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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8/06 흡수골 투어 2일. 하라호름에서 차강노르까지  [Photo's Here]

 

어제 카메라 뚜껑을 잃어 버렸다고 해서 일찍 아침에 카라코롬에 간다. 간밤에는 배가 아파 고생을 좀 했다. 밖에 나가도 칠흑 같은 어둠 뿐. 화장실에 가려고 해도 랜턴을 못 찾겠다. 대충 희미한 길을 따라 장님처럼 간다. 정말 어두웠다. 그 장소에 카메라 뚜껑은 보이지도 않고 어제 놀던 개떼들만 다섯 마리나 우르르 따라 붙는다. 땅에 고인 물에서 굴러 물이 뭍은 몸으로 와서 비벼대고 다리를 건드려 꺾이게 만들고 슬쩍 핥기도 한다. 이 골치 아픈 놈들을 어찌해야 할지 난감하다. 덩치가 크고 거칠어 보인다. 몽골의 개들은 사나운 편이다. 특히 초원의 개들은 가축을 지키기 때문에 거칠고 차들과 경쟁하듯 짖으며 달린다. 웬만해서는 겁 없는 우리조차 걱정스런 놈들이다. 피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판단. 걸어갔다가 빠르게 게르에 돌아온 시간이 겨우 40분 정도. 엄청 서두르며 걸었다. 그런데 그 중 보스 놈이 개구멍으로 따라 들어와 친하게 군다.

아침은 빵에 오이, 토마토, 소시지를 끼워서 푸짐히 준다. 바타가 직접 만들어 주는 아침이란다. 그래도 아침밥을 약간 해서 먹고 나머지는 쌌다. 거의 9시가 되어 출발. 아까 좀 두려워했던 그 개가 끝까지 남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친한 척 비비고 아는 체 한다. 이렇게 붙임성이 좋은 개라니.. 오해를 해서 좀 미안해진다. 얘는 단지 우리가 좋았던 거다. 울란바타르 중서부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잘 닦여 있고 아직 닦고 있는 도로들이 많다. 산지로 접어드니 점점 시원해지다가 비가 내린다. 차에 빗물이 새어 들어 잠시 난감했다. 나무 크기가 굵어지면서 흐르는 물도 많아진다. 풍광이 살기 좋고 풍요로워 보인다.

물 흐르는 벌판과 깨끗한 숲들을 지나 체체를렉에 접어든다. 마을이 깔끔하고 크다. 나무로 만든 집에 건물들도 보이고 살기 좋은 곳처럼 느껴진다. 작고 오래 된 아르항가이 박물관은 돈을 내고 입장해야 하는 곳이다. 사진만 대충 찍고 뒤쪽 언덕에 오른다. 작고 예쁜 절이 있고 우리나라 식의 불상과 종이 있다. 날씨가 쨍하고 그늘과 해가 비치는 양쪽의 대비가 심하다. 햇볕만 없으면 아주 시원하다.

바타에게 시장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데려다 주었다. 기사 아저씨가 지갑을 조심하라고 한다. 공산품만 파는 야외시장에는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없었다. 옆쪽의 건물로 들어가야 음식을 판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헤매고 있다가 우연히 기사 아저씨를 만나게 되어 알려 주셨다. 야채, 과일, 마유주 등이 많다. 마유주는 시고 깔끔해서 500원 짜리 한 병을 샀다. 짜장 만들 거리와 소시지 볶을 재료를 사고 현지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홍콩인 부부 비비안과 빈센트는 오믈렛을 만들어 준다고 달걀과 야채를 샀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조불거리며 존다. 시골 가촌의 작은 식당에 들렀다. 한참을 기다려 직접 만든 면에 양고기와 야채를 함께 볶은 면을 먹었다. 무척 잘 만들어서 맛이 좋다.

다시 출발. 비가 내리더니 번개가 치고 바람도 분다. 미국의 그랜드 캐년 같은 멋진 협곡 지형이 나타난다. 사진 찍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 주말이라 현지인들이 이곳에 많이 놀러 오는 듯. 양과 염소들이 25m 아래의 아스라한 곳까지 내려가 물을 마신다. 멋진 풍경이다.

다시 출발하여 길 가에서 아이들이 파는 마유주를 사고 화산지형이 나타나는 산지에 왔다. 분화구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코스. 2500m 지역인 이 산 주변에는 에델바이스 등 고산지대의 식물들이 많이 보인다. 멀리 호수와 숲들이 보이고 분화구 안은 쓸려 내려간 돌들이 채워져 있다. 폭 300m, 70m 깊이의 이곳 분화구는 만 년 전에 분출했다고 한다. 바람이 몹시 심하고 현무암 돌 부스러기가 잘아서 쉽게 미끄러진다. 차를 타고 가다 빈센트가 쌍무지개를 발견했다. 아름답고 신기해서 모두 사진을 찍으며 환호. 두 무지개는 색이 반대로 배치된다. 작은 굴도 지났다. 들어가 보면 큰 방 정도의 크기가 나타난다.

화이트 레이크에 드디어 도착했다. 게르에서 저녁으로 밥, 고기, 야채볶음을 만들어 먹었다. 흰 호수를 뜻하는 ‘차강노르’는 꽤 넓고 멋지다. 잔잔하고 그림 같은 풍경이다. 물은 차다. 저녁 먹고 불을 피워주니 게르가 찜질방처럼 후끈하다. 난로에 라면 세 개와 오면서 살짝 깨진 달걀을 넣어 무척 맛있게 먹었다. 커피 마시고 보드카 파티. 오늘은 최샘의 오징어를 구웠다. 모두 모여 오징어에 관한 우스개 얘기부터 웃기는 얘기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뱀 얘기가 등장하면서 엽기적인 소재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남자에게 좋다는 각종 음식들 얘기까지 하면서 무척 많이 웃었다. 12시 까지 놀다가 일기를 쓴다. 내일은 여기에 머물면서 말을 탄다.

* 지출 : 슈퍼(13,000TG) - 야채, 사과, 맥주, 마유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