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홈 :: 2014 남인도 여행
2014년 남인도 여행 루트
침대버스 첫 경험 (사설버스 Naik travel)
공영버스 티켓 잡기작전 / 오랜 기다림. 의외의 결과
공영버스(KSRTC) 침대차 / ★ 빤짐-함피/빤짐-마르가오로 가는 버스 / ★ 마르가오 버스스탠드
5. 1/7 뱅갈로르 뮤지엄 & K.Venkatappa 아트 갤러리
8. 1/10 간식의 우띠
★ 우띠에서의 기차와 버스 시간들
★ 공영보트를 이용한 수로여행
★ 바르깔라 들어가기 / ★ 바르깔라~꼬발람 / ★ 먹는 곳과 자는 곳
14. 1/16~17 꼬발람
꼬발람에서 파도타기 / ★ 생선 요리? / ★ 인도 라면 3종세트 맛
깐야꾸마리 가는길 / 땅끝의 느낌
16. 1/19 깐야꾸마리~마두라이
★ 깐야꾸마리 ~ 마두라이
17. 1/20 라메스와람 Rameswaram 일일투어
21. 1/24 하이데라바드의 느낌
22. 1/25 에어컨버스
23. 1/26 다울라따밧 성에 갔다
버스 안에서 / 다울라따밧 성
24. 1/27~28 엘로라와 아잔타
엘로라 / 아잔타
25. 1/29~30 다시 본 뭄바이
26. 스마트폰 개통과 활용
레드버스와 비아닷컴 / 클리어트립과 인디안레일 / 구글지도 / 인도 전화 개통
27. 여행 도시 간 이동한 방법
어제는 타지마할 호텔 앞 구세군(Salvation Army)에 묵었다. 낡았지만 잘 관리된 숙소다. 침실이나 공동욕실이 꽤 깨끗하다. 카운터보시는 분도 느긋하다. 신식 숙소에 비해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편한 곳이다.
아침을 준다기에 기대하고 식당에 가니 겨우 빵 세 쪽. 계란을 주고 짜이를 계속 마실 수 있는 게 좋긴 하지만.
뭄바이에 도착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 가이드북의 내용은 알고 있지만 꼭 가 볼 만 한 곳인지, 간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 외 경험해 볼 건 뭔지 아직 감이 안 잡힌다. 아직은 여행모드가 아니다. 저녁에 잠깐 꼴라바거리를 다녀 봤는데, 여행자들로 북적이고 정신없다. 3G 스마트폰을 개통해 보려고 가판 업자에게 가 봤는데, 인도방랑기에서 봤던 정보와는 달리 1000루피 이상을 불러 포기했다.
다음 날, 일단은 걸어 본다. 론리에 나온 도보여행 코스를 따라 인디아게이트에서부터 성 토마스 성당이 있는 호니먼서클까지. 패드에 저장해 둔 인도 지도가 있어 위치는 잘 찾으며 걷는다. 걸으며 사진도 찍고 감도 잡고. 호니먼서클 주변 가판에서 3G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350루피다. 1G인터넷에 통화충전금액 80루피짜리다. 내친 김에 좀 더 걸어 마하트마 간디로드를 따라 걸으며 오늘 저녁 밤차가 정차하는 패션스트리트에서 차 확인도 하고, 좀 더 걸어 해변도로인 마린드라이브까지 갔다. 아주 덥다. 런치홈이란 프랜차이즈점에서 생 탈리랑 생선 커리를 시켜 먹으며 조금 한 숨 돌렸다. 역시, 먹어야 여행지의 느낌이 난다.
버스를 탈 줄 모르니 무작정 걷는다. 아무래도 걸으면 지리적인 느낌이 더욱 잘 온다. 예전에 빅토리아 역이었다는 멋진 CST역을 지나 호니먼서클을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잠깐 동안 뭄바이 헤매기 여행. 괜찮다. 여행자모드로 변신하고 있는 중.
5시에 야간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뭄바이는 상상 외로 번화하지 않다. 인도 최대 도시라는 말을 들었고, 글로벌화 된 도시의 모습일 거라 상상했지만 이곳은 여전히 ‘인도’다. 버스가 시 외곽으로 나가다 보니 새로 생긴 건물들이 속속 보이고 대형 빌딩들도 간간이 보인다. 7시25분. 버스가 시외곽선 마지막역인 판벨에 섰다. 번화한 건 여전하지만 조금 더 안정된 느낌이 든다. 뭄바이 외곽지역인 나비뭄바이에는 대형건물들이 꽤 들어서있다.
1.1. 침대버스 첫 경험 (사설버스 Naik travel)
처음 타보는 침대버스다. 뭄바이 시내에서 출발할 때 기분이 묘했다. 훤한 대낮에 2층 침대버스에 퍼질러 앉아 느긋하게 시내를 구경하다니. 이런 호사가 있을까. 창문을 열어 놓았으니 열대의 기후가 무색하게 시원하기까지 하다니.
날이 어둑해지니 침대칸에 작은 등에 전원이 들어온다. 2인용 침대칸의 크기는 가로 1.2 세로 1.8 높이 0.9정도의 작은 캡슐텔. 스마트폰으로 글자를 못 칠 만큼 흔들리긴 하지만 제법 아늑하다. 창밖으로는 이국적인 풍경이 슥슥 지나가고.
잠을 청하려 누웠다. 편안하다. 버스에서 다리를 쭉 뻗고 눕는다는 건 상상외라서 더 시원했을 거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났다. 7시 반쯤 뭄바이외곽의 마지막정류소인 판벨에서 마지막 승객을 태운 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누운 몸이 버스의 흐름에 따라, 힘을 안주면 데굴데굴 구를 태세다. 벨트 같은 게 없으니 어쩔 수는 없다.
"이거 아마 우리나라에는 도입을 못할 거야. 사고 나면 몰살이잖아"
"우리, 머리를 반대로 두고 눕는 게 좋겠다. 충돌사고 나면 즉사하겠는데."
원래 버스 진행방향에 발을 두게끔 침대가 배열되어 있다. 그런데 열린 창으로 머리 쪽 바람이 너무 세게 들어와 진행방향에 머리를 두고 누웠다가 번득 든 생각.
새벽이 되자 온도가 낮아졌다. 창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조차 너무 차다. 아까 오후엔 더워서 냉장고티에 냉장고바지만 입고 덮을 것 없이 누웠는데 열대라지만 새벽바람은 선뜻선뜻하여 바람막이 하나 덮은 걸로는 부족하다.
거기다 차 흔들림이 심해 창문이 쪼끔씩 계속 열리니, 좀 자다가 창문 닫고 좀 자다가 바람막이 다시 덮고 새벽 내내 잠을 설쳤다.
동이 거의 다 터서야 핫바지 하나 꺼내 바람막이랑 입고 나니 좀 나았다. 침대차, 편하긴 하지만 편하기만 한 건 아닌걸?
[차례]
일의 시작은, 생각해보면 3G 모바일네트워크가 연결이 되지 않은 사건부터다.
고아 주에 들어서면서 3G인터넷이 안 된다. 로밍문제인가? 했고 폰설정의 모바일 네트워크 부분을 이잡듯 뒤져도 해결나지 않는다. 인터넷이 안 되니 버스나 열차를 확인하는 것도 안 된다. 일단 인터넷 문제 해결을 뒤로 미뤘다. 뭐, 인터넷 없이도 예전에 잘 다녔잖나.
100CC바이크 빌려 하루 종일 북부해안과 올드고아를 둘러보고 난 오후.
빤짐으로 돌아오며 외곽에 있던 사설버스터미널에 들러 함피까지 가는 버스 편을 물어 봤다. 이 노선은 일전에 검색하기로 파울로트래블 한 회사가 운영한다.
"넌 에어컨 이즈 풀, AC 이즈 투 싸우전 파이브 헌드렛."
헉. 이렇게 비쌀 리가.
"하우머치 넌 에이씨?" "원 싸우전 에잇 헌드렛."
설마. 이건 두 명 가격이래도 비싸다. 뭄바이에서 고아까지 13시간 거리를 550에 왔는데 고작 10시간 거리인 함피까지 1800? 같은 급의 슬리퍼 버스인데도?
파울로트래블 버스주차장에서도 물어 보고 파울로트래블 사무실에서 물어 봐도 이구동성 같은 값이다. 두 명이라면 무려 5000이 아닌가.
일단 에어텔 유심 인터넷 문제를 해결하고 보자 싶어 바이크 반납하고 숙소 아이에게 물었다.
"두 유 노 웨얼 이즈 에어텔오피스?"
"어퍼짓 오브 휘달고 호텔. 두유 노 휘달고 호텔?" "노"
"스트레이트 오버 데어(손으로 가리키며), 데얼스 빅 처치. 애스크 애니원 어바웃 휘달고 호텔."
"오케이. 아이 씨"
휘달고 호텔까지는 걸어서 10분 걸렸다. 호텔 앞에서 에어텔사무소 위치를 물어봤는데 다들 잘 몰랐지만 택시 타라고 말 건네 오는 분께 물었더니 바로 답이 나왔다. 역시 택시기사님들은 지리를 확실히 아는구나.
에어텔 오피스에서 물었다.
"예스터데이 액티베이티드 유심 인 뭄바이. 벗 인 고아, 데얼즈 어 프로블렘 인 3G 인터넷."
노트북을 만지던 직원이 내 폰의 설정페이지를 이리저리 만져도 안 되더니 결국엔 네트워크 포인트를 바꾸니 3G가 된다! 직원이 내게 전화를 걸어 개통되는지 확인했다.
잠깐 redbus.in 사이트에서 빤짐-함피간 버스를 검색해 보니 과연 파울로트래블 버스 AC버스 두 편만 있고 2500씩이다. 사람들 말이 틀린 게 아니구나.
내친 김에 직원에게 함피 가는 차편을 문의했다.
"파울로트래블 버스 고우즈 투 함피." "아, 잇 소 익스펜시브.“
"트레인 이즈 모어 치퍼. 벗 트레인 이즈 인 마르가오."
마르가오는 고아 주의 관문이 되는 교통 중심도시다. 빤짐에서 버스로 40분 걸린다. 내가 알기로 열차는 마르가오에서 호스펫까지만 운행하고 호스펫 부터는 다시 버스로 30분 걸려 함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어쩌랴.
"하우 캔 아이 북 더 티켓?"
"퍼스트 플로어 오브 버스스탠드, 데얼즈 트레인 티켓 북킹 오피스."
흠. 열차 티켓 구하는 걸로 미션이 바뀌었군. 버스 스탠드까지 택시를 못 잡아 큰 길로 나가니 시내버스가 있다. 우리가 길 건널 때까지 차장이 기다려주었다. 차장에게 "버스스탠드?" 물으니 타랜다. 어찌 알고 기다려주었을까. 보통 외국인들 가는 동선이라 그런가?
빤짐 카담바 버스스탠드에 내렸지만 뭔 번듯한 건물이 안 보인다. 퍼스트플로어라면 이층인데 그런 데가 없다. 사실 건물이 있었지만 황급한 마음에 못 본 게지만.
급히 버스스탠드 근처의 여행사거리로 가서 열차 티켓 어디서 끊냐고 물었더니 한 곳을 가르쳐주었다. 세련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우리를 맞는다.
"북킹 맨 이즈 낫 히어. 유 캔 북 티켓 인 버스 스탠드. 퍼스트플로어."
내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종이에 사무소 이름을 써 주고 화살표 표시로 간단히 약도를 그려주셨다. 종이를 들고 다 버스스탠드로 가서 좀 더 면밀히 살피니 역시나, 버스스탠드 건물이 있네. 들어가서도 한 분께 종이를 보여 주고 다시 물어 이층을 찾았다.
열차 부킹 사무소는 정말 구석에, 나 사무실 아님 하듯이 마련되어 있다…….
마지막 창구에서 날짜와 열차 급(슬리퍼클래스)을 상담했다. 250루피란다. 무려 1/10가격. 상담내용을 적은 번호표를 받고 10루피를 냈다. (예약토큰 이라고 칭한다.)
20여분 지나 우리 번호를 불러 예약하려고 하니 모두 다 매진이란다. 겨우 1/9일 자리만 있다고 한다. 아...포기다. 결국 2500이나 주고 파울로트래블 버스를 타야만 하는 건가.
2.1. 공영버스 티켓 잡기작전
망연자실하여 버스스탠드에서 혹시나 하고 폰의 redbus 앱을 실행시켜 빤짐-함피간 버스를 검색했더니 세상에! 주립공영버스(KSRTC)가 파울로트래블 버스 외에 추가되어 있고 자리가 네 개 빈다. 가격은 580루피. 급히 두 자리를 클릭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이름, 나이 넣고 카드정보 유효기간 등등 다 넣고 확인 누르니....
'쏘리, 페이먼트 인 포린 컨트리즈 아 낫 얼라우드'
이게 뭐냐.
그럼 이번엔 웹브라우저로 해 보자 싶어 폰의 핫스팟을 켜고 넥서스7의 크롬으로 redbus.in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아까 결제가 안되었던 두 자리가 예약된 걸로 나온다. 저거 내가 한 건데. 예약이 안 풀려 다른 두 자리를 클릭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역시 이름, 나이, 카드정보, 유효기간 등등 다 넣고 확인 누르니...
새 창이 뜨고 결제 준비 중... 백그라운드 창에는 웹 보안프로그램 설치한단 내용이다. 직접 설치가 안되기에 다운로드를 해서 실행하고자 했으나, 보안프로그램이 rpm형식(레드햇 리눅스 설치프로그램)이어서 안드로이드인 넥서스7에서는 당최 실행이 안 된다. 또 실패.
폰의 레드버스 앱으로 확인했더니 가관이다. 네 자리 모두 예약 완료되어 KSRTC 버스는 sold out 이란다. 산 넘어 산이구나...
아까 기차표 문의했던 할아버지께 가서 문의했다.
"이즈 데얼 어나더 버스 투 함피? 파울로 트래블이즈 투 익스펜시브."
"아이 노우 원 컴퍼니. 슬리퍼버스 에잇 헌드렛."
괜찮은 정보다.
"캔 아이 북 더 KSRTC 버스 티켓 히어? 데얼즈 4 시트 리메인."
"노. 더 티켓 온리 셀즈 인 버스스탠드."
"웬 캔아이...?" "티켓 카운터 메이비 오픈 8am. 유 고 투 얼리 앳 더 카운터 앤 바이 더 티켓."
좀 생각해 보니 할아버지가 추천하는 회사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더 버스 댓 유 세이 이즈 오케이. " 하니까 오히려 할아버지께서 이런다.
"KSRTC버스 이즈 모어 버젯 투 유. 투모로우 모닝 유 고 투 티켓 카운터 투 바이 더 티켓, 오어 유캔 컴 히어."
일단 더 싼 티켓을 시도해 보고 자신에게 오라는 이야기. 오, 이렇게나 친절할 수가.
숙소로 들어가며 이번엔 인터넷 카페에서 윈도익스플로러로 해 보면 어떨까 생각하여
숙소 근처 인터넷 방을 찾았다. 피씨 세 대 두고 복사, 국제전화 등등으로 영업하는 곳이다.
익스플로러로 레드버스 진입. 잘된다. 인도사이트니까. 함피 버스를 검색하니 네 자리 빈 KSRTC버스가 보인다. 두 좌석 클릭하고 이름, 나이, 카드정보 등등을 모두 넣고 결제계속을 눌렀다. 새 창이 뜨고 백그라운드 창에서는 종무소식. 인터넷이 너무 느려서 비자카드 확인하고 카드정보를 국내카드사로 보내는 데만 해도 2분 이상 걸렸고 웹보안프로그램 다운 받는 데서는 아예 피씨가 먹통 되듯이 한참을 기다린다.
다 된 마지막 화면. 안심클릭 화면이 잠깐 떠서 입력을 기다리다가 이내 화면이 바뀐다. 오오... 다시 초기화면에서 버스검색-좌석을 찾으니 역시나 방금 전의 두 자리는 매진 상태로 나온다. 내가 방금 결제를 실패한 자리다. 다시 모든 입력을 다 하고 결제를 시도했더니 장시간을 기다린 끝에 아까와 같은 상태다. 20여 분간 딱 그 두 가지 일만 하고 인터넷 카페를 나왔다. 인터넷 결제 초기.
내일 아침 일찍 티켓 카운터에서 대기해야지.
