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출발하여 무릉에 가야 한다. 무릉에서 전에 만난 로다를 볼 수 있을지... 화이트 레이크를 끼고 계속 언덕과 초원을 달린다. 무척 아름답고 상당히 긴 호수이다. 우리는 한쪽 끝에 있었던 거다. 기사님이 차를 점검하시는 동안 잠깐 물가에서 쉰다. 초원에는 국화차가 가능할 것 같은 꽃들이 보여 따서 모았다. 바타는 흔한 것인데 차가 되겠냐고 한다. 가능할 것 같다고 했더니 웃으면서 자기가 차로 만들어 부자가 되겠다고 한다. 막상 나중에 끓여보니 좋은 차는 아니지만 향긋하기는 했다.
습지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물줄기를 차가 가로질러 넘기도 한다. 길이 거칠어 차는 오늘 몹시 덜컹거린다. 앉아 있기가 힘들다. 기름 냄새가 많이 나 머리도 아프고 살짝 고산증 증세가 나타난다. 그냥 뻗어 잘 수밖에 없다. 최샘도 귀가 예민하여 남들이 들리지 않는 차의 긁히는 소리들이 거슬려서 귀가 아프다고 자고 모두들 뻗었다. 아름다운 초지, 멋진 침엽수림도 나타나고 다양한 풍광들이 지나간다. 그림 같은 곳이다. 몽골에 이런 곳도 있구나... 한참 달려서 언덕 위 오보에서 잠시 쉰다. 바타, 남편과 함께 숲속으로 들어 가 무엇이 있나 살핀다. 고요하고 햇살 따듯한 숲의 풍광이 좋다. 바타는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산딸기를 찾는다. 아직 계절이 아닌지 없다. 그림 같은 풍경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내려 사진도 찍는다. 내가 마치 그림 속에 있는 것 같다.
가다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나무집들이 있는 마을의 식당에 갔다. 주변에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 마을이다. 북한 처자처럼 아름다운 아가씨와 언니 같은 이가 볶음밥을 만들어 준다. 맛이 좋다. 자기들이 직접 따온 작은 블루베리가 있다. 500g에 1,500TG이다. 가격이 너무 싸다. 세 봉지를 샀다. 새콤하고 싱싱하다. 동네 슈퍼에서 맥주를 사고 출발.
곧 무너져 내릴 듯 한 다리에 도착한다. 멀리서 봐도 정말 저기를 통과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출렁이는 무늬를 그리는 긴 다리인데 굵지 않은 나무들로 촘촘하게 만든 오래된 것이다. 군데군데 아래 흐르는 물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가 위험하다면서 다 내리게 하고 사람들은 걷게 한 후 차만 통과한다. 영화의 세트처럼 신기한 다리이다. 가까운 곳에 새로운 다리를 건설 중이다
몸이 점점 나빠져서 움직이기 힘들 정도가 된다. 뻗어 자다가 5시가 넘은 늦은 오후에 작은 가촌 식당에 들렀다. 기사님이 시장 하다 하신다. 맑고 투명한 햇살이 나른한 것이 꿈속 같다. 최샘은 아이들과 공차기를 한다. 튀김 보츠의 맛이 기가 막히다. 가죽 옷을 빼 입고 오토바이를 탄 잘생긴 몽골남녀도 들어와 먹고 간다. 졸면서 가다가 늦은 밤 무릉에 왔다. 예전보다 훨씬 번화하고 커졌다. 숙소에 와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바로 잔다. 씻기 힘들 정도로 몸이 안 좋다. 이 도시에서 ‘로다’라는 이름만으로 사람을 찾기는 불가능 한 듯. 주인 아주머니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는다.
* 지출 : 10,000TG(보츠, 블루베리, 맥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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