에 1500 정도이다. 남아공에서 온 초록 포도도 500g에 2,700원 정도 한다. 귤은 싸서 사람들이 많이 산다. 숙소에 와서 대충 빨래를 빨아 널고 쉰다. 사온 귤이 야생 것처럼 딱딱하고 맛도 신 편이다. 숲에서 직접 따온 느낌이다. TV는 글로벌 시대답게 채널도 비슷하고 어느 나라나 내용이 다 똑같다.   

1.24(목) 비엔나

어제 둘 다 일찍 잠들어 푹 잘 쉬었다. 아침 6시 반경에 일어났다. 어제 남은 국수와 빵, 오렌지를 먹었다. 9시까지 책보고 자다가 길을 나섰다. 오스만이 침략한 결과 생겨났다는 달 모양의 크루아상을 남편이 사 먹었다. 맹맹한 맛이다.

쇤브룬 궁전 (메트로 4호선 쇤브룬역)

아나키 : 합스부르그 왕가의 여름궁전이며 마리 앙트와네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궁이다.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베르사이유 궁전을 보고 본따 지었다고 하지만 베르사이유의 화려함 보다는 정교하고 우아하며 검소한 면이 드러나는 궁이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왕가의 실질적인 마지막 황제였고 황태자를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에 의해 잃었던 그 황제,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사용하던 모든 집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황제가 매일 집무를 보고, 신하와 외국 사신을 접견하고, 어린 모차르트가 마리아 테레지아 앞에서 연주한 뒤 여황제의 목을 껴안고 뽀뽀를 했다던 그 방. 대부분의 방들이 모두 8~9평 정도의 작은 방이라 놀라웠다. 생각보다 검소한 모습. 한때 거의 전 유럽을 통치하다시피 했던 합스부르그가의 왕궁이 이렇게나 아담하다니. 물론 방에 사용된 집기들이나 방 장식은 매우 정교하면서 하나하나가 그대로 예술작품일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전제 방 중 공개된 방은 40여개, 26개의 방을 돌아보는 임페리얼투어(10유로쯤), 전체 방을 돌아 보는 그랜드 투어(14유로 미만)가 있는데, 우린 임페리얼 투어를 선택했다. 26개의 방이라니. 멋지지만 지루할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  쇤브룬 궁전에선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무료로 제공된다! 그리고 그 내용이 무척 알차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소개를 들으며 방을 구경하다 보니 한시간 정도가 후딱 지나갔다. 오디오 가이드에 들어 있는 내용 또한 마치 현지 가이드가 말해 주듯 여행자의 수준에 맞게 구성되어 있었다.  어떤 오디오가이드의 경우 지나치게 학술적이라 듣기에 힘든데 여기 오디오 가이드는 남녀 두 명이 번갈아가며 방에 얽힌 이야기들을 해 주니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게바라 : 쉔부른궁은 베르사유를 부러워하며 지었다는데 그것처럼 크지는 않다. 겉모습도 단아하고 평범한 편이다. 20여 개 방을 보는데 10.3유로. 어제 기술박물관 가격이 10이었으니 싼 가격이다. 베르사유는 너무 비싸서 거울의 방 부근만 봤는데 여기는 40여개의 방을 보는 것도 12유로 약간 넘는다. 게다가 우리말로 된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서 정말 편리했다. 방에는 세라믹의 하얀 벽난로들이 있다. 궁이라면 프랑스나 스페인이나 화려하기 짝이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궁은 조선의 것처럼 넘침이 없는 왕의 가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이었다. 각 방이 크지 않고 소박하다. 물건들도 귀족들 것보다도 단아한 것이 특징이다. 심지어 왕의 어머니가 손수 만들었다는 레이스 커튼까지 평범하던 왕가의 모습이 느껴졌다. 프란츠 요셉은 16세의 사촌 엘리자베스(씨씨)와 결혼했다. 씨씨는 무척 미인이어서 61세에 암살당할 때가지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씨씨는 남편을 별로 사랑하지 않았던지 대부분의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고 식사 시간에도 몸매 관리를 위해 함께 먹지 않았다고 한다. 왕실의 생활과 정략결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큰딸은 연애결혼을 시켰다고 한다. 다른 자식들은 모두 정략결혼을 했다. 발목까지 오는 자신의 머리를 하루에 몇 시간씩 빗었다는데 비슷하게 재현한 마네킹의 머리카락이 좀 기괴하게 느껴졌다. 부부의 침실은 수리 중이었다. 덕분에 어떻게 수리하는지도 볼 수 있었다.