2.2. 오랜 기다림. 의외의 결과
7시 반에 카담바 버스 터미널에 갔다. 몇 시에 여는지 몰라 셔터 내려진 어둑한 티켓카운터 앞에 기다리고 있던 인도 아짐씨에게 물어봤다. 8시란다. 다른 사람과 직원에게도 물어 봤다. 사람들은 8시라 하고 직원들은 8시 반이라 한다. 일단 기다린다. 한 시간을 무료히 기다려 8시 반. 셔터 안에 불이 켜졌지만 셔터가 열릴 기미가 없다. 줄은 좀 길어졌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와서 말을 건다.
"웨어 두 유 고?" "함피" "유 캔 바이 티켓 앳 데어"
advance booking 이란 간판의 창구를 가리킨다. 아까 내가 물어 봤던 곳.
"데얼 온리 셀즈 데이 티켓 투 호스펫. 아이 원 나잇버스, 슬리퍼클래스"
"디스 라인 포 인디언즈. 유 고 댓 라인."
창구 맨 왼쪽을 가리킨다. 외국인 전용 창군가?
9시가 되어도 굳건하던 셔터는 9시10분쯤 되어 셔터 여는 아저씨가 와서 드디어 열렸다. 내가 선 창구에 KSRTC라고 쓰여 있다. 아하. 창구 아저씨는 10여분이 더 지나서야 내게 어디 가냔 말을 걸며 나타났다.
“아이 고 투 함피. 캔 아이 고 투나잇? ” "첵 인사이드"
창구 안으로 들어가서 책상정리부터 기도까지 인도인의 하루를 여는 의식(^^)을 치루는 걸 다 보여주었다.
그새 나는 레드버스 앱에서 혹시나 하고 오늘자인 1/4일 밤차를 검색했다. 이런! 어제만 해도 없던 오늘자 밤차 공영버스 슬리퍼클래스에 세 자리가 비었다. 게다가 두 자리는 1인용으로 아래위 자리다.
창구 아저씨가 확인해 보더니 떨어진 자리 밖에 없다고 한다. 내가 화답하듯
"오케이 어퍼1 로워1 이즈 파시블?" 하니 “캔유 첵 더 시트?”
하며 웃으면서 그렇단다.
우여곡절 끝에 원래 끊고자 했던 차보다 시간상으로나 가격 면으로나 훨씬 좋은 버스를 예약하게 되었다. 이럼 걸 전화위복이라고 할 테지.
[차례]
빤짐 버스스탠드에서 함피버스를 예약하고 마르가오로 이동했다. 터미널에서 베나울림 표 끊는곳을 물어 보니 그건 프라이빗이란다. 플랫폼반대쪽에 버스가 있단다. 한가로이 사람을 기다리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복잡한 마르가오 시가를 이리저리 돌아다닌 뒤 교외로 향했다. 조금 가니 꼴바와 베나울림 가는 길이 갈라지고 얼마 안 가 베나울림비치 초입에 도착했다. 버스는 우리를 내려주고 베나울림 마을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서 비치까지는 1km가 조금 넘는다. 짐을 지고 걷는 길이지만 관광지의 북적함이 적어 걸을 만하다. 중간쯤 장터거리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좀 쉬다 비치로 갔다. 조금 더워서 릭샤를 탈걸 잠깐 후회했지만 그리 먼 길은 아니다.
비치에 도착했다. 엄청나게 긴 백사장. 조용한 바들이 백사장 가에 위치하고 각각마다 파라솔 딸린 베드를 백사장에 두었다. 시끄럽게 음악을 틀면 정신 사나웠을 텐데 조용하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짐을 맡겨 놓거나 샤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을까 하며 아이스큐브라는 바를 지나가는데 인상 좋은 종업원이 우리를 잡는다.
"이즈 데어 애니 플레이스 투킵 마이러기지?"
"예스, 유 캔 킵 히어. 이프 유 드링크, 오어 햅 런치.. "
"캔 아이 샤워 히어?" "오브 코스. 데얼 이즈 샤워."
백사장의 파라솔 베드가 있기에 얼마냐 물으니 무료란다. 한마디로 식당을 이용하면 부대 시설(파라솔베드, 샤워, 짐 키핑)이 모두 무료라는 이야기. 내가 생각하던 딱 그 서비스를 준비해 두었단 말씀.
맥주한잔과 양파파파드(60), 양파 파콜라(120) 시켜서 차분히 해변을 바라봤다. 물속에 들어간 이들은 네다섯 정도. 간간이 라이프가드 지프가 백사장을 누비고 자전거 탄 커플들도 백사장을 달린다. 모래가 제법 단단하다. 백사장 북쪽으로 한참 가면 꼴바 비치다.
한사람분의 점심으로 피시커리(120)를 시켰다. 참치와 상어를 주제로 한 커리다. 영판 우리나라 생선찌개다. 밥을 한 사발 줘서 일인분으로 둘이 배불리 먹었다.
짐 맡기고 귀중품은 작은 백에 넣어 파라솔에서 번갈아 지키며 놀았다. 아라비아 해의 바닷물은 보드랍고 덜 짜다. 햇볕은 강렬하다. 바다에 있다 나와 베드에 누우면 이내 몸이 마르고 보송하다.
이 해변은 젊은 유러피언들의 꿍짝거리는 어수선함이 없어 좋다. 아이스큐브의 직원들도 조용조용 사근사근. 관광지 해변스럽지 않은 편안한 분위기, 참 좋다.
3시쯤 샤워하고 나와 맥주와 시푸드누들(190)을 주문했다. 오징어와 생선살,프라운이 듬뿍 든 볶음국수. 역시 둘이 배불리 먹었다. 나중에 집에서도 꼭 만들어 봐야지.
4시경 비치를 나와 4시 20분에 마르가오 가는 버스를 탔다. 무척 좁은 인도 일반버스에는 인도의 전통가요가 구성지게 흘러나온다. 남자는 감수성 폭발, 여자는 간드러짐 작렬. 난 이런 음악이 어쩐지 끌린다.
마르가오 카담바 버스스탠드에 오니 사람들이 줄을 엄청 서 있다. 모두 빤짐 가는 무정차 셔틀버스(30)를 타려는 이들. 줄 서서 표 끊어 그 대열에 동참했다. 퇴근시간이라 길도 꽤 막혀서 올 때 35분 걸리던 길이 50분 넘어 걸려 빤짐 카담바 버스스탠드에 도착했다.
3.1. 공영버스(KSRTC) 침대차
밤 8시 출발 침대차는 7시40분 터미널에 들어왔다. 얼핏 보기에도 엄청 좋게 보인다. 버스에 들어가니 왼쪽 부분은 2인용 침대가 이층으로 배열되어 있고 오른쪽은 1인용 침대가 역시 이층이다. Naik 버스완 달리 침대에 시트와 베개가 마련되어 있다. 침대는 확실히 더 편안하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몸이 크게 굴러다니지(?)않았다.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게 조금 더 길고, 배낭을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의 짐받이 선반이 있다. 독서등도 있는데 콘센트까지 있어서 혹시나 하고 충전 탭을 연결했지만 역시나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별 할 일도 없어서 10시경부터 잠을 청했고 푹 자며 이동했다.
한밤중. 버스가 섰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가는데, 나도 나가 봤더니 휴게소에 선 거다. 사설버스에선 차장이 일일이 사람들을 깨워 밥 먹는다 말하고 몇 분 있을 거라 알려주는데 공영버스는 조용히 서기만 한다.
휴게소 역시 어둠침침하고 각종 시설들이 저개발국 분위기가 물씬 난다. 이 역시 번듯하게 보이는 휴게소에 들르는 사설버스의 경우와 다른 점.
휴게소 외에도 지역 버스 스탠드에 몇 번 더 서다 가다 하다 6시경 함피에 도착했다.
3.2. ★ 빤짐-함피/빤짐-마르가오로 가는 버스
카담바버스스탠드 (빤짐 버스터미널) : 함피 가는 공영 나이트 침대버스(600루피)를 예매한다. 매표소는 9시에 문을 열고 KSRTC라 쓰인 창구에서 구입한다.
1/4일 함피 가는 나이트버스가 redbus.in 사이트에서 품절되었다고 지난 밤 확인했지만 아침에 매표소 열기를 기다리며 다시 확인하니 3자리가 비어서 운 좋게 예약했다.
마르가오로 가는 버스는 따로 창구를 두어 판매, 출발한다. 30루피이며 디럭스버스다. 게다가 무정차셔틀. 35분 걸렸다.
3.3. ★ 마르가오 버스스탠드
빤짐으로 가는 버스는 8시 막차. 베나울림으로 가는 버스는 10분마다 있다고 한다. 베나울림에서 마르가오 오는 버스는 7시 반 막차다.
[차례]
함피는 비자야나가르왕국(1336~1646)의 옛 수도였지만 지금은 폐허가 된 거대한 유적군만 남아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 여행가인 디 콘티가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이라는 말을 남겼다는 이곳은 시선이 닿는 지평선까지 모두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들을 쌓아놓은 듯한 바위산으로 온통 둘러싸여 있어 이곳이 과연 우리가 사는 지구인가 경외감마저 느끼게 된다.
유적 군을 한 바퀴 돌아보려면 약 20~25km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바이크를 빌려서 하루 동안 대강의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화강암이 흔해서였을까? 그 세공하기 어려운 단단한 화강암으로 부조를 새기고 기둥을 세우고 덮개돌을 덮어 곳곳에 사원을 세운 모습이 경이롭다. 보통 옛 유적이나 사원은 대리석이나 사암재질로 만든 것이 많은데 화강암이라니. 그러기에 5백여 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조각들은 큰 훼손 없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겠지.
힌두의 신들을 새긴 부조는 다른 지역의 그것이 관능적이고 풍만함이 강조된 반면 이곳은 풍만하지만 관능적이라기보다 익살스럽다고 해야 할까. 여유 넘치는 표정에 귀여운 포즈들. 상상의 동물들 역시 귀여운 부분이 도드라진다. 마치 우리나라 궁궐을 지키는 신수들을 보는 듯하다.
로터스 마할과 엘리펀트 스테이블을 지나 아직 복원이 덜 된 유적 군을 둘러보다 한 건축물에 들어가 쉬었다. 정교하게 새겨진 기둥의 조각들, 넓적하게 만들어 기둥위룰 덮은 덮개돌들, 한 아름이 넘는 네모기둥들. 모두 화강암이다. 사원 건축에 신심을 갖고 온 정성을 쏟았던 옛날이니 이런 재료로 건축하지 요즘 세상에 이렇게 건축물을 짓는다면 정신이 나갔다고 할 거다. 집 한 채 정도의 작은 사원을 짓는데도 수십억 이상이 너끈히 들 테니.
석조 바퀴를 갖춘 석조 마차로 유명한 빗딸라 사원. 로터스마할과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입장료는 로터스 마할을 포함해 250Rs. 사원 앞길은 매우 너른 길 양 옆으로 기둥들이 도열해 있다. 아마도 옛날 바자르 구역이었겠지. 기둥들 사이사이엔 가게들이 있었을 테고. 이곳 함피의 큰 사원 유적 앞엔 어김없이 너른 대로와 그 양옆으로 도열한 기둥을 볼 수 있다. 함피 버스스탠드 옆 함피 바자르 길도 자세히 보면 마을 옆 거대한 비루팍사 사원 앞의 바자르 대로가 현대에 그대로 쓰이고 있는 것이고.
함피의 비현실적인 풍경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마탕가힐에 올랐다. 함피 바자르 길로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버스스탠드 위쪽의 해마쿤다힐에 올라 가네샤 신전에서 시원한 비람을 맞고 쉬다가 맞은편 아쉬람으로 가는 길을 잡고 올랐다. 아쉬람 건물 옆에는 마탕가힐로 통하는 문이 만들어져 있는데 이곳으로 오르니 부서진 유적의 넓적한 화강암 덮개돌들을 이용해 마치 계단이나 보도처럼 꾸며 놓은 등산로 아래로 펼쳐지는 까마득히 아래 함피 평원의 풍경에 현기증 날 정도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꼭대기에서 함피를 360도 돌아보았다. 지평선 너머까지 화강암 바위 무더기 돌산이 퍼져 있다. 이런 독특한 곳이 세상에 어디 또 있으랴. 마치 거신족들이 자갈을 가지고 놀다 아무 데나 흩뿌려 놓은 것 같다. 마탕가 힐 꼭대기에서 원숭이 가족들을 구경하며, 때론 구경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한두 시간을 시원한 바람 맞으며 쉬다 내려왔다.
올라오는 길, 뒤돌아보면 아찔해서 앞만 보고 오르면서 내려갈 땐 무서워서 어쩌나 내심 걱정했었지만 정상의 사원에 올라 보니 올라온 곳과 반대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하나는 함피 바자르, 하나는 아츠유타라야사원길. 둘 중 덜 무서운 아츠유타라야 사원 방향으로 내려왔다.
아츠유타라야 사원 앞 너른 길은 슐레 바자르라고 하는데 길 양옆으로 도열해 있는 기둥만이 남아있을 뿐 아무 인적 없는 유적지일 뿐이다. 사람들이 찾지 않아 외따로 떨어져 있는 大路. 허무함을 느끼며 걸어 보는 저자길.
슐레바자르길을 지나 쭉 앞으로 가면 비딸라사원으로 통하는 길이 나오고 왼쪽으로 접어들면 함피바자르로 통하는 강변길이 나온다. 산책하기에 무척 예쁜 길이다.
[차례]
V. 1/7 뱅갈로르 뮤지엄 & K.Venkatappa 아트 갤러리
뱅갈로르에서 가볼 만한 곳이 어딜까? 가이드북엔 정부청사(비다나소우다)와 쿠본공원, 뮤지엄과 기술박물관이 언급되어 있다.
버스스탠드 19번 플랫폼에서 비다나소우다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도착했지만 청사 앞은 지하철 공사 중, 청사는 철망으로 벽이 만들어져 있어 사진하나 제대로 찍지 못하는 상태다. 정통인도식 건물이라 하는데 웅장하고 근엄함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맞은편의 쿠본공원. 고등법원에 맞닿아 있는 도심의 거대한 녹지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여기저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원한 바람 맞으며 한참을 쉬었다.
쿠본 공원을 남쪽으로 가로지르면 뱅갈로르 뮤지엄이 나온다. 4Rs 라는 경이적으로 저렴한 박물관이지만 중/남인도 지역에서 수집한 갖가지 신상과 부조들이 파손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섬세한 표현들을 담아 오지 못해 아쉽지만.
박물관과 이어진 아트 갤러리에는 K.Venkatappa라는 작가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독특한 석고부조작품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부조의 얕고 깊음과 거기에 비추이는 빛이 만들어내는 명암에 따라 양감과 질감이 실감나게 표현되는데, 석고라는 재료의 표면 느낌과 어우러져 마치 살아있는 인체를 느끼듯 아름답다. 그 중 내가 주목한 작품은 shiva thandava, The great renunciation 였다. 이분의 회화는 양감을 강조하며 흐르는 듯한 풍만한 선이 특징이다. 약간 어두운 색채를 사용하여 묵직한 느낌을 전달한다.
비록 많은 유물은 없지만 인상적인 부조와 개성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뱅갈로르 뮤지엄, 생각지도 않은 보물을 만난 것 같다.
건너편의 기술박물관. 견학 온 초중등 아이들로 엄청 북적인다. 직접 만지면서 과학 원리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혜화동 서울과학관을 연상케 한다. 원자력을 소개한 부분에 핵발전에 대한 두 가지 시각을 균형 있게 소개한 부분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핵발전이 클린에너지라고 선전하기에만 바쁜데.
[차례]
어제 뱅갈로르 마제스틱 버스스탠드에서 오늘 아침 6:30분 마이소르 가는 버스표를 예약했고, 마제스틱 버스스탠드에서 뱅갈로르 남부(?)터미널(마이소르 새털라이트 버스스탠드라고 부른다)가는 셔틀도 잘 탔고, KSRTC직원에게 표를 보여주어 타는 플랫폼 듣고 시간 맞춰 마이소르 가는 Volvo airavat A/C 버스도 탔는데, 출발시간 넘어서도 출발 않던 차에서 차내 컨덕터가 우리 표를 보더니 Ooty로 가는 표라며 이 차가 아니라고 내리란다. 이게 웬 날벼락?
