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8월1일(월) |
늦잠 자고 일어나서 아침 식사로 율무차를 타 먹고 또 잤다. 다시 빵과 약간의 넛트를 챙겨 먹고 복도에서 바깥 구경. 팔을 걸치고 오래 보느라 겨드랑이 쪽이 아프다. 꽃들이 또 약간 달라지고 더 짙어졌다. 간밤에도 건조해서 코감기가 심해져 계속 차를 마셨다. 열차가 역에 멈출 때 사람들이 서로 헤어지거나 만나는 모습을 구경해도 재미있다. 한번은 열차에서 내린 한 남자를 두 남자가 마중 나와서 껴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중 한 남자와 서로 껴안고 5분 이상은 있는 거다. 볼에 입을 한번 맞추고 다시 다른 쪽으로 꼭 껴안고 오랫동안 있었다. 얼마나 반가우면 저럴까 싶다. 형제인지 친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의 사랑이 나에게도 전해져서 가슴이 찡했다. 우리 방 옆 칸과 그 옆 칸의 남자는 각기 혼자 와서 친하게 항상 이야기를 나누더니 오늘 황인종 혼혈 아저씨 한분이 울란우데에서 내렸다. 아마 브리야트인 혼혈이었던가 보다. 울란우데에는 몽골 계열의 사람들이 많이 산다. 중간의 역에서 크바스와 빵을 사왔다. 나름대로는 흰 빵이라 더 맛이 좋다. 12시에 점심을 줘서 잘 먹고 후식인 과자와 차도 챙겨 두었다. 울란우데를 지난 지 한참 후 바이칼 호수가 나타났다. 바다처럼 넓어 고개를 끝에서 끝으로 다 돌려도 다 눈에 안 들어온다. 마치 동해바다를 보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 해안은 물이 덜 깨끗해 뵈지만 비교적 맑다. 차를 가지고 와서 캠핑하는 사람들도 많다. 바이칼의 바람은 바다 바람처럼 시원하고 물 냄새가 난다. 먹는 것도 거의 떨어지고 정확히 오후 4시 47분에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했다. 57시간이 걸렸다. 지하 쪽 통로로 접어드니 키가 큰 러시아 청년이 컴퓨터 프린터로 뽑은 'PARK'이라고 쓰인 커다란 종이를 들고 있다. 이런 걸 들고 기다리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글씨가 너무 커서 황망했지만 반갑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안드레이. 순한 얼굴의 인상 좋은 사람이다. 돌아가는 표를 좀 끊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런데 창구에서는 출발 5일전에 끊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안드레이와 5루블 짜리(하바의 절반가격) 시내버스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원래의 숙소가 아니라 새로 생긴 두 번째 숙소다. 지도를 보고 혼자 찾아왔으면 혼동이 되었을 것이다. '이르쿠츠크 호스텔'은 몽골처럼 아파트의 1층을 빌려서 도미토리로 만든 곳이다. 새로 수리한 방에 바닥은 마루이고 새 원목 침대를 들여놓았다. 비싸지만 좋은 숙소다(1인 500R). 게다가 미국인만큼 완벽하게 영어를 잘하는 리다를 보고는 러시아인이 아니라 고용된 외국인인 줄 알았다. 여기에 부탁하면 수수료(1인 300R)을 받고 거주지 등록도 다 해결해 주고 앞으로 기차표도 끊어 준단다(수수료 1인 200R, 서비스로 해안이는 무료). 내일 여권을 맡겨야 하기 때문에 복사를 하러 나갔다. 리다가 준 시내지도를 들고 출발. 우선 ATM에서 돈을 2만 뽑았다. 환전보다 나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편리하다. 길 따라 내려와 우체국에 갔으나 복사가 안 되는 곳이다. 레닌거리의 대학에서도 못 찾았다. 이르쿠츠크는 하바로프스크보다 조용하고 훨씬 유럽 같은 느낌이 든다. 건물들도 아름답고 길이 더 좁으며 사람들의 느낌도 부드럽고 친절하다. 복사하러 헤매고 있으니 영어로 우리를 도와주려는 아저씨가 있었다. 영어가 잘되는 현지인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러나 리다가 알려 준 곳들은 모두 복사기가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마르크스 거리를 따라 걷다가 수퍼와 조그만 푸드 마켓을 구경했다. 고려인의 반찬가게도 있다. 중앙시장에서 친절한 청년에게 과일을 사고 걷다 보니 책에서 보던 꼬치구이 샤실릭(생각 보다 비쌈. 60R)이 있어 맥주와 사 먹었다. 8시가 넘어 가니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다. 우선 케밥을 하나 먹어 보았는데 나중에 앙가라 호텔에서 사먹은 케밥이 더 맛있었다.
숙소 근처의 앙가라 강변에 가 보았다. 가던 중간의 공원에는 2차 대전의 희생자를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이 보인다. 공원과 강가에서 사람들은 가족과 산책을 하거나 동남아의 세팍타크로 비슷하게 둥그렇게 둘러서서 오재미 비슷한 것들을 재주 있게 차고 논다. 또는 롤러 브레이드, 자전거 등을 타며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러시아가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풍경이다. 게다가 그림자는 길고 북구의 전형적인 쨍한 햇살이 서쪽 끝에 걸쳐있으며 옆으로 시퍼런 앙가라 강이 빠르게 지나간다. 맑고 투명한 대기에 모든 것이 청명하고 아름다워 꿈 속 같은 느낌의 풍경이다. 눈앞에는 무척이나 화려하고 예쁜 구세주 성당이 보인다. 특이하게 이콘 같은 그림이 밖에 그려져 있다. 이미 시간이 10시이다. 돌아와서 혼자 목욕한다고 하다가 해안이가 욕조가 아닌 바닥에서 샤워기를 틀어 밖으로 넘치는 사고를 내는 바람에 모두 닦느라 난리가 났다. 저녁에 남편과 앙가라 호텔 옆의 24시간 하는 가게에서 장을 보고 와서 저녁을 먹었다. 오랜 만에 자두, 사과, 포도 같은 과일을 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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