모짜르트가 6세에 연주하고 마리아 테레지아의 품에 안겨 뽀뽀를 했다는 방도 별로 크지 않았다. 소박하다. 무도장의 방은 40여 미터로 크다. 케네디와 흐루시초프가 60년에 이 방에서 핵감축과 베를린 문제를 논의하며 화해의 분위기를 형성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회담의 결과 서베를린에 장벽을 만들어 봉쇄하게 되고 동베를린 사람들이 넘어 오다가 장벽이 무너지게 된다. 62년 쿠바 위기도 두 사람이 만났던 전력이 있기에 3차 대전의 위기를 면하게 된 것이니 쉔부른궁에서의 회동의 의미가 크다. 쉔부른은 '아름다운 샘'이라는 뜻이다.

20여 개의 방을 보고 설명을 듣는데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절대 군주 마리아 테레지아를 생각할 때 엄청 화려하리라 상상했는데 게르만인들의 실용성과 검소한 면이 놀라웠다. 막내딸 마리 앙뜨와네뜨가 프랑스로 가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왕비가 되었을 때는 그녀가 성장한 오스트리아와는 다른 그 곳의 사치스러운 분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프랑스의 분위기가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여기에 오기 전에는 오스트리아에서도 왕비의 귀염둥이 막내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을 것이라 상상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좀 더 소박한 모습이었고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의 여왕은 유럽의 중심적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무척 재미있는 곳이었다.

훈데르바서 하우스 (트램 1번. 훈데르바서 하우스 정류장)

아나키 : 기묘한 구조의 창의적인 건축물. 현재는 주민들이 살고 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1층의 카페에서 집 구조를 설명해주는 비디오를 상영한다. 그리고 하우스 건너편 상점가는 훈데르바서 빌리지라 이름짓고 훈데르바서 하우스풍의 내부구조로 자그마한 상가들을 운영하고 있다.  내부 구조를 살펴보지 못한 점이 아쉽다.

게바라 : 전철과 트램을 타고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라는 훈데르트바서의 아파트를 보러 간다. 2개의 건축물은 유치원처럼 천진난만하고 자연친화적이다. 상점으로 변한 곳은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다. 건물 곳곳에 나무가 자라도록 공간을 두어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모습이다. 가을에 단풍 든 모습이 아름답다. 트램 타러 가면서 점심으로 빵을 사먹었다.

예술을 현실에 접목시킨 박물관(7.3)에 갔다. 시대별 양식과 적용시킨 가구, 생활 속의 물건들을 볼 수 있다. 남편은 감기가 낫지 않아 피곤해하고 나도 힘들어서 의자만 보면 앉았다. 온갖 형태의 의자들이 있어서 편히 쉴 수 있는 곳들이 많다. 허리를 받칠 수 있는 쿠션이 있는 의자에 앉아서 졸기도 했다.

슈테판 성당 (메트로 1,3번 슈테판플라쯔 역, 버스 A1번)

아나키 : 역에서 올라 서니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마치 레이스와 같은 장식이 가득한 거대한 첨탑. 카메라의 광각 렌즈에 담기지도 않는다. 너른 광장이 무색하리만큼 우뚝 솟은 첨탑과 대리석의 거대한 성당건축물. 건축물의 지붕 장식이 워낙 빽빽하여 무게를 이기지 못할 것 같아 지붕에 창을 거의 내지 못했다는 곳이다, 대리석 건물의 특징상 시간이 지나면 검게 퇴색되어 지금 한창 보수 중이었다. 성당 안에서는 미사가 집행 중이라 냉큼 자리를 잡고 앉아 분위기에 빠졌다. 엄청난 지붕 아래 흐르는 감미로운 낭송소리. 성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어찌 이렇게나 아름다울까.