표를 보니 내리는 곳은 마이소르가 맞는데, 버스의 종착지는 마이소르에서 4시간 더 가야 하는 Ooty라는 곳이다. 그러니까 우띠가는 버스를 타고 마이소르에 내리는 표라는 이야기. 타는 플랫폼도 다르고 무엇보다 시간이 지났다! 급히 주변의 직원에게 표를 보여 주니 Ooty가는 플랫폼을 알려 주고 앉아서 기다리란다. 기다리면 부른단다. 벌써 6:50분인데, 기다리라니...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다급해지는데 7시가 훌쩍 넘어 마이소르 우띠! 하고 부르면서 한 사람이 명단을 들고 다가온다. 다행히 명단에서 우리 이름을 발견하고 7시10분에 40분이나 연착한 버스를 무사히 탔다.
마이소르 가는 표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마이소르 가는 플랫폼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구나. 종착지를 잘 봐야 했는데. 만일 우리가 탈 버스가 연착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버스를 놓쳤을 판이다.
어제 표 예약할 때 이랬다.
"투모로우, 마이솔, 식스 피프틴 에이앰" (이건 120루피 2+3열 좌석 일반버스다)
"고 17홈 테익더 버스 투 $%&%$#, 데얼아 매니버스 투 마이솔. 노 니드 투 부킹"
잘 못 알아들었다. 마이솔 가는 버스가 많단 말 인줄은 알겠는데 어디로 버스를 다시 타고 가라고?
한 번 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까 매표원 아짐씨, 한심하단 표정을 짓고서는 6:30분 볼보 에어라밧 에어컨버스를 끊어준다. 270루피짜리다. 120루피짜리 일반버스는 예약에 해당되지 않는 걸까?
이렇게 끊은 표가 우띠 종착인 버스표였던 건데, 설마 골탕 먹으라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그냥 마이소르 가는 버스 리스트 보고 내가 말한 6:15분에 가장 가까운 에어컨버스를 예약해준 건데, 우연히 종착지가 우띠였던 거겠지?
어쨌건, 표에 쓰인 내용을 잘 확인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은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Ooty라는 곳, 2천 미터가 넘는 고산도시로서 유명한 휴양지란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협궤 토이트레인도 다닌다고 하고, 고산지역 트레킹 투어도 한다고. 처음 계획으론 마이소르에서 고산도시 Munnar로 이동하려 했는데, 우띠를 일정에 넣어보면 어떨까 하고 버스 뒷자리의 컨덕터와 버스연결편을 상의해 봤더니.
* 마이소르 ~ 문나르 직통 버스 있고,
* 마이소르 ~ 우띠 거리는 150킬로, 버스 있고,
* 우띠 ~ 문나르는 직통 버스는 없고 우띠~코임바토르 또는 구다루르로 가서 문나르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단다. 컨덕터랑 함께 폰의 구글지도 보면서 안 되는 영어 써 가며 알아낸 매우 유~용한 정보다. 버스를 갈아타는 게 쉬울지 어떨지 모르지만 생소한 도시를 연결하며 다니는 것 자체가 여행 아니겠나 생각하니 재미있을 것 같네.
결국, 차를 놓칠 뻔 한 이 소동의 끝은 Ooty가 여행계획에 들어오는 걸로 끝마친건가?
[차례]
스라바나벨라골라(벨라골라)는 자이나교의 성지다. 벨루르와 할레비드는 힌두교의 독특한 건축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세 곳을 엮어 BHS투어라고 하는데 까르나타카 관광청 오피스에서는 인원미달로 실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세 곳을 대중교통으로 하루에 돌아보는 건 불가능했다. 스라바나 벨라골라가 마이소르에서 80km, 거기서 할레비두가 또 80km, 벨루르는 거기서 20km나 되고 벨루르에서 마이소르로 돌아오는 건 130km나 되기 때문.
결국 우리 목표는 벨라골라와 스리랑가빠뜨나를 다녀오는 것으로 정했다.
센트랄버스스탠드에서 컨덕터 한 분에게 벨라골라 가는 방법을 물었다.
"노 버스 투 벨라골라. 버스 투 첸나라이빠뜨나 앤 버스 투 스라바나벨라골라."
"웟 타임 퍼스트버스 히어 투 첸나라이빠뜨나?"
"애니타임. 매니 버스"
영국에 마지막까지 항전하다 전사한 티푸술탄의 유적이 있는 스리랑가빠뜨나는 마이소르에서 18km떨어진 근교라서 시내버스 313번이 다닌다고 들었는데, 올 때 첸나라이빠뜨나에서 스리랑가빠뜨나 가는 버스를 물어보고 타면 되겠지. 마이소르까지는 313버스 타면 시티버스 스탠드에 돌아 올 거니까.
그래서 만들어진 일정, 오늘 직접 해 보니 시간과 비용이 아래와 같았다.
아침, 마이소르 센트랄버스스탠드에서 첸나라이빠뜨나로 이동 (2.5시간 / 77Rs)
첸나라이빠뜨나 - 스라바나벨라골라 (20분 / 13Rs )
스라바나벨라골라에서 사원 돌아보기 (2시간 / 무료. 기부금필요)
스라바나벨라골라 - 첸나라이빠뜨나 (20분 / 13Rs)
첸나라이빠뜨나 - 스리랑가빠뜨나 (2시간 / 60Rs )
티푸의 여름궁전 다르야 다울랏뜨 박 돌아보기 (1시간 / 100Rs )
스리랑가빠뜨나 - 시티버스스탠드 (313버스, 30분 / 13Rs )
어찌 보면 한 곳만 다녀오는 것인데도 아침 7시30분에 출발해 마이소르로 돌아온 게 6시였으니 대중교통으로 다니는 건 역시 빡빡하다.
[차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재미가 있는 날. 우띠에 도착한 건 3시. 급히 외로운 별에 나온 숙소인 Sweekar에 들고 나서 시내의 커머셜로드를 둘러보다가 수제초컬릿 판매점을 찾았다. 아니, 찾았다기보담 어디에나 있다. 보통 3~40Rs/100g 이고 무척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 조각들을 팔고 있었다. 이것저것 합쳐 200g샀다. 그리 진하지는 않지만 그다지 달지도 않은 가벼운 맛. 화이트초컬릿은 부드러운 우유맛, 밀크초컬릿은 부드러운 카카오의 향. 초콜릿 200g이란 꽤 많은 양이어서 조금 먹다 배낭에 넣었다.
바자르를 지나 발걸음을 돌리다 베이커리를 발견했다. 아쉽지만 직접 만드는 곳은 아닌 것 같고 대량으로 배달되어 온 것을 진열해서 팔기만 한다. 맛있어 보이는 큼직한 초콜릿 속 담은 파이와 코코넛칩 범벅파이 두 개를 골랐다.
"하우머치이즈잇?" "트웬티"
헉, 놀랄 만큼 싸다. 코코넛 파이를 한입 베어 물었다. 얇게 겹겹이 바삭한 파이가 부서지고 달콤하고 고소한 코코넛이 입안에 쏟아진다. 10루피짜리가 이렇게 고퀄리티여도 되나? 초코속 파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빵맛이다. 그런데 초코속 부분을 먹어 보니 은은한 단맛에 가벼운 초컬릿맛이 부드럽게 입안에 퍼진다. 역시나 고 퀄리티.
길을 걷다 감자 칩을 튀기는 가게를 봤다. 끓는 기름솥 위에 슬라이스칼 두고 통감자를 슥슥 미니 감자 칩이 기름으로 퐁당.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있자니 바로 옆 즉석 스파게티 만드는 아저씨가 자신도 찍어 달래서 사진을 찍었다. 즉석 감자 칩 큰 봉지 30루피. 우리나라 같으면 첨가물 가득의 공장제가 3천원. 바로 튀긴 감자가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감자 칩 한 봉지 들고 스파게티 노점을 기웃댔다.
뭘 볶고 있나? 식사하던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건다.
"두유 원 소야?, 컬리플라워?, 누들?, 믹스?"
소야는 콩고기다. 바자르에 콩고기가 있는 걸 봤는데 역시나 노점에서 사용하는구나.
"믹스 오케이"
아저씨가 쥔장에게 소야, 누들, 컬리플라워 믹스라고 일러준다. 조금 있다 작은 접시에 1인분으로 나온 스파게티. (쥔장은 스파게티를 판다는 생각은 안하는 듯. 가게 간판도 소야센터다. 단지 소야+소스를 볶는데 누들과 컬리플라워를 함께 볶는 것뿐이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고 매콤한 스파게티가 있단 말이냐. 물론 내 입맛이 남인도 향신료를 좋아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컬리플라워와 커리, 누들의 만남이 환상이다. 거기에 고기 질감의 담백한 소야도 식감을 보태는 데 한 몫하고.
8.1. ★ 우띠에서의 기차와 버스 시간들
7:45 쿠누르 → 9:05 우띠도착 | 9:15 우띠 → 10:20 쿠누르도착
7:10 메뚜팔라얌 → 12:00 우띠도착 12:15 우띠 → 13:20 쿠누르도착
12:35 쿠누르 → 13:50 우띠도착 | 14:00 우띠 → 17:35 메뚜팔라얌 도착
16:30 쿠누르 → 17:50 우띠도착 | 18:00 우띠 → 19:10 쿠누르 도착
18시 기차로 쿠누르에 내려가면 버스로 우띠귀환(13루피)
우띠 → 팔라카드 7:00,8:00 두 대 있음. (때때로 없을 수 있으니 터미널에서 문의 해 봐야합니다.)
[차례]
9시 반에 숙소에서 두 팀을 태우고 버스가 출발하여 우띠를 빙빙 돌아다니며 승객을 태워 거의 25명이 사파리투어를 시작했다. 우리와 이스라엘 커플 말고는 모두 인도인들. 하지만 각지의 인도인들이 섞여 있어 버스기사 겸 가이드 분은 타밀나두어, 힌디어, 영어의 3언어로 설명한다. (타밀나두어로 말할 때 제일 길더라. 면적은 얼마고 언제 뭐 했고.... 등등. 영어로는 어디 왔고 몇 분 동안 있을 거란 말만 한다.)
첫 장소는 사가르댐. 녹조 짙은 물이라 고개가 갸웃거려지지만...
두 번째 장소는 소나무숲. 타밀나두 산림청관할로 소나무향 짙은 자그마한 숲이다. 곧은 아름드리소나무가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니 조림된 듯하다. 소나무 수피는 우리나라 것과는 좀 다르다. 솔잎도 머리카락처럼 늘어지는 모습이다.
세 번째로 도착한 곳은 닐기리 포토슈팅존. 둥그런 언덕에 오르면 닐기리의 모습이 조망된다 하여 5루피를 받고 입장을 시킨다. 근처에 이만한 뷰포인트가 없어서 이곳이 유달리 인기가 있는 걸까? 몽골초원이 연상되는 구릉 뒤로 푸른 하늘이 강하게 대비되는 아름다운 곳이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파이카라 폭포. 입장료 5루피다. 버스에서 내려 400m정도를 걸어가면 자그마한 호수에서 암반을 따라 밑으로 떨어지는 1m내외의 자잘한 폭포(또는 계곡)들이 있다. 시원한 물바람이 피부를 때리고 너르고 양지바른 초지와 비교적 깨끗한 호수물 때문인지 현지인들이 매우 많이 찾는다.
1시30분에 차에 올라 무두말라이국립공원까지 차로 이동한다. 마이소르에서 올 때 지나온 길을 거슬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겐 조금 지루하다. 그리고 투어에서 차량이동시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쉽다.
2시40분, 호랑이 보호구역 앞 식당에서 밀즈와 비리야니로 점심을 먹었다. 밀즈는 파파드와 짜파티, 세 가지의 커리가 나오는 단순한 음식이었지만 나중에 종업원이 다니면서 반찬과 파파드, 라이스를 부족함이 없도록 계속 채워주어 엄청 배불렀다. 비리야니는 북인도에서 먹었을 땐 기름진 볶음밥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곳은 조금 더 담백하고 향신료의 느낌이 더욱 강하게 났다. 맵고 향긋한 느낌에 나는 좋았지만 경아씨는 아무 맛이 없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맛을 느끼는 게 이렇게 다르다니.
3시20분경 사파리장소까지 차로 이동했다. 이동시간만 35분. 마이소르로 가는 길을 계속 되짚어간다.
도착한 곳은 사파리 차량이 출발하는 센터.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고, 매표소에서는 먼저 이름을 적어 두고 차가 준비되는 대로 이름을 불러 요금을 받는다.(1인 135루피, 카메라 25루피) 차량은 28인승 정도의 미니버스다.
사파리가 시작되었다. 차도를 조금 달리다 출입제한구역 임도로 접어든다. 산에 난 일종의 포장길이다. 45분간 임도를 달리며 동물들을 보는 거다. 운전기사가 찾아주는 건 아니고 우리가 찾아야 한다! 동물을 찾으면 잠깐 차를 세워주어 사진을 찍도록 한다.
"저기 공작이야!" "사슴이 있네!" "코끼리 있다!"
경아씨는 보이지도 않는 와중에 잘도 찾아낸다.
"나, 국립공원에 취직해야 할까봐. 사파리 도우미로 ^^"
내가 찾은 것도 있다. 연못가를 지날 때 1.5m 정도의 물뱀. 차가 지나가자 후다닥 못으로 들어가는 통에 사진은 못 찍었지만.
차는 산길을 통해 원래 출발했던 사파리센터로 돌아왔다. 이때가 5시.
우띠로 돌아오는 길은 버스가 다니는 길과는 다른 길을 잡고 간다. 1차선 예쁜 산길. 생각보다 많은 차들이 이용하는 길이다. 일종의 지름길인데. 1차선 포장은 가운데만 깔끔하고 도로 가장자리는 아스팔트가 떨어져 나가 낙차가 있는 맨땅이다. 가끔씩 마주치는 지프마저 맨땅으로 내려가기 싫어 아슬아슬하게 비껴 지난다.
"여기, 동물들은 길에 마구 다니는데 로드 킬이 없네."
경아의 말에 내가 대꾸했다.
"이렇게 느리게 다니는데 뭐 치일 일 있겠어?"
길이 좁다 보니 빠르게 갈 수가 없고,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성질내는 일 없이 피해가는 성품들이니 로드 킬이 있을 리가 있나.
국립공원 해발고도가 850m이고 우띠는 2000m가 넘으니 한참 올라가야 하는데 길은 줄곧 평탄한 편이다. 심지어 약간 내리막까지 나온다. 언제 가려고 이러나?
그러나 한참 달리고 나자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도로는 포장상태가 훨씬 좋아져서 2차선이 되었다. 급경사를 오르는 탓에 커브길마다 헤어핀 커브라는 경고가 있다. 커브 길엔 우띠 레이크뷰호텔에서 기증한 듯한 반사경이 꼭 설치되어 있다. 엄청나게 잦은 헤어핀 커브를 돌고 힘겹게 올라가고 하다 보니 어느새 1900m이상 고도에 도착해 있다. 금세 1천 미터를 올라온 거다. 돌아가는 길조차 관광이구나.
1900미터쯤에 있는 찻집에 섰다. 차 한 잔하고 차 살 것 있으면 사라는 뜻인가 보다.
짜이를 두잔 시켰다. 향긋한 마살라향이 입 안에 감긴다.
"이런 짜이 맛은 처음이야"
마살라 종류에 따라 짜이도 이렇게 시원하게 향긋해질 수 있다니.
"어이쿠!"
내가 실수하여 짜이 잔을 놓칠 뻔 했다. 뜨거운 짜이가 경아씨 바지 위로 흘렀다. 급히 가게 뒤 물 받아둔 데서 찬물찜질을 했다. 같이 동행했던 이스라엘 커플이 걱정스레 물으며 배낭에서 물티슈를 꺼내 주었다. 고마운 사람들.
2천 미터 넘으니 차창으로 흘러오는 바람이 무지하게 차다. 1200m가 넘게 올라왔으니 온도가 7도 이상 차이날 거다.
우띠에는 7시 30분경 도착했다. 9시30분 출발해서 장장 10시간에 걸친 투어라니...
[차례]
X. 1/12 우띠에서 코친으로. 늦가을에서 한여름까지.
아침, 입김이 나올 정도로 쌀쌀하다. 터미널에는 다른 지역서 여행온 분들인지 반팔 입은 분들도 계셨는데 이 지역 분들은 모포 두르고 털모자를 쓰고들 있다.
7시에 있다던 팔라캇행 버스가 오늘은 없다고 하여 급히 코임바토르를 지나가는 버스 타고 내려왔다. 우띠에서 쿠누르까지 50분 정도, 그 다음 메뚜팔라얌까지 또 70분 정도 걸렸다. 쿠누르~메뚜팔라얌구간은 헤어핀 커브와 리본모양의 180도 이상 되는 커브길 들이 즐비하다. 버스 한대가 겨우 지나갈 공간. 난간 밖은 절벽. 바로 옆 자리에서 매일 이 길을 운전하는 기사분이 대단하게 보인다. 뻑뻑한 기어를 넣고 팔은 정신없이 돌아간다. 9시20분 경 우띠가는 토이트레인의 출발지 메뚜팔라얌에 도착했다.
산을 내려오니 점점 온도가 높아진다. 살짝 더워지려고 해 바람막이와 긴팔 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10시 50분경 코임바토르에 도착. 도시가 꽤 크다. 차가 정차한 곳은 타운 버스스탠드였고 길 건너편에 코친으로 가는 KSRTC(케랄라 주 주립운송)버스가 출발하는 버스스탠드가 있다. 11시30분차라 시간이 좀 남기에 타운버스스탠드 앞 밥집서 도사를 시켰다. 인도는 신기하게 밥집에서 호텔이란 말을 쓴다.
떡 하니 거대한 바나나 잎 한 장 나와 주고, 양파 넣은 도사를 얹고 나서 세 가지 커리를 부어준다. 물론 숟가락은 없다. 남인도 오니까 웬만하면 숟가락을 안준다. 손으로 잘 비벼서 먹어보지만 아무래도 어설퍼서 손에 벌창을 하게 된다.
11시30분부터 4시 반까지 코친으로 향하는 버스 안은 엄청 더웠다. 2천 미터에서 해수면까지 내려왔으니 온도가 12도 차이가 나는 거다. 아침의 추위는 간데없고 헐떡거릴 만큼 더워 그냥 잠을 청할 수밖에.
케릴라의 첫인상. 시골의 가옥이 번듯하고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들었던 크리스트교회가 곳곳에 보인다. 코친의 외곽지역 에다팔리부터 현대적인 건물들이 많아지고 신시가지 에르나꿀람은 인도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다. 에르나꿀람 제티에서 포트 코친까지 페리를 타고 에르나꿀람을 바라보니 아파트가 즐비한 것이 뭄바이나 뱅갈로르보다 훨씬 더 글로벌화 되어 풍경이 평이하다. 말레이시아 같은걸.
코친에서 중국식 어망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해변을 돌아다녀 보았다. 덥다. 맥주를 파는 곳이 한 군데 있대서 걸어갔더니 거의 1km이상 떨어져 있고 그나마 현지인들이 긴 줄을 쭉 서 있어서 발길을 돌렸다. 뭔 맥주 못 먹어 죽은 귀신도 아니고 줄까지 서서 맥주를 사야 하다니. 앞에 가서 맥주 파냐고 마누라가 물어 보는데 새치기 할까봐 뒤로 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해변에 몇 군데 있는 Bar중 한 곳에 들어갔더니 유러피안들과 현지인들이 떠들썩하니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있다. 옳다구나 하고 킹피셔 스트롱을 시켜서 코친에 무사히 온 것을 축하하며 경아씨랑 잔을 부딪쳤다. 미지근하지만 맛있는 맥주가 목을 적신다 싶더니 좀 있다 땀이 뻘뻘 난다. 왜 이리 더운 거지? 생각해 보니 이곳은 열대지방. 위도 상으로는 방콕보다 더 아래다.
[차례]
오전에 코친 항 북쪽 바이핀섬에 다녀왔다. 바이핀 제티 안 식당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침식사를 하는 중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식당은 맛도 좋고 값도 싸다는 게 경험으로 알게 된 사실이라 일단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흔히 먹던 도사나 짜파티는 없다. 대신 사람들이 구운 밀가루전 모양의 음식을 두 세장씩 겹쳐 놓고 콩커리와 함께 비벼먹고 있다. 좀 둘러보니 국수 같은 것을 둥글게 뭉쳐 놓은 것도 있다. 두리번거리는 우리를 본 한 아주머니가 묻는다.
"웟 두 유 원?" "댓 누들"
국수 같은 것을 가리키며 답했다.
"댓츠 놋 누들. 댓츠 라이스"
아 이분들은 국수는 밀가루로 만든 것만 국수라고 하나 보다. 하지만 그건 어딜 보나 명백히 쌀국수다.
주문을 받으러 왔기에 국수를 가리키며,
"누들 플리즈. 원 짜이, 원 커피 플리즈"
알아듣겠다는 표정으로 가더니 두 접시에 국수를 한 덩이, 두 덩이를 담아 오고 콩 커리를 한 접시 가져 왔다. 콩 커리를 국수에 부었다. 살짝 비벼서 한입 먹어 보니 엄청 매콤하고 쌀국수와 맛이 엄청 잘 어울린다. 아니 이렇게 고소하고 매콤하니 맛있을 수가. 국수에 비해 콩 커리가 적은 것 같아서 더 달라니까 피니시란다. 알고 보니 1인분에 콩 커리 하나씩만 나온다. 주문 받으신 분이 외국인이라 잘 먹을까? 하여 1인분 국수를 두 접시에 나누어 오신 거다.
"이들리?" "예스"
아무래도 2인분으로 반찬을 받으려면 이들리 하나를 더 시키라는 말이렷다.
이들리 두 조각과 더불어 코코넛 쳐트니 그릇을 가지고 와서 우리 국수 담긴 접시에 부어 준다. 이들리도 찍어 먹고 국수도 쳐트니에 비벼먹으니 그 또한 별미다.
앞 에서 우리 먹는 것을 바라보던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먹던 음식 이름을 알려 주었다 쌀국수는 이디아빱, 매운 콩커리는 레비, 밀가루전처럼 생긴 것은 뽀로따란다. (이건 우리가 파라타 라고 알고 있는 음식이다. 마가린과 함께 반죽한 밀전병. 이분들의 발음으로 뽀로따가 되었다.) 레비는 얼핏 보기엔 싱거울 것처럼 보이지만 맛이 강하고 매운 맛과 고소한 맛이 잘 조화롭게 섞여 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점심부터 숙소에서 두어 시간 자기도 하고 비타민씨를 왕창 먹기도 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
'저녁으론 스파이스 많이 들어간 매운 커리를 먹으면 좋겠다.'
저녁에 까따깔리 공연을 보고 나서 밥 먹을 곳을 찾아 헤매다가 찾아간 로컬식당. 생선 커리 와 오징어 마늘볶음을 시켰다. 생선 커리엔 (spicy)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피쉬 커리, 베리 스파이시 앤 갈릭 스퀴드 앤 코코넛 라이스"
라고 주문하자
"스퀴드 스파이시 투?"
라고 묻는다. 당연히 우린
"예스, 베리 스파이시."
라고 답했다. 어떤 요리가 나올까나.
한참 있다가 옹기그릇에 담긴 걸쭉한 피쉬 커리와 접시에 담긴 거무튀튀한 오징어 마늘볶음이 나왔다. 피쉬커리를 한 숟갈 떠먹었다.
"아이 짜!" 오징어 볶음을 한 조각 먹었다. "왠지 쓴 맛이 나는 걸?"
이게 뭐냐. 맛없잖아. 라고 생각하다가 생선 조각을 발려 먹어 보니 뼈가 녹색인 신기한 생선이다. 커리 소스를 좀 떠서 코코넛 밥이랑 먹어 봤는데 코코넛 밥의 고소함 때문인지 꽤 맛있다.
너무 짜서 안 되겠기에 스팀드 라이스 한 접시 시켜서 커리에 적셔 먹어 봤다. 짜릿한 매운 맛과 뭔가 깊은 맛이 나는 게 첫 맛과는 좀 다르다.
"생선을 발려먹다 보니 훨씬 맛이 좋네."
오징어 볶음도 첫 맛은 쓰지만 음미해 보면 깊은 맛이 뒤따라온다. 물론 둘 다 엄청 맵다. 시원한 땀을 뻘뻘 흘려 가며 오징어와 생선, 코코넛 라이스와 밥 한 공기를 싹싹 비웠다. 먹을수록 상쾌해지는 강한 스파이스의 맛이다.
"맛이 돌직구네. 짠 맛과 쓴 맛으로 첫 맛을 치고 나서 은근히 고소한 맛과 깊은 맛이 따라와."
첫 맛이 쓰고 짠 것으로 보아 조미료는 안치나보다. 조미료 특유의 환한 맛이 전혀 없고 먹고 난 뒤에도 조금의 갈증도 없으니. 조미료 쳐서 맛 낸 음식은 먹고 난 뒤에 엄청난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먹게 된다.
이건 오래 묵은 된장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먹을수록 강하게 느껴지는 좋은 음식이다. 감기에 막혔던 코가 눈물콧물 다 쏟도록 매운 맛 덕에 뻥 뚫렸다. 남인도의 강렬한 스파이시 커리를 오늘 제대로 체험하고 있다.
[차례]
XII. 1/14 알라푸자(알레피)간단여행 & 공영 보트 정보
알라푸자에 12시경 도착했다. 오후엔 보트투어를 하고 바르깔라로 이동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바르깔라 직행은 오전 10:40분에 한번 있다기에 포기.
보트투어도 다른 일일투어처럼 여러 명과 함께 저렴하게 하는 게 있나 싶었지만 주립관광청이나 여행사에서는 당연히 배를 전세 내는 방식을 제시한다. 우린 겨우 두 명. 전세 내는 비용이 생각보다 많다. (모터보트 3시간 1500루피. 노젓는보트 3시간 800루피) 그래서 보트제티 부근을 서성이다가 공영보트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오는 걸로 수로 여행 맛만 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타고 있는 보트에 다가가 한 사람에게 지도를 보여 주고 물었다.
"웨얼 디스 보트 고잉?" "$%&$$"
못 알아듣겠다. 지도를 보여 주니 지도를 한참 보더니 모르겠단다. 이번엔 보트 제티에서 근무하는 분께 물었다. 답변은 나왔는데 어딘지 못 알아듣겠다. 역시 지도를 보여 드려도 못 찾으신다. (알고 보니 지도가 너무 소축척인 게 문제. 지도상으로 너무 가까워 종점이 표시되지 않는다. ^^) 내게 말하길
"보트 $$%%&% 컨덕터"
아, 일단 보트 타서 차장에게 물어보라는 말이구나. 보트 타고 좀 있으니 컨덕터가 온다.
"#$@%&@?"
어디 가냐는 말이겠지.
"고 앤 백" 차장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는 눈치다. "포틴 루피"
두 명이 14니까 일인당 7이다.
보트가 수로를 헤치고 천천히 출발한다. 보트제티 수로의 물은 혹옥잠이 빽빽하지만 손 넣기가 주저되는 오수... 좀 큰 호수로 나가니 좀 낫긴 해도 물 안이 들여다보일 정도의 수질은 아니다. 보트는 수로 가의 정류장마다 서 가며 천천히 간다. 수로 변에 사는 사람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보트. 꽤 많은 사람들이 수로 변에 살고 있고, 엄청난 크기의 농경지도 수로 주변에 있다. 논바닥이 수로보다 낮은 것으로 보아 둑을 쌓고 간척을 한 듯싶다. 수로 변에는 빨래하는 사람, 목욕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예쁘게 꾸며 놓은 집들도 많다. 청결 노이로제인 우리 시각으로는 깨끗하지 않은 물이라 하겠지만, 수로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청결에 대한 정의와 수준이 우리와는 다를 터.
물바람이 시원하다. 흔들림 없이 천천히 가니 스르르 잠도 온다. 이러니 비싼 값 주고 수로투어하면 안 된다. 필경 얼마 쯤 보다가 잠을 쿨쿨 잘 테니.
가는 데 50분, 오는 데 50분하여 1 시간 40분짜리 저렴함 수로 투어를 마치고 숙소에 와서 쉬었다. 그제부터 된통 걸린 감기가 아직도 온 얼굴을 휘어잡고 저릿하게 휘젓고 있다.
12.1. ★ 공영보트를 이용한 수로여행.
보트제티와 그 부근에서 출발합니다.
가. 알레피~꼴람(알레피에서 남쪽으로 80km) 300루피 8시간짜리 가장 긴 여행입니다. 보트 제티에서 매일 10:30분 출발합니다.
나. 알레피-꾸타나두(Kuttanadu) 80루피 두 시간 동안의 간이여행입니다. 8:20, 10:45, 13:35, 16:15 네 차례입니다.
다. 알레피~꼬타얌(알레피에서 서쪽으로 28km) 2시간 반 걸리는 정기페리. 하루 5차례 떠납니다. 매우 저렴하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라. 그 외 부근의 수로 지역주민을 위한 보트보트 제티 부근에서 출발하고 완행 개념의 보트입니다. 몇 구간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가 탄 건 Alleppy-Kolath간 공영보트의 경우 알라푸자 보트 제티에서 1시50분 출발, 종점인 꼴라뜨에 2시 40분 도착했습니다. 7루피. 종점회차후 다시 7루피씩 냈습니다. 어디를 가든 상관없이 종점까지 갔다가 오면 되니까 수로를 느껴보기에는 충분합니다. 수로 주변 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볼 수 있고요.
[차례]
뜨거운 태양, 바르깔라 절벽 아래 비치는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 중이다. BAR나 식당은 절벽 위에만 있고 절벽 아래엔 파라솔이나 간이침대를 빌려 주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파라솔 없이 버티기 힘들만큼 뜨겁다. 파라솔 하나를 빌려 손수건 깔고 앉았다. 복대에 여권 등등을 넣어 두기 때문에 바닷가 와서도 맘 편히 놀지 못하는 게 아쉽다. 우리 둘 중 하나는 백사장에 남아 짐을 봐야 하니. 혼자만 물놀이 하면 뭔 재민겨.
열대의 바닷물이 따스하다. 동해바다 같으면 조금 놀다 나오면 몸이 오들오들 떨리는데, 여긴 포근한 느낌이라 좋다. 짠기도 적다. 물놀이 하고 나와 몸 좀 말리면 비교적 보송하다.
바르깔라의 파도가 케랄라 해안 중 가장 세다고 한다. 역시나 가슴께 물이 차는 위치까지 들어갔음에도 파도가 오기 전 몸이 바닷쪽으로 한 두 걸음 빨려 들어갈 정도. 파고는 1.5m이상으로 보인다. 적당한 파도가 몇 번 오다가 한 번 쯤은 큰 파도가 불시에 찾아와 물속으로 허무하게 고꾸라진다. 경아는 이 와중에 파도에 세 번이나 휩쓸리고 마지막 휩쓸릴 때 그만 안경을 잃어버렸다. 다급한 맘에 안전요원에게 말해 보니 희망을 주려는지 50%는 밀려 나온다고 했단다. 같은 이야기를 파라솔 대여해 주는 분에게 했더니 '곤 어웨이'랬다. 잊어버리라고. 바르깔라 나가서 렌즈 맞추면 된다고.
해가 중천일 때 시작한 물놀이, 어느새 해가 바다 위에 걸릴 즈음이 되었다. 바다에서는 시간이 무척 빨리 가는 듯.
다음날 아침,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걸어서 15분 거리인 템플정션에서 꼬발람 가는 차가 10시에 있대서 참참이 짐 챙겨 템플정션에 도착했다. 그곳 사람들은 9시 반 이후에 있다하네. 가게에서 맛없는 아침을 먹고(아팜과 이디야팝. 원래는 맛있는 건데 이집 실력이...) 9시35분 온 차를 급히 탔다. 차장에게 꼬발람 물으니, 이 차는 트리반드룸까지 가는 차라고 한다. 물론 트리반드룸 버스스탠드에서 꼬발람은 매우 가까운 거리긴 하지만 직통버스가 아니라면 이리 서두를 필요는 없었는데.
90루피 하는 차표를 끊고 보니, 어? 시계가 없네. 아침에 씻을 때 침대 위에 벗어둔 기억이 난다. 차표도 끊었고 지금 릭샤 타고 들어간대도 시계가 거기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놓고 온 걸로 포기할까 릭샤타고 갔다 올까 머뭇거리는 사이 버스는 하염없이 트리반드룸으로 가고 있다.
그 시계는 알록달록한 무늬의 매우 낡은 스와치 플라스틱시계. 출처는 사실 모른다. 어디선가 주웠는데 손목시계란 게 요즘 잘 쓰지도 않고 해서 서랍 속에서 몇 년을 묵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러다 체육전담을 맡으면서 수업 시간 배분을 하는데 쓸모 있게 6개월가량 썼던 시계다. 쓰임새가 좋아 애착도 많이 갔던 물건이긴 하나, 어차피 누군가 다른 주인의 물건이었다. 또 누군가 다른 주인을 만나겠지. 시계의 여행은 계속된다. 그 시계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와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가 몇 년간 마주쳤을 뿐인 건가.