게바라 : 슈테판 성당은 낮에 보니까 검게 변한 부분이 도드라져 보인다. 내부 구경도 하고 나왔다. 홉스부르그(겨울궁전)는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외관 만 보았다. 장중하고 넓으며 주변의 건물들도 아름답다. 합스부르그 왕가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궁전의 외관은 화려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전철로 숙소 부근에 내려 거대한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치즈의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를 수가 없다. 물건이 넘쳐나는 곳이다. 모든 것을 숙소에 두었다. 우리 숙소 주변을 걸으며 구경한다. 작은 재래시장 같은 곳도 있고 고기 관련 제품을 싸게 파는 곳에서 훈제 햄을 싸게 샀다. 작은 수퍼에서 어제 먹었던 푸른 포도가 다 팔려서 남아공 보라 포도와 포트와인을 샀다. 보라색이 더 달다. 걸어오다가 본 중국음식을 사 먹었다. 좀 짜고 양이 많아 쌀밥과 닭  카레 남은 것은 싸왔다.

5시 반에 숙소에 와서 씻고 쉰다. 내일 프라하의 호텔을 남편이 인터넷으로 지불해 두었다. 오늘은 가방에 락엔락 통과 패드를 함께 담아 가지고 다니다가 눌려서 패드 유리에 금이 갔다. 깨져서 더 이상 작동이 안 된다. 일정을 빨리 끝내고 쉬니까 좋다.

비엔나 2일권 덕분에 짧은 거리도 열심히 트램이나 버스를 타서 비교적 편하게 다녔다. 비엔나에 대해 조금 거만하고 도시가 크다는 선입견이 있었다면 지금은 실용적이고 짜임새가 있으며 물가가 비싸도 다 먹고 살 구석이 있는 곳이라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수퍼에서도 맛있고 저렴한 물건들을 찾을 수 있다.

* 비엔나 여행정보 http://www.wien.info

1.25(금) 비엔나 - 브라티슬라바(경유) - 프라하(체코)

비엔나에서 프라하로 가는 꼼수(!)

아나키 : 비엔나에서 프라하 가는 열차는 48유로. 그러나 한시간 거리인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27.2유로. 값 차이가 너무 난다. 비엔나에서 체코의 예쁜 민속도시인 체스키 크룸로프로 가는 열차도 있지만 체코의 도시인 브루노, 체스키벨레니스, 체스키부데요비스를 거쳐 가고 두 번 갈아 타야 하기 때문에 쉬운 선택은 아니다. 열차비도 38유로쯤 되고.

"우리, 브라티슬라바 가는 왕복표 있지 않아?"

"그 표 날짜가 쓸 수 있는 걸까?"

브라티슬라바에서 비엔나 올 때 역무원 언니가 왕복과 편도 값이 같으니 왕복으로 끊어 가라고 앵긴 왕복 티켓. 티켓을 자세히 보니 오픈 티켓이다. 2월1일까지 아무 때나 쓸 수 있다! 브라티슬라바에서 프라하 가는 12시 경 열차를 타기 위해 비엔나 중앙역에서 10시 21분 열차를 탔다. 숙소에서 비엔나 중앙역까지 메트로를 타고 갔으니 플랫폼에 쉽게 도착해야 하지만 중앙역 주변 이 너무나 미로처럼 복잡하여 한참을 헤맸다. 지하에서 열차도착 상황판을 보니 우리 열차가 없다. 바로 옆에 보이는 인포메이션에 물었더니 여기가 아니라 위로 올라 가랜다. 위에는 중앙역이 있고 지하는 메트로라서 그런지? 1층으로 올라가서 비엔나 왔을 때 우리가 도착했던 곳 까지 가니 출발 상황판에 브라티슬라바 행이 뜬다.

브라티슬라바 역에 11시 25분 도착하니 인산인해의 사람들이다. 왜 이렇게 사람들로 북적이는거지? 12시 13분 열차 표를 얼른 끊고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렸다. 열차 일부는 연착이고, 우리가 탈 베를린가는 열차는 5분 지각이라는데도 플랫폼이 안뜬다.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엉거주춤하니 화면만 보는 게 아마 베를린행 열차를 타러 온 사람들인가 보다.  열차표에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빨리 올라가서 자리를 잡아야 된다. 그것 때문에 저리 많은 사람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나? 12시10분이 넘어가는데 아직 전광판에 열차 플랫폼이 안뜨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진다. 겨울은 비수기라서 여행을 하는 도중에 사람들을 많이 볼 수가 없었는데 이 구간(브라티슬라바-프라하-베를린)에서는 그 생각이 완전 뒤집어진다.