경아는 안경을 잃어버리고 여벌로 가져온 도수 있는 레논 풍 선글라스를 끼었다. 13년 전 첫 인도여행 때도 썼던 선글라슨데 이번 인도여행에도 낀다. 다른 곳 갈 때는 몽골 외에는 전혀 가져가지 않았던 것인데 용케 이번 인도여행에는 갖고 왔네. 안경 분실의 예감?
13.1. ★ 바르깔라 들어가기
알레피~트리반드룸 간 47번 도로 위 깔람바람이란 곳에서 버스를 갈아탑니다.
템플정션이란 곳 까지 타고 가면 바르깔라 비치로 걸어서 연결되고 비치에서 바르깔라 절벽까지는 또 걸어서 10분 이내.
그냥 바르깔라 시내까지 타고 가면 시내에서 오토릭샤로 바르깔라 절벽까지 80루피. 비싸군요.
13.2. ★ 바르깔라~꼬발람
템플정션에서 트리반드룸 가는 버스 타고 트리반드룸 가고, 트리반드룸의 이스트포르 버스스탠드에서 꼬발람 버스로 갈아타기.
13.3. ★ 먹는 곳과 자는 곳
바르깔라 절벽 길은 엄청 깁니다. 1km이상 되고 길 한쪽으로 음식점, 공예품점, 간이 수퍼들이 그득합니다. 저녁엔 생선을 진열해 두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조리해 줍니다. 25cm급의 대하는 두 마리 200. 바라쿠다나 청새치도 있는데 한 도막에 300~350. 청새치 한 도막 주문해 보니 샐러드와 난을 곁들여 탄두리에 구워 2인분이 충분하도록 푸짐하게 내 주네요. 손님이 많은 집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입니다.
Seaview 의 깔끔한 숙소는 1300선. 바다 안 보이는 방은 700~1000선. 리조트급들은 훨씬 비싸겠지요.
[차례]
14.1. 꼬발람에서 파도타기
마이솔 버스스탠드에서 우연히 인사한 인도인이 그랬다.
"꼬발람 알아? 정말 좋은 곳인데. 난 거기서 써핑을 자주 해."
"윈드서핑? 보드?" "당연히 보드지"
"그럼 바르깔라는 어때?" "음... 바르깔라도 좋지만 꼬발람이 최고야."
꼬발람은 원래 계획에 없었던 곳인데 이분과 한 이야기로 바르깔라를 못 가더라도 꼬발람은 가 보자 생각했다. 그러면서 온 꼬발람.
버스 내려서 해변까지는 몇 걸음 안 된다. 그 사이 멋진 숙소의 쥔아주머니가 인도하여 콘도미니엄급 숙소에 800 주고 묵었다. 가격에 비해 숙소 시설비는 엄청난 정도.
발코니 방으로 하와해변이 조망되고 밤이면 파도소리로 자장가삼아 잠 자는 곳. 이런 숙소라면 하루 정도 푹 쉬면서 시간을 보내도 좋겠지 싶어 원래 계획보다 하루 더 쉬기로 했다.
'보드를 탄다라...'
역시나 파도는 꽤 높다. 서핑보드를 타는 이들도 몇 있고, 절반짜리 보드로 파도의 포말 따라 해안선까지 타고 오는 사람은 꽤 된다. 처음 보는 보드다. 마치 수영장에서 쓰는 수영강습 보조 도구처럼 생겼다.
'야, 저거 재밌겠다.'
대여료는 시간당 100루피란다. 이 백사장에서는 파라솔, 간이침대 두개를 한 세트로 시간당 200을 부른다. 물론 흥정하기 나름이겠지만.
보드 가지고 바다로 나갔다. 동동 잘도 뜬다. 파도가 막 넘치려는 순간에 보드를 갖다 대면 그냥 넘실하고 파도를 넘고 만다. 넘쳐서 포말이 만들어질 때 잘못 보드를 갖다 대면 보드와 내가 마구 휘저어져서 콧속에 물이 한가득 들어간다. 가장 안전한 건 파도의 포말이 만들어져 해안으로 돌진해 올 때 슬쩍 뒤돌아 얹히는 것인데 그건 좀 싱겁다. 잘 타는 사람을 보니 파도가 넘쳐서 포말이 막 만들어진 직후에 파도에 등을 대고 보드를 배에 대고 파도의 포말과 함께 해안선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던데.
포말이 만들어지는 틈을 타서 나도 시도해 봤다. 보드를 너무 앞으로 굽혔나? 보드가 앞으로 꺾이더니 보드 앞이 모래에 푹 박히면서 뒤에 착 붙인 내 배를 보드가 가격한다. 억!
보드를 앞으로 굽히면 안 되는구나.
한 번은 보드를 배에 대고 살짝 위로 드는 것처럼 파도에 얹혀 봤다. 맹렬하게 전진하는 보드. 파도의 포말과 함께 해안선으로 돌진한다. 완전 자유롭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방향 전환도 된다! 이런 맛에 타는군. 하지만 성공한 건 가뭄에 콩나둣이다. 방법을 알아도 파도의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넘실 또는 와르르. 코가 물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경아가 보드를 가지고 나가더니 몇 번 고꾸라진 끝에 잘 타는 사람을 참조하고서는 한두 번 정도 멋지게 해안선까지 미끄러져 들어온다. 얼마 정도 해 보더니 재미 붙였는갑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것 있어?" "아마 있을 걸. 윈드서핑용품 파는 데."
"여름이 부산 갔을 때 하면 되지 않을까?" "우리나란 힘들걸. 동해는 물이 너무 차서 날이 아무리 더워도 물속에 얼마 있지 못하잖아. 서해나 남해는 파도가 이렇지 않고."
다음 날, 하루 종일 쉬다 오후 5시쯤 숙소 앞 하와해변에 나갔다. 이어져 있는 등대해변이 유러피언들로 북적인다면, 여기 하와해변은 현지인들이 가득이다. 보드를 두 시간에 100에 빌려서 어제 익힌 파도타기를 해 본다.
그러나 오늘은... 파도가 쉽지 않네. 과장 좀 보태서 쓰나미급의 파도가 연타로 온다. 해운대의 파도가 높을 때 2m정도였어도 무섭단 느낌은 없었는데, 겨우 허리께 오는 물에 있는데도 다가오는 파도의 모양이 리틀쓰나미 같을 때는 '저거 타는 건 무리. 그냥 고꾸라져야겠어.' 라는 체념이 먼저 온다. 동해의 해수욕장에서 보는 높은 파도의 두 배 이상 되는 넘들이 간간이 오는데, 정말 경이롭다. 하프보드로 파도를 타는 건 불가능. 이런 파도라면 풀 보드로 멋들어지게 파도타기를 하는 친구들이 생길 만도 한데.
물이 따뜻하고 소금기가 진하지 않아 몸이 파도 속에서 마구 구겨져도 좀 견딜 만 한 게 그나마 다행이다. 현지인들은 파도가 오면 몸을 던져서 파도 안에 파묻히는 걸 무척 즐긴다. 나도 보드 없이 몇 번 파도 속으로 파고들어 봤다. 그건 좀 재밌군.
14.2. ★ 생선 요리?
kingfish (민어과의 대형생선) / seerfish (고등어 과의 대형생선) / spearfish (청새치) / snapper (도미의 일종)
14.3. ★ 인도라면 3종세트 맛
Sunfeast YiPPee noodle, Maggi 2minute noodle, Knorr Mast Masala 3종 라면의 맛을 비교했습니다. 3종 다 'No added MSG' 표시가 있고 튀기지 않은 건면처럼 기름기가 적습니다. 가격은 각각 10루피,10루피,12루피입니다.
1) Sunfeast YiPPee noodle
주황포장입니다. 끓는 물 250ml에 라면 넣고 마살라를 넣고 3분간 저어주며 끓였습니다. 특이한 점으로 라면을 절대 부수지 말고 넣어달라는 조리요구사항이 보입니다.
탱글한 국수 느낌의 면발. 나쁘지 않네요. 볶음면처럼 만들어지고 짭잘, 매콤한 것이 우리나라라면을 볶아 먹는 느낌 비슷합니다. 물론 마살라향이 은은하게 감돌기는 하구요. 10점 만점에 8점.
2) Maggi 2minute noodle
노랑포장입니다. 끓는 물 210ml에 면과 마살라 넣고 2분간 끓여내면 노란 카레볶음면이 나옵니다. 면발은 사발면발. 쫄깃합니다. 조금 짜고 특징 없는 카레맛 면입니다. 아무나 먹을 수 있는 그런 맛? 10점 만점에 4점.
3) Knorr Mast Masala
녹색의 예쁜 봉지에 담겼습니다. 300ml의 찬 물에 모든 걸 다 넣고 끓입니다. 찬물이라니 의외군요. 조리 후에 면을 마르게 두지 말라는 유의사항이 보입니다.
저어주며 끓여 보니 걸쭉한 누들스프 형태가 되는군요. 부드러운 느낌의 맛입니다. 아주 약간 마살라향이 감돌고 면발은 제법 탱탱한 라면발입니다. 매기면에 비해 조금 더 맛이 난다고 할까요? 10점 만점에 6점.
[차례]
15.1. 깐야꾸마리 가는 길
트리반드룸에서 깐야꾸마리 가는 버스는 센트럴 역 앞 센트럴 버스 스탠드에서 출발한다. 꼬발람 올 때는 센트럴에서 1km떨어진 이스트포르 East fort 버스스탠드에서 출발했었다. 꼬발람 숙소 아저씨가 이랬다.
"노 다이렉 버스 투 깐야꾸마리. 트리반드룸 센트럴 스탠드 투 깐야꾸마리. 온리 투 버스 투 센트럴. 6:20 앤 7:30 오렌지 버스."
아침, 시간 맞춰 꼬발람 버스스탠드에 가니 역시나 오렌지 에어컨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날름 타서 컨덕터에게 말했다.
"위어 고잉 투 깐야꾸마리. 센트럴 버스스탠드?"
"@#$%&" 귀를 쫑긋하고 다시 들어도 안 들린다. 지명이려니.
"플리즈 탤 미 앳 더 스탠드"
버스는 7:25분 꼬발람을 출발하더니 25분 후 올 때 우리가 출발했던 이스트포르 스탠드에 선다. 그리고 내리란다.
"히얼 버스 투 깐야꾸마리?" 물으니 여기는 아니고 건너편을 가리킨다. 건너편 내려 복권 파는 아저씨께 물으니 여기가 아니고 1km떨어진 센트럴이라네. 30분에 버스가 따로 있었던 걸까?
다시 길 건너 릭쇼를 잡아탔다.
"센트럴 버스스탠드."
가까워오자 기사가 묻는다.
"웨얼 두 유 고잉?" "깐야꾸마리."
릭쇼 기사는 깐야꾸마리로 가는 버스 앞에 내려 주고 버스를 가리켰다.
"디스 버스"
미터를 꺾지 않았지만 대략 그 거리면 기본요금 거리. 기본요금에 좀 더 얹어 30루피 드리니 별 말 없네.
버스는 8시에 트리반드룸을 출발했다. 새로 공사 중인 중앙버스터미널복합상가가 외관 페인트칠은 한 상태다.
'거대한걸. 근데 복잡한 도심에 이렇게 크게 지으면 괜찮을까?'
트리반드룸부터 외곽으로 나가는 길은 2차선, 꽤나 막힌다. 제 속도를 못 내고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30여분이 지나자 외곽으로 나가게 된 듯 조금 길 사정이 좋아지더니 1시간 지나니 이제부턴 시골이다. 께랄라 주 영역 안에서는 좌파정당의 유세현장이 자주 보인다. 가스통을 놓아두고 그 아래 화덕처럼 만든 벽돌에 불 지피는 땔감이 놓인 것으로 볼 때, 가정에 가스를 보급하여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줄이자는 공약이 주된 내용인가?
2시간 얼추 지나니 창 밖에 제법 큰 바위산이 나타난다. 마치 영암의 월출산처럼 평지 끝에 솟아난 바위산이다. 땅 끝 느낌 나는걸?
출발한 지 2시간 50분 지난 10시50분에 깐야꾸마리에 도착했다.
15.2. 땅 끝의 느낌
여긴 힌두교인들 에게는 꼭 와 봐야 할 성지 중 하나지만, 우리에겐 볼거리가 그다지 없다. 인도의 땅 끝이라는 상징성? 벵골 만(안다만해), 인도양, 아라비아 해의 3바다가 마주치는 곳이라는 특이성? 아니, 중요한 게 하나 있구나. 이 아래는 망망대해 뿐 더 이상 땅이란 없다는,(남극 밖에는 없으니까) 세상의 끝을 마주하고 있다는 그런 생경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겠지.
앞바다에는 섬이 두 개다. 힌두 개혁가 비베스카난다의 기념관과 고대 인도의 시인이자 철학자인 띠루발루바의 40여m에 이르는 거대한 상이 각각 하나씩의 섬 위에 지어져 있다. 기념관도 그렇고 띠루발루바 상도 그렇고 지나치게 크다. 작은 시골마을 땅 끝 바다 앞에 이런 거대한 건축물과 인물상이라니. 꼭 포세이돈 '사당'(이라고 말한 건 그리스신화를 연상시키는 '신전'이라기엔 건축 방식이 오리엔탈스럽기에) 같구나. 북적이는 인파는 이 두 섬에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인지 부두에서부터 300m이상의 긴 줄을 서 표를 기다리고 있다.
꾸마리 암만 사원은 단층 직사각형 구조의 특이한 사원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신성하고 비밀스러운 지하 신전의 느낌이 난다. 함피의 비딸라 사원에서 처음 본 자연광이 스며드는 것을 활용한 지하 채광 형식도 보인다.
관람객들은 정해진 동선으로 움직여야 하며 신전의 중앙에 깐야 데비의 상이 비밀스럽고 촛불로 장식된 여러 겹의 문 안에 기괴하게 모셔져 있다. 얼굴을 봤을 때 느껴졌던 이질감이란.
꾸마리라는 살아 있는 여신풍습을 알고 있다. 어린 소녀를 여신으로 모셔 섬기다가 초경이 지나면 용도폐기하고 새로운 여신을 세우는 풍습이다. 그 '여신'이라는 이미지와 '미라'라는 말을 결합하면 내가 느낀 이질감이 설명되려나.
이 사원에 들어갈 땐 신발 맡기고, 카메라 맡기고 남자는 웃통을 벗고 들어간다. 남자만. 암초 위에 세운 거대한 비베카난다 기념관, 역시 거대한 띠루발루바 상, 그러고 거대한 직사각형 케이크 모양의 암만 사원. 3종세트로 신성하지만 묘하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불편함이 스멀거린다.
[차례]
깐야꾸마리에서 마두라이? 어렵다.
아침 5시 반에 첫차가 있대서 서둘러 5시20분까지 버스스탠드에 도착했다. 이런저런 차들이 왔다 가는데 님은 안 온다. 5시 반이 넘었는데도. 식수를 받는 한 컨덕터에게 물었다.
"왓 타임 마두라이 버스?" "식스 어클락"
"어? 아이 헐드 파이브 썰티, 앤드 왓 플랫폼?" "식스 어클락, 펄스트 @#$$%"
또 못 들었다. "웨얼?" "퍼스트 $%&#$"
이번엔 저 쪽으로 손짓 하며 알려준다.
이 스탠드엔 플랫폼 번호가 없다. 펄스트니까 아마 맨 앞일 텐데. 그리 가서 의자에 앉아 있는 두 분께 물어 보니, 영어를 못하시는데도 가르쳐 주려 애쓰시네.
"파이브 미닛 컴 앤 고 @#$"
5분 쯤 있다 온단 얘긴가?
경아가 차를 마시고 있는 다른 컨덕터에게 묻는다. 손짓하며 고개도 끄덕이며 좀 이야기를 하다가,
"나게르코일 가면 마두라이 가는 차가 5분 만에 있대. 일단 여기 차를 타고 나게르코일 가야 될까봐."
이런다.
그 차에 가서 마두라이 간다고 말하니 운전수와 컨덕터의 말이 다르다.
운전수는
"식스 어클락 디렉트 버스 투 마두라이.“
하며 손짓으로 플랫폼 끝을 가리키고, 컨덕터는 도시이름 하나를 대며 거기 가는 버스 많은데 그거 타고 마두라이 내리면 된다고 한다. 결국 나게르코일 가는 차에서 다시 내려 맨 첫 플랫폼으로 갔다.