좀 있다 전광판에 1번 플랫폼이라고 뜨니 사람들이 물밀듯이 움직인다.

비엔나에서 프라하로

게바라 : 아침 6시 반에 일어났다. 이 숙소에서 잘 쉬었다. 설탕 묻은 빵을 호두치즈, 우유와 함께 먹었다. 던킨도넛 스타일이지만 훨씬 담백하고 안에 잼이 있다. 잼도 별로 달지 않다. 1장짜리 흑빵은 무척 딱딱해서 반만 먹었다. 남편은 어제 남겨 온 카레밥을 먹었다.

짐을 챙겨 9시 15분에 나와 전철을 타고 역에 왔다. 들어가는 방향을 또 헤맨다. 그래도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30분 전에 열차를 탔다. 브라티슬라바에서 왕복표를 끊어 준 덕분에 프라하 가는 표를 더 싸게 살 수 있다. 비엔나에서 사면 1인 48짜리를 27에 살 수 있다.

10시 21분에 출발하여 1시간을 타고 가는 브라티슬라바.  남편이 화장실에 갔다가 비엔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 가는 열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이미 프라하에 예약된 숙소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예전 정보들은 이곳까지 가기가 힘들고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새 통과하는 열차가 생겼나보다. 동선을 줄일 수 있었는데 좀 아쉽다. 어젯밤에 검색 해보면 좋았을 것을. 아마 비엔나에서 프라하로 가는 열차가 이곳을 통과하나 보다. 안 자려고 했는데 풍경이 단조로워서 또 잔다. 12시 15분 프라하 표를 끊고 기다린다. 빈대 때문에 고생했던 블루스 호스텔의 카운터에 있던 언니를 만났다. 세상 참 좁다. 남편과 인사를 나눈다. 이 열차를 같이 타고 어디를 가나 보다. 서로 할 얘기가 별로 없는 좀 찜찜한 사이가 되어 인사만 한다. 열차가 연착되어 도착했다. 마주보는 자리에 앉았다. 이 열차는 콤파트먼트가 없다.

프라하를 거쳐 베를린까지 가는 열차다. 조용히 소리도 없이 빠르게 달린다. 목소리를 작게 내야할 정도로 조용하다. 눈 내린 평지가 펼쳐진다. 동유럽은 평원이 많다. 검표는 국경 지날 때 한번씩 두 번 한다. 4개 정도 역에 정차하고 프라하에 도착한다.

아나키 : 열차는 컴파트먼트 없는 일반 열차다. 사람들이 많지만 열차 객실은 한 사람이 두 자리 정도는 차지하고 갈 만큼 넉넉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4인이 마주 보는 좌석에 누군가 앉아 있으면 그냥 지나가고 2명 정도가 앉아 있으면 아예 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 앉아야 할 만큼 복잡해지기까지는.

4시간 정도 가는 동안 창 밖 풍경은 대체로 설경. 너른 벌판에 나무 한 그루 집 한 채 서 있는 동화같은 풍경도 자주 보인다. 윈도 배경화면으로 종종 나오는 설경에 나무 하나 집 하나. 바로 그런 장면이다.

12시 30분에 브라티슬라바를 출발한 열차는 5시 10분 경 프라하 역 (Hlavni nadrazi)에 도착했다. 플랫폼에서 지하도를 따라 역으로 나오니 오... 복잡복잡. 상가가 쫙 펼쳐지는데 어디가 어딘지 모를 지경이다. 표지판도 어지럽고 열차 표를 끊는 카운터도 꽤 크다. 미리 숙소로 가는 메트로 라인을 알아두지 않았더라면 제법 정신 없이 복잡해 했을 것 같다. 어리버리하면서 HALL로 나와 보니 메트로 타는 곳이 보인다. 티켓 발권기 앞에서 또 한참 구경하다가 30분짜리 티켓이면 될 것 같아 발권했다.