"어째, 마두라이 직통으로 가는 버스가 흔치 않은가 봐."
그 때 첫 번째 플랫폼으로 버스 하나가 들어온다. 아까 물어 봤던 두 분이 버스에서 내리는 컨덕터에게로 가 뭐라 뭐라 묻더니 내게 와서 마두라이 가는 차라고 급히 알려주신다. 아까 내가 잘 못 알아들어서 답답하셨나봐. 어쨌건 5시 53분에 마두라이로 출발. 6시 50분에 나게르코일에 도착해 한참을 쉰다. 결국 나게르코일에 오긴 오는군.
나게르코일을 출발하고 얼마 안 있자니 첸나이로부터 오는 사설 나이트버스들을 속속 만난다. 밤 새 12시간을 달려 온 차들.
나게르코일을 떠난 지 40여분. 아직도 깐야꾸마리 지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시골길을 달리며 사람들을 태우니 진도가 잘 안 나간다. Aralvaimozhi 지역에 다다르자 엄청난 풍력단지가 나온다.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바람개비들. 깐야꾸마리 지역에 바람이 많은 것에 착안했나보다. 버스로 10여분을 달릴 동안 즐비한 풍력발전기. 고 개발국가에 비해 전기를 적게 쓰는 이곳이라면 충분히 전력수급이 가능하겠다.
이 지역에는 멋진 기암절벽의 산들이 많다. 평지에 솟은 만큼 더욱 신령스러워 보이는 岳山들. 정상부근에 사원이 있는 산도 보인다. 종교적 성지가 아니라면 일찍이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였겠지.
9시 넘어 띠루넬벨리에 도착했다. 출발한지 세 시간이다. 정류장에 잠시 쉬는 동안 싸모사와 고추튀김(하나 5Rs)을 샀다. 기름이 흥건히 배어나오는 건 조금 저어되지만 튀김 옷 간이 딱 맞고도 매콤하다. 게다가 싸모사 속을 채운 양파! 보통 감자(알루)싸모사가 대부분인데 양파라서 훨씬 경쾌한 매운 맛이 난다. 고추튀김도 튀김옷이 마찬가지로 가볍고 매콤하여 다른 지역에서 먹던 것과 비교가 안 된다.
"맛있으면 더 사올까? 나중에 후회 말고 더 사자."
경아가 그랬지만 처음 한 입 베어 물 때 흥건했던 기름이 맘에 걸린다. 내가 싸모사 두 개 고추튀김 두 개를 대부분 먹고 경아는 싸모사 하나와 고추튀김 약간 맛만 봤다. 원거리 이동할 때 소화기반응이 빠른 경아는 항상 주의한다. 나는 소화기가 둔감하여 웬만해도 배탈이 안 나지만.
다 먹고 20여분 쯤. 배에서 소규모 전투가 일어나는 걸 느꼈다.
'음. 역시 그 정도에서 멈추길 잘 했어.'
깐야꾸마리지역을 벗어나면 중앙분리대가 화단으로 마련된 널찍한 7번 국도가 나온다. 왕복 4차선 고속화도로다. 낡은 버스지만 7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려 주는 덕분에 지역 간 이동이 빨라져 지도상으로 이제나 저제나 가나 했던 마두라이가 성큼 성큼 가까워진다. 도로 주변의 풍경이 잘 정돈되어 있어 유럽의 어느 지방을 다닌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11시40분. 마두라이의 외곽도시 티루망갈람에 도착했다. 선거기간인지 적/흑깃발 (타밀나두 집권당기라고 한다)가 날리고 앰프에서는 로고송인 듯한 노래가 귀를 찌를 듯 울려 퍼진다.
마두라이에 도착한 건 12시 10분. 6시간 10분 걸렸다. 버스는 페리야르 버스스탠드가 아닌 북쪽 강가의 아라빨라얌 버스스탠드에 섰다. 릭샤꾼들이 버스에 붙어 다 왔으니 내리라고 난리다. 릭샤꾼 옷들이 주립운송 직원 옷과 같은 색이라 헷갈려 몇몇 분들이 내리려고 하자 컨덕터가 아니라고 승객들을 진정시킨다. 어차피 버스터미널 가까이 왔는데, 뻔히 컨덕터도 있는데 차창에 매달려 바로 내 옆에서 "마두라이, 라스트" 라고 소리치며 손님들을 하나라도 더 끌어보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 도를 지나친 느낌이다.
버스에서 내려 매점 아저씨께 물었다.
"익스큐즈미 웨얼 이즈 버스 투 페리야르?"
"아웃사이드 버스스탠드."
버스스탠드 나가니 바로 정류장이 있어서 매점아저씨께 물어 간단히 시내버스로 페리야르 버스스탠드에 도착했다.
16.1. ★ 깐야꾸마리 ~ 마두라이
깐야꾸마리 버스스탠드에는 주립운송회사 사무실이 SETC 와 TNSTC 로 나뉘어 있어 좀 헷갈렸다. SETC Enquiry 에는 마두라이 가는 첫차가 12:30분이다. 여기서 마두라이 가는 오전 첫차를 물으니 잘 대답 안 해 주고 딴전 한참 피다가 재차 물어 보니 다른 Enquiry로 가라 한다. 다른 곳은 TNSTC다. 거기 사무실서 첫차를 물었더니 5:30분에 있고 매 시간마다 있다 한다. 버스스탠드의 시각표에도 SETC의 차 시간만 있다. 이 두 오피스가 뭐가 다른지 위키에서 검색했더니 하나의 주립운송회사네. TNSTC 가 모회사고 SETC는 자회사다.
SETC (State Express Transport Corporation), TNSTC (Tamil Nadu State Transport Corporation) 모두 96년에 여러 버스회사들이 통폐합하여 만든 주립운송회산데 내부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나 보다.
[차례]
XVII. 1/20 라메스와람 Rameswaram 일일투어
라메스와람 Rameswaram 은 인도와 스리랑카의 접경지역이다. 인도에서 뻗어나간 반도가 라메스와람에서 육지와 끊어지고 다시 가늘게 이어지다 스리랑카와의 사이에 해면 아래로 내려갔다가 스리랑카에서 다시 해면위로 솟아올랐다. 인도 스리랑카 사이는 얕은 바다이고 중간중간 암초가 해면 가까이 솟아 있어 위성에서 보면 마치 거대한 징검다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지역을 아담의 다리(Adam's Bridge)라고 했나보다. 라메스와람까지는 철교와 자동차 다리가 놓여 있어 별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다.
깐야꾸마리와 마두라이에는 라메스와람 일일 투어를 기획하는 여행사들이 있는데, 깐야꾸마리는 라메스와람에서 버스로 9시간 걸리는 거리라 마두라이에서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 7시까지 오래서 사무실에 갔더니 전혀 준비 안 된 상태다. 차를 청소하고 다른 장소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다시 사무실 돌아와 사람들을 태우고 다시 다른 장소로, 사무실로 계속 사람들을 태우러 두 바퀴 돌고 기름 넣으러 갔다 오고 하다 투어를 시작한 건 8시 20분. 7시까지 나오느라 서두르며 짐 챙기고 호텔에 키핑 했건만. 투어는 전적으로 인도현지인들으로만 구성되었다. 라메스와람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고 단지 구글맵으로 봤을 때 아름다워서 무작정 가기로 한 거라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덕분에 진행도 완전 인도식, 당연히 영어 설명도 없다. :(
라메스와람으로 통하는 Pamban bridge 까지 세 시간 반 동안은 특이할 정도로 풍경이 비슷하다. 코코넛나무와 평원 낮은 건물 그 뿐. 깐야꾸마리 가는 동안과는 많이 다르다. 저절로 잠이 스르르 올 수 밖에.
라메스와람으로 통하는 팜반브리지에서 잠이 확 깨었다. 인도 반도의 꼬랑지가 보이고 하늘 빛 바다 위에 다리와 낮은 철교가 함께 놓인 풍경. 반도의 끝자락이구나 라는 실감이 난다. 그리고 섬의 해안가에 엄청난 숫자로 정박해 있는 구식 고깃배들.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열대 어촌의 풍경.
다리에서부터 타운까지 가는 길. 퇴적지형이라 그런지 토양 대부분이 모래다. 그 모래 위로 뿌리박은 코코넛과 열대 식물들이 장하게 자랐다. 특이한 야자나무가 보여 사진을 찍었다. 보통 야자나무의 잎이 길게 늘어진 데 반해 이 나무는 잎이 짧고 바짝 힘이 들어가 있어서 깡똥하다. 귀엽기도 하지.
투어란 건 무척 간단하다. 라메스와람 타운 오기 전 두어 개의 사원에 들르고 잠깐 조개관련 쇼핑센터 들렀다가 1시 50분쯤 내려준다. 4시까지 오라네.
아담의 다리까지 갔다 올 수 있나 알아봤더니 릭샤로는 적어도 세 시간, 지프로는 두 시간 반이 걸린다 하여 시간이 없다고 판단하고 포기했다.
라메스와람 타운은 전형적인 소도시의 모습이지만 사람들로 제법 붐빈다. 휴일이 지난 월요일인데도 많은 인도인 관광객의 모습이 보여 이곳이 깐야꾸마리 버금가는 인도국내관광지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대신, 타운 전체 돌아다니는 동안 본 외국인 여행자는 열 손가락 꼽을 정도라는 건, 이곳이 휴양으로가 아니라 종교적인 이유로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힌두 기복신앙은 외국인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니까.
라마나타 스와미 사원은 마두라이의 락시미 사원과 같이 네 방향의 문이 거대한 고뿌람으로 되어 있다. 북문과 남문은 공사 중. 동문 쪽으로 입장하는데, 락시미 사원처럼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고 카메라 등등의 지참이 불가능하기에 구지 들어가지는 않았다. 사원 밖 아그니 티어탐은 바다를 해수욕장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건축물의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바다와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은 뿌자를 위해 성물을 사고 바다에 흘려보내며, 몸을 씻으러 바다로 들어간다. 깐야꾸마리에서도 비슷한 풍경을 보았다. 이분들 나름으로는 성스러운 물이라서 몸을 담그고 싶어 하는데, 깨끗한 척 하는 우리들은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먹을 곳을 찾아 타운을 돌아다녀 봤지만 어촌임에도 불구하고 생선을 조리하는 집이 도통 없다. 힌두 성지라서 그런가? 식당들 모두 간판에 veg. 를 써 두었다. 타운을 다 돌아보고 나서야 찻길 가에 한 군데 non-veg 식당을 찾았다. 사람들은 다 여기 모여 있나? 북적여서 줄을 서야 한다. 한 십분 기다리니 자리가 났다.
메뉴판에 Fish-variety 30to200 있기에 물어 보니 여러 생선을 보여주고 고르면 프라이해 준단다. 생선 크기 따라 값이 다르다고. 역시 주문해 보니 양념한 여러 생선들을 가지고 온다. 한 뼘쯤 되는 정어리류 생선은 90루피, 더 큰 민어류 생선은 130이다. 민어류 하나 시키고 프라운 프라이 하나 시키고 플레인 라이스를 시켜 먹었더니 생선국물, 커리반찬, 3종 야채반찬을 떠 준다. 사람들이 왜 북적이는지 알았다. 반찬이 참 맛있고 깔끔하다! 생선구이도 푸짐하여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옆 자리의 사람들 대부분은 밥을 두세 번씩 리필해 먹는다. 종업원들은 밥과 반찬을 갖고 다니며 모자라냐고 수시로 물어 보아 채워 준다. 정식(밀즈)하나에 채식은 60, 생선은 90, 치킨은 100인데 밥과 기본 반찬이 무한리필이고나.
4시가 돌아오는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다 모인 건 4시 50분. 라메스와람에서 마두라이까지는 빨리 가도 네 시간이다. 10시 밤차를 마두라이에서 예약했기에 마음이 달아 있는데 차가 갈 생각을 하지 않아 답답해 발을 동동 구르다, 같이 타고 온 아저씨(여유 있는 모습과 세련된 말투, 브라만이라네.)께 이야기를 꺼내니 그분은 9시 차로 첸나이 가야 한단다. 우리보다 더 급했던 건데 전혀 내색 않으셨다.
운전기사님도 사람들이 제시간에 안 오자 크게 내색은 안 했지만 짜증이 난 듯 했다. 올라오는 길엔 차 마시고 화장실 가러 잠깐 정차한 걸 빼고는 앞차를 계속 추월해 가며 줄곧 달려 조금 빠른 8시 30분에 도착했다. 다행히 브라만 아저씨도 차 시간에 늦지 않게 탈 수 있었고 우린 여유가 남아 스리 미낙시 사원 서문의 야경도 찍고 주전부리꺼리 챙길 시간도 충분해 여유 있게 마두라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라메스와람 버스스탠드에서 라마나타스와미 사원은 3km 정도다. 릭샤나 시내버스를 타면 되고 대부분 숙소는 이곳에 있다. 기차역에서도 3km 정도. 라메스와람까지는 기차를 타고 오는 게 훨씬 낫다. 일단 라메스와람 오면 볼거리란 건 별로 없고, 아담의 다리까지 릭쇼나 지프를 빌려 갔다 오면 되니, 직접 일일 투어를 만들어 봐도 좋을 듯.
기차는 라메스와람 익스프레스 16734 열차가 운행하며 슬리퍼가 300루피, 에어컨 3층침대가 1000루피 선이다. 하지만 일반 의자 객차가 운행하는 걸 봤으니 앱으로 검색 안 되는 다른 열차도 역에 가면 있을 듯.
[차례]
폰디체리 박물관에 갔다. 10년 전 가이드북엔 무료. 하지만 지금은 내/외국인 10/50Rs. 자그마한 건물에 오밀조밀 고고학 유물과 청동 유물, 유리와 비드들, 식민시대의 가구, 탈 것들을 전시했다. 전시 상태는 전형적인 저개발국 박물관처럼 초라하고 낡은데다 방치된 느낌이다. 박물관에서 유일하게 시선을 끈 작품은 시바가미 암만 (Sivagami Amman) 여신의 많은 상 중 한 작품. 다른 상들은 얼굴이 둥글고 풍만한 스타일로 푸근함이 강조된 반면 이 상은 입 끝과 눈 끝이 살짝 올라가고 허리와 둔부로 이어지는 흐름이 매력적인 독특한 상이었다. 다른 여신상의 분위기가 모두 비슷한 데 반해 이 작품만 다르다는 건 뭘까? 작가가 짝사랑하던 여인을 모델로 한 것일까?
날이 무척 뜨겁다. 박물관을 나와 해안도로를 걸었다. 벵골만해의 거친 파도가 해안가 바위에 부딪힌다. 스리 오로빈도 아쉬람 개관시간(2pm~6pm)을 기다리는 동안 HM Kassim salai 도로에 있는 핫브레드에 들렀다.
크라상,패스트리,케익 두 조각과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20여 일간 남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먹었던 커피와 크라상 중 가장 맛있는 것이 나왔다! 여행 중 먹은 크라상들, 떡지고 두툼한 맛이 대부분이었다. 여기 크라상이 드디어 제 크라상 맛이 나는구나! 그리고 카푸치노, 보통 아메리카노에 우유+거품이지만 이곳의 커피는 마치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타 거품을 낸 느낌이다. 첫 모금에 확 퍼지는 짙은 커피의 쓴 맛,향. 어찌나 짙은지 한잔을 다 마실 즈음엔 살짝 부담될 정도였으니. 불과 30루피에 이런 맛의 카푸치노를 낼 수 있다니. 오로빈도 아쉬람 개관 시간까지 한 시간 반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쉬었다.
오로빈도 아쉬람은 경건, 엄숙, 신성. 오로빌 가는 길을 물으니 오로빌 방문 유의사항이 적힌 코팅지를 내민다. 읽어보니 이런저런 유의사항들. 영성은 곧 유쾌함이라 알고 있는 내겐 너무나 높은 접근장벽사항이고나.
해안로 따라 한참 걷다가 르 카페 커피하우스에서 또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시켜 벵골만해의 거친 파도를 보며 또 휴식했다. 볕이 뜨거워 자꾸만 그늘을 찾게 되는데 그늘만 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주니 살 만하다. 이곳의 커피 역시 짙은 향이 일품이다. 아메리카노를 시켰지만 에스쁘레카노(^^)가 나왔다. 카페라떼 역시.