게바라 : 역이 엄청 크고 복잡하다. 다양한 상점들과 많은 사람들로 정신없다. 환전율이 별로 안 좋지만 역 은행에서 50유로를 바꾸고 전철표 30분짜리를 끊었다. 한번 갈아타고 내렸다. 패드가 망가져 남편이 핸드폰에 지도를 담았는데 방향까지 잡아주는 기능이 있다. 덕분에 공원을 지나 쉽게 호텔 토로스를 찾았다. 고풍스런 건물이다. 직원 오빠가 지도에 갈 곳을 표시하며 잘 설명해 준다. 숙소에 짐을 두고 먼저 수퍼에 다녀온다. '알버트'라는 수퍼가 근처에 있다. 과일과 맥주, 빵 등을 사고 집 앞의 중국집에서 일종의 잡탕밥과 닭탕수육밥을 먹었다. 제대로 된 밥 2인분이 총 8,000 정도다. 물가가 싼 편이다. 비엔나는 1인 6,000원 이상이었다. 잡탕밥이 좀 짭짤하지만 목이버섯, 죽순 등의 재료가 좋고 맛이 괜찮아서 잘 먹었다.

아나키 : 숙소인 Taurus hotel에 짐을 풀고 일단 시내를 둘러 보기 위해 호텔 매니저에게 물었다.

"캔 아이 고 투 시티 센터 바이 트램?"

메트로를 이용하면 쉽게 구시가지(스타라메스토)에 갈 수 있지만 방향감각도 없고 시내에 대한 느낌 잡기도 쉽잖다. 처음 도시에 대해 감 잡는 데는 트램이 최고.

"겟 트램 넘버 11, 투 I.P.Pavloba 앤 체인지 투 넘버 22, 스톱 앳 Malostranske namesti. 'namesti' 민즈 플라짜. 데얼 이즈 Prazsky Hrad (프라하 성)"

"유 캔 이질리 리멤버 말로스트란스케 나메스티"

종이에 일일이 트램 넘버와 역 이름을 써 가며 설명해 준다. 특히 프라하성 가는 앞 광장인 말로스트란케 광장 이름은 금방 외울거라 한다. 호텔에서 만든 지도와 매니저가 써 준 역 이름 챙겨 들고 저녁 시내탐방에 나섰다.

11번 트램을 타고 뮤제엄(국립박물관)을 지나 이파 파블로바에 내려 22번으로 갈아탔다. 22번은 구시가지를 가로지르고 다리를 건나 프라하 성 아래를 지나 언덕 너머 프라하 성의 뒷편까지 가는 노선인데, 시내 구경하기엔 딱 좋은 노선이다. 게다가 메트로역에 비치된 메트로/트램/버스 노선도는 어찌나 직관적이고 정확하던지. 처음 가는 시내 구경이지만 큰 어려움 없이 빙빙 돌다 들어왔다. 90분권을 끊어 후회없이 뱅뱅 돌다가 카를 다리도 건너 보고 80여분만에 숙소로 돌아왔다. 일단 프라하, 감만 잡았다.

게바라 : 숙소에 산 것을 두고 카운터 오빠에게 물어서 90분권을 끊어 트램을 탔다. 체코 사람들은 코가 좁고 뾰족하다. 오스트리아의 투박한 얼굴들과 다르다. 카프카처럼 좁고 긴 느낌이다. 아름다운 성채가 보이는 곳까지 갔다가 반대로 되돌아와서 구시가지에 내렸다. 차도와 인도에 깔린 돌이 옛스럽다. 아기자기한 중세 풍경이 펼쳐진다. 카를교는 사람만 다닐 수 있다. 날씨가 추워서 오래 걸을 수가 없다. 영하 10도다. 어둡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명한 곳이라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왕비의 고해성사를 끝까지 왕에게 누설하지 않아 죽었다는 신부의 상도 보인다. 다리를 건너 전철역을 찾아 숙소로 돌아왔다. 수퍼가 10시까지 한다. 일찍 문 닫는 나라가 좋은 나라인데. 물건을 더 사고 들어와 TV를 본다. 깨끗하고 좋은 숙소가 3만원 정도. 아침 식사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