커피와 크라상의 폰디체리로구나. 프랑스풍 거리로도 유명하지만 빵과 커피도 정통 프랑스식인가? 진짜 프랑스에 비해 놀랄 만큼 저렴하구나.
짧은 시간 동안 구시가지를 돌아다녀 봤다. 구시가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H.M Kassim salai 길 말고는 버스가 다니지 못하게 되어 있고 해안도로인 Goubert Avenue와 H.M Kassim salai 사이의 거리(화이트 타운 지역)는 프랑스 식민 시대 풍의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쪽은 오토릭쇼도 다니지 않아 산책하기에 쾌적했다. 저녁시간이 되자 해안도로 구베르 애비뉴 전체를 차량 통제하여 거리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러 나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저녁 때 가보지 않았으면 이 거리의 진면목을 못 볼 뻔 했구나.
라메스와람 투어에서 만난 브라만 아저씨는 폰디체리를 '니트 앤 클린' 이라 평했지만 사실 그 표현에 해당하는 곳은 화이트 타운 지역뿐이다. 버스스탠드 부터 구시가지는 전형적인 북인도 스타일. 화이트 타운 지역 곳곳에 이런 표어가 눈에 띄었다.
"Pondichery isn't the same when you litter."
폰디체리가 깨끗하다는 데 자부심이 묻어나는 저 표어와, 짙은 방뇨 향기와 오물 향이 범벅된 화이트 타운 외의 지역 현실이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화이트 타운 외의 지역은 폰디체리가 아닌 건지.
뭐, 그런 지극히 인도스런 부분을 제하고 나면 폰디체리는 하루 이틀 정도 '쉬어' 가기에 멋진 곳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도착하고서 너무 볼 것이 없어 남인도여행 중 유러피안들이 상당히 많이 보이는 데 대해 의아했지만 하루 온전히 있어 보니 이해가 된다. 유러피안들에겐 먹을 것 많고 살 것 많고(구시가의 MG road area), 쉴 만한 데 많은 도시니까.
[차례]
폰디체리에서 떠나는 5시 반 차는 우연히도 에어컨 무정차 버스여서 겨우 1시간 30분 만에 마말라뿌람에 도착했다. 급행이라 읍내 외곽에 내려주니 릭쇼비 50루피가 들긴 했지만. 일찍 숙소 잡고 더워지기 전에 사원 답사에 나섰다.
숙소에서 몇 걸음 나가면 마말라뿌람 해변이다. 해수욕장으로 특화된 건 아니고 고깃배가 모래장에 놓여있는 모습이다. 파도는 멀리서부터 높고 자주 쳐서 수영하기엔 적합지 않고 파도와 놀기에 딱이다. 조~기 앞서 앞에 해변사원이 보인다. 파이브 라타스 사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곳. 사원은 생각 외로 소박했다. 시원한 아침이라 700m 정도 떨어진 파이브 라타스 사원을 먼저 가 봤다. 마말라뿌람 읍내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소도시 관광지 느낌이다. 주차장이 크고 길 가로 민속공예품점들이 늘어서 있다. 길은 깨끗하고 잘 정비되어 있다. 여타 인도의 관광지와는 좀 다른 분위기다.
파이브라타스 사원은 다섯 개의 '라타'가 있는 사원. 라타는 산스크리트 언어로 '전차'라는 뜻으로 사원의 각각 건물은 전차를 본따 지어졌다. 각각의 건물은 하나의 돌을 조각하여 만든 것이다. 해변의 바위덩이들이 인간의 손을 거쳐 성스러운 사원이 되었다. 라타스 사원을 나와 읍내 쪽으로 좀 걸으니 사원 군이 있는 돌산 산책로가 나온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각종 동굴사원, 암석사원들을 방문할 수 있게 배려해 놓았다. 길 따라 쭉 걸으면 너른 잔디밭이 나오며 경사진 너럭바위 위에 위태하게 보이는 거대한 버터볼(!)이 뜬금없이 멈춰 있다. 아, 설악산 흔들바위보다 쬐끔 더 재미있는 모양. 왜 이 거대한 둥근 볼이 경사로를 내려오다 여기서 멈춰 섰단 말인가.
사원군이 있는 돌산은 마치 시민공원같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몄다. 편안히 오후를 쉬고 갈 수도 있겠다.
원래 함피 같은 유적지를 생각하고 아침 일찍 들어와 1박 하며 천천히 돌아보려 했는데 지금 시각이 10시50분. 어쩌나. 얼추 다 갔다 왔네.
저녁에 해안사원에 다시 다녀왔다. 천년의 시간 동안 모진 해풍에 풍화되어 사그라지는 조각들. 또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연석처럼 무뎌지겠지. 무뎌져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버터볼 있는 공원(?)의 뒤편, 아침에 가지 않았던 티루무티 동굴사원이 있다 티루무티의 신상들은 제법 보존이 잘 된 편이라 생생하다. 신이 모셔진 방을 경호하는 남자의 얼굴 표정이 살아있기에 사진에 담고 나니 유적 안전요원이 이제 다들 나가라고 호각을 분다. 문 닫는 시간도 있네?
밤엔 인디아 댄싱 페스티벌을 관람할 기회를 잡았다. 12/23~1/25일에 걸쳐 매일 17:30~20:30에 열린다. 주 정부 주최인 것으로 보이며 해안사원으로 가는 부지 안에 큰 무대를 차리고 의자를 놓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오늘은 첸나이에서 온 댄싱팀의 공연을 지켜봤다. 남자보컬의 흐느끼는 듯한 음률과 바이올린, 타악기들의 인도 전통음악 연주에 맞춰 전통무용을 춘다. 손가락 발목, 발가락, 눈짓, 표정 등등이 살아 움직이는 춤. 옛 조각들에 새겨진 무희들이 살아 나와 춤을 추는 듯한 흡인력에 넋 놓고 한 시간 이상 봤다. 얼마간 비디오로 기록하다가 기록하느라고 춤에 집중을 못할까봐 스맛폰을 집어넣고, 그러다 멋진 손발놀림이 나오면 황급히 꺼내 찍고 하기를 여러 차례. 나중엔 찍기를 포기하고 춤에만 집중해서 관람했다. 물 흐르듯이 움직이는 부드러운 곡선, 가끔씩 강한 리듬에 따라 힘 있게 뻗는 손발. 힘있게 손을 내지를 때는 마치 무술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코친에서 까따깔리 공연을 본 경험이 좀 더 쉽게 인도전통무용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차례]
첸나이로 진입하는 시 외곽지역에는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어떤 길 가 아파트는 경비원을 두고 진입 대문을 크게 만든 곳도 있다. 아직 시내는 멀었는데 도로가 넓고 깨끗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별 거 아닌 것처럼 그냥 지나갈 풍경도 인도니까 특이하게 여겨진다.
길 가 틈만 보이면 쌓이는 쓰레기들이 여기엔 없다. 지금 시간이 10시니, 아침에 치우긴 치웠겠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깨끗하다. 인도여행 중 가장 깨끗하게 여겼던 곳이 께랄라 주도 트리밴드럼이었는데 이곳은 마치 한국이나 대만 수준인 것 같다.
에그모어역 부근과 정부 박물관 등 다운타운 지역은 비록 방뇨향(^^) 여전하지만, 새로이 조성되는 지역들은 고청결을 유지하는 것 같다. 시내 중심부에서 10분만 나가면 정돈된 거리와 깨끗한 건물을 볼 수 있으니. 방콕이나 싱가폴 시내 같다. 승용차, 릭쇼, 버스들이 엉키긴 하지만 마비될 지경은 아닌 그런 느낌? 단점이라면 글로벌스럽게 개성이 없어진다는 것이겠지. 부도심인 해안 쪽에는 대형 쇼핑센터들도 보인다.
버스가 시 외곽, 20km쯤 왔을 때부터 길은 널찍한 4차선으로 뻗었고 아직 시 외곽인데도 차들이 부쩍 많아져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막힌다. 지도에 메트로가 표시되어 있었지만 그건 공사 중인 구간이다. 도로 위로 오버브리지가 놓이고 역사 공사가 한창이다. 마말라푸람을 출발한지 두 시간 반 만에 외곽의 메인 터미널(꼬얌베두)에 도착했다. 이렇게 차가 막히니 센트럴에 있던 터미널이 외곽으로 갈 수 밖에 없었겠지.
꼬얌베두 터미널은 시내버스, 시외버스 터미널로 나뉘어 있고(서로 붙어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사설 여행사버스 터미널이 있다. 여행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터키의 버스터미널을 연상시킨다.
첸나이에서 구글 지도의 대중교통 길 찾기를 처음 써 봤다. 시 외곽의 터미널서부터 정부박물관까지 가는 버스를 찾으려 몇 가지 앱을 다운받았는데 다 시원치 않다. 혹시나 하고 폰의 구글지도 대중교통 길 찾기 기능을 써 봤다. 아! 잘된다.
꼬얌베두에서 정부박물관까지 가는 버스번호와 걸어가야 하는 경로까지 표시되는군. 그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정부박물관 가는 버스를 물었더니 과연. 구글 정보가 맞다.
그런데 100%구글만 믿는 건 위험하다. 에그모어역에서 성 토마성당 가는 버스를 찾아 봤더니 X22C 를 타란다. 근데 잠깐 지나온 시내지만 X로 시작되는 버스는 없었던 것 같은데?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리시는 나이 지긋한 분께 물었다.
"x22c버스 스탑스 히얼?"
내가 보여드리는 구글 맵의 버스 경로를 한참 보시더니 그런다.
"소우, 웨얼 두유 원투 고?"
"세인트 토마 바실리카."
하며 가이드북의 사진을 보여드렸다.
"아이 씨, 히얼스 노 넘버 22 버스. 유 고 투 어퍼짓 사이드 테익 27D 버스. "
길 건너편 에그모어 역쪽에서 타라시네. 말씀해주신 버스는 30여분 후 정확히 성 토마 성당 앞에 섰다. 물어 보지 않고 멍청히 버스를 기다렸다면 낭패를 봤을 거다. 구글맵은 참고용. 구글맵에 나온 지명 등등을 알아 두면 버스 물어보기도 쉽고, 상대방이 대답하는 내용 알아듣기에도 쉬우니 구글맵을 잘 쓰면서 현지인에게 물어보기도 한다면 불편 없을 테지. 워낙에 영어도 잘 통하고 (너무 빨라서 못 알아들어서 문제 ^^) 친절하게 가르쳐 주려고들 하시니. 버스에서 뭐 물어 봤더니 버스기사까지 세 분 정도가 서로 이야기하며 알려주기도 하고, 릭샤꾼이 끈질기게 따라 붙어 내가 타려는 버스가 없다고 하자 지나가는 분이 그 버스 바로 저기 있어요. 툭 던지도 길을 가기도 하고. 흥정이 안 되어 릭샤에서 내리자 정류장에 있던 분이 관심 가지면서 가는 버스와 갈아타는 곳을 상세히 말씀해 주시기도 하고. 낮에 도착해서 밤차로 떠나는 스쳐가는 도시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은 분들의 도움을 음으로 양으로 받고 간다.
[차례]
낡은 버스로 털털거리며 하이데라바드에 도착했다. 도시 이름의 어감이 주는 산뜻함과 달리 하이데라바드는 시 외곽지역부터 교통마비다. 사람, 오토바이, 릭샤, 승용차, 버스가 한데 어울려 차선 없이 뭉쳐서 간다. 10여 년 전 델리나 아그라에서 느꼈던 교통'죽' 상태다. 대도시가 운영되려면 그만큼 교통시스템이나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할 텐데, 이곳은 길 한가운데 버스가 서서 사람을 내리기도 다반사, 버스가 정류장에 서기 전, 조금만 막혀 있다 싶으면 맘대로 타고 내리는 수많은 사람들, 양보 없이 달리는 릭샤들. 도시 곳곳이 이런데 교통사고는 얼마나 많이 나겠나. 도착해 하루에만 사고를 두 건 봤다. 지금까지 여행 중 복잡한 도시에서도 한 번도 못 봤던 접촉사고를. 릭샤와 낡은 버스에서 뿜어대는 매연도 심해 편하게 걷기 힘들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있지 않으면 언제든 사고가 날 상황.
저녁에 버스를 타고 샤미나르와 그 부근의 마스지드와 바자르에 다녀왔다. 엄청난 매연 때문에라도 쉴 곳을 찾아야 했다. 마스지드에 들어가기 위해 경아는 스카프를 빌렸다. 웬만한 머릿수건으로는 안 된다. 마스지드 마당에 들어서니 이제 좀 정신이 든다. 마당은 무슬림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런 복잡한 거리에 청량제 같은 공간이다.
버스 타고 숙소에 오다 보니 무슨 박람회 같은 걸 하고 있다. 온갖 잡화 박람회다. 생활용품부터 아이디어 상품, 주방도구, 가전제품에 심지어 자동차, 오토바이, 하이데라바드 메트로 소개관까지. 장르를 특정하기 박람회다. 입장료도 20루피나 되네. 엄청나게 넓고 사람들도 엄청 많이 구경 와 있다. 뭐, 슈퍼울트라그레이트 야시장이라 하면 딱 맞겠네.
우리가 묵고 있는 임페리얼 호텔은 전형적인 역 앞 호텔. 겉보기에 많이 허름하다. 현지인들이 대부분 이용하고 시설에 비해 값이 좀 비싼 편이다.(700루피) 하지만 허름한 시설이지만 관리가 꽤 잘 되어 깨끗한 편이고 24시간 체크아웃이라든가, 체크아웃 후에 짐을 맡아 줄 때 안전에 신경 써서 보관창고에 넣고 문을 잠그는 등의 서비스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호텔 옆 고비레스토랑이라는 곳에서 북인도와 남인도식 밀즈를 하나씩 시켰더니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제대로 된 정식(탈리)가 나왔다. 값은 북인도 것이 150루피, 남인도 것이 80루피다. 북인도 탈리에는 주 반찬으로 치즈(파니르)가 나와 맛이 풍부했고, 남인도식에서는 코코넛밀크와 칠리를 주로 사용해 매콤하고 고소했다. 지금까지 여행 중 먹은 탈리가 이상했던 건 아니지만, 이곳의 탈리는 가이드북에서 보는 것 같은 비쥬얼이다. 둥근 쟁반에 바나나 잎을 깔고 둥근 종지 여러 개에 반찬이 담겨 나오고 차파티 두 장과 파파드 한 장이 얹힌 바로 그 그림.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최상이고. (물론, 인도식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지, 절대적으로 최상의 맛은 아니고...^^)
하이데르바드가 남인도 최고의 밀즈로 유명하다더니 허언이 아닌가보다.
[차례]
하이데라바드에서 아우랑가바드로 올 때 에어컨 침대버스를 탔다. Redbus.in 사이트에 해당 구간에 같은 회사(OMER Travel)의 넌 에어컨 의자, 에어컨 침대의 두 종류 버스만 있어 어쩔 수 없이 타게 된 버스다.
침대칸은 넓은 편이고 언제 빨았는지 모를 진한 색 시트가 깔려 있다. 차마 그냥 머리를 대기에 거시기하여 손수건을 머리 밑에 깔았다. 버스가 출발하자 강력한 에어컨이 휘감는다. 처음엔 좋았지만 점점 추워진다. 경아는 셔츠 위에 점퍼를 입고, 얼굴은 손수건과 모자로 뒤덮고 눕는다. 나도 점퍼를 껴입고 누웠다. 버스 중앙에서 강력한 에어컨 바람이 커튼을 때려 커튼이 불룩하게 침대칸 안으로 들어온다. 커튼 새로 차가운 바람이 계속 들어온다. 차에서 제공한 담요를 덮으니 좀 괜찮다가 이내 발이 시려서 새우잠을 자게 된다. 이거 원... 덥지말라고 만든 버스니 춥다고 뭐라 할 수도 없고.
한 잠 자고 나니 휴게소다. 저녁을 먹는지 한참동안 서 있었다. 시동은 여전히 켜 두었지만 에어컨을 꺼두니 좀 살 만 했다. 그러나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도 계속 에어컨이 꺼져 있으니 이젠 더워진다. 입었던 점퍼를 벗고 담요를 치운다. 그런데도 목덜미와 머리 뒤통수에 땀이 난다. 아까완 달리 에어컨이 필요한 상황.
좀 있다 에어컨이 켜졌다. 시원했던 건 5분 정도. 다시금 추위가 엄습한다. 점퍼입고 커튼 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으려 커튼을 여몄지만 역부족. 커튼이 마구 팔랑거린다.
한참 있다 커튼 자락을 침대매트 사이에 넣는 방법을 알아내 커튼의 습격은 막았지만 여전히 발이 시린다. 꿈도 온갖가지 잡꿈을 다 꾼다.
이게 뭐냐. 돈만 비싸고 춥거나 아니면 덥거나 둘 중 하나라니.
Non A/C 침대차는 창문을 열 수 있어 온도조절을 했건만, 그러다 새벽 되면 추워서 옷만 껴입으면 되었건만. 에어컨 침대 버스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
[차례]
23.1. 버스 안에서
다울라따밧 성에 가려고 CBS(센트랄 버스스탠드)에서 엘로라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도착하자 모든 사람이 우르르 뛰어가서 꾸역꾸역 버스 문에 들어간다. 나도 경아도 밀려서 버스 안으로 흡입되었다. 아, 이게 바로 인파(인간파도)란 거구나.
젊은이 몇몇은 먼저 들어간 친구들이 수건을 던져두고 "리저브드 시트"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세 번째로 그따위 소리를 듣고서는 걍 무시하고 웃으면서 "말도 안돼. 예약석이 어딨어" 라고 우리말로 지껄이며 앉았다. 차창 밖의 녀석이 자기 자리라고 하는 걸 또 웃으며 걍 무시하고 수건을 옆으로 밀었다. 그 때 아주머니 한분이 수건을 보고 묻는다.
"$%&*-?" (해석: 이 자리 있는 거예요?)
"아이 돈 노우 ^^"
결국 아주머니 두 분이 끼어 앉고, 수건 주인은 나중에 들어왔다가 두 명의 아짐씨가 앉은 걸 보고 머쓱해져서 수건을 갖고 갔다. 오호라.. 이 많은 사람들이 버스 자리에 앉으려 그렇게 깔때기에 죽 들어가듯 탔는데, 뻔뻔하게도 자리 찜이라니?
23.2. 다울라따밧 성
버스에서 내려 잠깐만 진행방향으로 걸으니 차들이 많이 주차해 둔 곳이 보인다. 일요일이라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다울라따밧 성. 거대한 성문과 성벽을 지나자 두 번째 성문과 성벽이 나온다. 아, 이중 성벽이구나. 수비를 강화한 성벽인걸. 두 번째 성문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길이 꺾어지면서 그 끝에 너른 공터가 나오고 정면으로 찬드미나르탑이 보인다. 어제 하이데라바드에서 골콘다요새를 봤던 터라 생각보다 별 것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터라고 생각했던 곳은 옛 건물들이 스러진 터였다. 직사각형 단처럼 보이는 곳에 올라가니 세상에, 엄청난 크기의 물탱크가 나온다. 탱크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지만 사람이 안전하게 밟고 내려 갈 폭이 아니다. 깊이는 얼추 잡아도 13~4m다. 가장자리에 서면 움찔한다. 물탱크를 지나 회랑이 있는 건물의 너른 마당에 들어섰다. 건물 중앙부는 지금 힌두사원으로 쓰이고 있다. 중앙부의 기둥들이 무척 아름답고 저마다 제각기 다른 조각형식을 보이는 게 이색적이다.
회랑이 있는 건축물까지 보고 그냥 나오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두들 더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더 위로 가 봤자 산꼭대기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여 올라가지 않으려던 것을,
"사람들 다 올라가니까 조금만 올라가다 내려가 보자" 란 말에 올라가기로 했다.
어라? 또 나오는 높은 성벽과 성문.
'어? 3중성이야?'
성문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거대한 해자로 둘러싸인 거대한 성이 또 나온다. 성은 4중성으로 되어 있는 거였다. 가장 안쪽 내성은 거대한 자연암반을 토대로 하여 그랭이공법으로 성을 쌓아 올렸다. 골콘다에서 본 것과 비슷한 공법. 해자에는 물이 차 있고 녹조가 가득하다. 해자를 가로지르는 길은 오르내리막 계단 끝에 좁은 구멍을 통해 성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공격용으로는 열어 줘도 못쓸 통로다. 구멍을 통해 성 내로 들어갔는데, 이전엔 칠흑 같은 어둠의 통로가 앞에 나온다. 암벽의 내부를 파서 만든 이 통로를 통해서만 성 내에 있는 차니마할이라는 건물에 들어가는 거다. 관광객용으로 외부 계단을 만들어 두었지만 내부를 통해 올라가니 라이트 없이는 한발자욱도 움직일 수 없다. 이런 어둠의 통로가 중간 중간 외부와 연결되며 산꼭대기로 이어지는데 중간 쯤 위부터는 전등을 달아 두어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얼마 쯤 올라가다 내려왔다. 아우랑제브 무덤이 있는 쿨다밧으로 이동하며 다울라따밧의 전경을 보니 영락없는 컵케이크 모양이다. 직각의 암벽 위에 성을 쌓았고 성 안은 바위산과 어우러진 미로의 요새. 건축면에서 예술적인 부분이 두드러졌던 게 골콘다 요새였다면 이곳은 진정한 방어용 요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차례]
24.1. 엘로라
너무나 많이 들어 본 이름이지만 느낌상 막연히 석굴사원군이라는 정도 밖에 알지 못했다. 미리 찾아본 정보와 사진들을 보아도 확실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엘로라 사원 공원(정말 공원 느낌이다.)에 들어서자 맨 처음 눈에 띈 건 카일라사 사원이었다.
'거대한 하나의 암반을 위에서부터 깎았다.'
라는 설명으로는 당최 느낌이 오지 않을 것이다. 돌을 깎아 만들었다고? 이렇게 거대한 사원을? 높이 35m의 암반을 46m너비로 사원 모양을 만들며 85m까지 파 들어가 이 모든 사원을 만들었다는 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이다. 위에서부터 깎아내려갔기 때문에 일체의 지지 장비(비계)없이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치밀할 수 있다니. 얼마의 신심이기에 이런 대 역사를 할 수 있는 것일까.
1~12번 동굴은 불교 사원이어서 가운데 불상이 있고 때때로 좌우에 힌두의 신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보살상들이 보인다. 흐르는 선의 아름다움이 매력적이다. 힌두 신상들은 인체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어 성적인 매력까지 나타나도록 표현되어 있는데, 불상에 그런 면이 보이는 건 생경하지만 자연스럽기도 하다. 힌두 사원은 대부분 시바를 주신으로 섬기는 사원이다. 시바의 상장인 링감을 주신의 위치에 놓고 시바가 타고 다니는 소 난디가 시바링감을 바라보고 있는 구조다. 양 옆에는 힌두 신화의 내용들이 부조로 표현되어 있다.
독특한 작품으로, 링감에서 태어나는 시바를 창조신 브라흐마와 유지의 신 비슈누가 경배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보고 불현듯 든 생각.
"그러니까 철거전문업자의 탄생을 건축업자와 유지보수업자가 축복하는 거구나."
이런 건 불경한 거겠지?
엘로라 힌두 사원을 죽 보다 28번 사원 앞에서 길이 끊겼다. 카드 파는 아저씨 도움으로
언덕 위로 향하는 옛 사원 길을 찾아 호젓한 길을 즐기기도 했지만 뜨거운 태양 아래 기력이 소진해 간다. 자이나교 사원을 보려면 이 길을 따라 2km이상 걸어야 한다. 결국 28,29번 힌두사원부터 자이나교 사원인 30~34번 사원 탐방은 포기하고 카일라사 사원으로 돌아갔다. 카일라사를 언덕 위에서 보는 건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 높은 곳부터 깎아내려갔단 말이지.... 카일라사에서 지친 몸이 널브러지도록 쉬고 엘로라를 나왔다.
24.2. 아잔타
아잔타 초입, 주차장 같이 되어 있는 곳에서 시설이용료 10루피 표 끊고 셔틀 타는 곳으로 가는 길. 길 가는 미니 바자르다. 그 뭐, 관광지 가는 길 양 옆에 도열한 그런 종류의 상점들. 셔틀 타는 곳은 현지인들, 특히 학생들로 인파가 대단했다. 셔틀이 30분마다 있다던데 무슨 말씀, 사람이 꽉 차는 대로 바로 떠난다. 잠깐 달려 아잔타입구에 도착했다. 경주 가면 수학여행 온 학생들로 가득이듯이, 여기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도 엄청나다. 입장료가 저렴해서일까? (현지인 10루피) 우리가 가는 관광지마다 인도 현지인들로 가득이다. 대부분 현지인은 외국인 가격의 1/20 선이다.
아잔타의 석굴은 조각도 유명하지만 특히나 벽화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곳이다. 멀리는 무려 2천년 이상을 견뎌 온 벽화들. 1819년에 세상에 공개될 때 까지 먼지 아래에서 완벽하게 보존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벽화란 게 회칠한 벽에 색을 입힌 거라 온도와 습도변화에 민감하기 마련. 지금은 심하게 훼손된 상태여서 카메라 플래시 사용을 금하고 있다 하는데... 글쎄. 나처럼 문외한인 자들이 벽화를 봐 봤자 얼마나 볼 것이며,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우르르 몰려 나가는 어린이들이 벽화의 가치를 얼마나 알 것인가. 아잔타 석굴 사원은 짧은 거리에 석굴이 일렬로 모여 있다. 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며 석굴에 들어가 관람한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석굴의 경우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체증이 생기기도 한다. 일부 올라오는 사람은 내려오는 사람용 공간으로 비집고 올라와 새치기를 하려고 한다. 마치 거리에서 체증 생길 때 오토바이와 오토릭샤 행동과 꼭 같다. 반대 차선으로 잽싸게 비집고 들어가 마주 오는 차와 만나 더욱 체증을 만드는 그런. 경우에 따라 도떼기시장 같다. 이게 어둠과 일정한 습도 속에서 철저히 보존되어야 할 천 오백여년 전 고대벽화가 있는 사원의 모습이라니.
엘로라는 먼 거리에 걸쳐 석굴들이 공원과 같이 펼쳐져 있어 별 관심 없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놀면 그만인데 아잔타는 짧은 거리에 일렬로 석굴이 늘어서 있으니 더욱 혼잡한 것 같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차분히 예쁜 사진을 만들어볼까 했었는데,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강 석굴을 둘러보고 2시경 발굽 모양 협곡 안쪽에 솟아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아쉽게도 태양이 정오를 지나 20~30번 굴 위에 올라 있다. 역광. 1~20번 굴은 아름답게 찍혀지지만. 아침에 올라왔으면 모든 굴을 예쁘게 찍어 파노라마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차례]
뭄바이CST역(구 빅토리아역)에 내린 게 아침 6시다. 주변에서 숙소를 구하려 했는데 1000~1200짜리 싼(?) 숙소는 풀. 2천 넘는 방만 있다. 삐끼 아저씨도 못 찾는다. 마지막으로 1400짜리 숙소가 있다고 우리에게 제안했지만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거절했다.
"이즈 데얼 매니 호텔즈 인 뭄바이 센트랄?"
물으니 그렇단다.
"이프 위 캔낫 파인드 버젯 호텔, 위 슏 고 투 뭄바이 센트랄."
하니 그도 동의한다.
새벽에 짐 지고 끙끙대며 처치게이트 역까지 걸었다. 혹시나 처치게이트 주변에 숙소가 있나 하고. 하지만 없다. 가는 길은 공원과 상업지구들.
처치게이트에서 뭄바이센트랄까지 열차로 이동해 센트랄 앞 거리에 가니 역시나 삐끼 아저씨가 붙는다. 방 찾냐고. 너무 먼 곳의 호텔을 추천하기에 우리가 알아본다면서 알아본 게 800짜리 욕실 딸린 토굴. 이런 방에서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긴 너무 아쉬워.. 하고 다른 곳을 찾았다.
센트랄 앞이라 역시 저렴한 숙소(알고 보면 3평 남짓한 토굴들이지만)가 많지만 저렴한 방은 모조리 풀이다. 발길을 돌려 다른 거리를 찾아가서 조금 한적한 호텔 값을 알아보니 2500이란다. 헉. 또 다른 길 가 허름한 호텔에 들어갔더니 3000이상 되는 요금표를 내민다. 노땡큐.
토굴을 벗어난 호텔은 무조건 2천이 넘네?
길 가던 아주머니가 추천해 준 끔끔호텔. 트립 어드바이저 추천 숙소 스티커도 붙어 있다.
"이즈 데얼 더블 룸?"
"두 유 북더 룸?" "노우" "올 룸이즈 북트 나우"
이 집 역시 2500~3000이다. 모조리 어마어마한 가격을 부른다. 이러면 어쩔 수 없지. 여행 첫날 묵었던 구세군으로 가는 수밖에.
여행 동안 구글맵을 활용해 시내버스를 타는 법을 다른 도시에서 익혔기에 뭄바이에서도 써 보니 가까운 정류장에 꼴라바로 가는 버스가 있네. 버스 번호가 독특한 힌디 문자라 좀 어려웠지만.
구세군에 남아 있는 유일한 더블 룸은 에어컨 더블, 욕실포함. 들어갔다. 지금까지 보던 숙소와 질적으로 다르고 깨끗하고 넓다. 지화자~
29일 아침부터 30일 밤 11시까지 뭄바이에 있어야 하니까 이틀 꼬박 있는 셈이다. 뭘 할지 딱 목표를 정해 두지 않고 있었다. 아침에 숙소 찾느라 두 시간 헤맨 것도 여행이라면 여행. 뭄바이의 엄청난 물가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면서 결국 구세군 숙소가 가장 좋다는 경험을 얻었으니까. 만일 그냥 곧바로 구세군으로 갔다면 하나 남아 있던 1360짜리 에어컨더블 방엔 당연히 안 들어갔을 테고 이렇게 생각했겠지.
"센트럴이라든가 역 주변에는 관광객 말고 현지인들이 가는 보다 저렴하고 시설 좋은 숙소가 있었을 거야..."
오후엔 잠깐 타지마할호텔에 들렀다가 유람선을 탔다. 인디아게이트와 타지마할 호텔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아무래도 바다로 나가야할 것 같았다. 유람선은 30분간 운행하며 15분간 뭄바이 앞바다로 전진해 나가므로 꽤 멀리까지 가는 편이다. 유람선에서 본 뭄바이는 익히 듣던 대로 현대적인 대도시다. 가까이 가면 쓰레기 가득한 속살이 보이지만. 인디아게이트와 타지마할을 카메라에 담고 무역선이 가득 정박한 뭄바이 외항도 잘 구경했다. 인디아 게이트는 과거 역사 속의 게이트웨이, 실제 현재의 게이트웨이는 뭄바이 동항이구나.
꼴라바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도비가트로 향했다. 버스는 124번 이층버스다. 꼴라바에서 도비가트까지 가는 여러 번호 버스 중 가장 복잡한 길로 돌아가는 버스지만 이층버스라 관광객에게는 최선의 선택이다. 다행히 타고 난 뒤 얼마지 않아 2층의 맨 앞자리가 비었기에 앞자리를 차지하고 시내 사진을 찍었다.
버스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길을 골라서 다니는 것 같다. 뭄바이 남부 구석구석을 마치 지그재그를 그는 듯한 노선으로 연결한다. 가는 길마다 멋진 식민시대 건축물들이 나타나거나 엄청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 통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거리를 최단시간에 관계없이 연결하는 버스라면, 아마 이 노선이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노선이라고 봐도 될 거다.
버스가 식민시대의 화려한 건축물을 지나갈 때 전망은 최고다. 이런 높이에서 거리의 건축물들을 조망할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 아, 시티투어버스가 있구나. ^^
버스가 시장인 듯한 거리를 지날 때였다. 4차선 정도 넓이의 도로지만 양편으로 점포들이 늘어서 있고, 한 차선은 장기 주차된 차들로 막혔고, 그 다음 차선은 임시 주차된 차들로 막혀 있다. 한 차선은 반대편에서 오는 차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차선은 걷는 사람들과 우마차, 그리고 가끔씩 반대편에서 추월하는 차와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사람이 끄는 긴 수레도 지나가고 간간이 소들도 지나간다. 사람, 동물, 수레, 차가 모두 한데 섞여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도로라니. 실제로 4차선이 모두 막혔다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124번 이층버스는 꿋꿋이 전진한다. 진정한 곡예다. 너무 막히는 게 심해지면 두 명의 차장 중 한 명이 밖으로 나가 임시 교통정리도 한다.
생각해 보니 옛날부터 이 시장 길의 주인은 사람과 우마차, 손수레였던 것 같다. 거기에 차가 도입되고 버스가 다니게 되니 복잡해 보이지만 사람이나 우마차와 수레는 차가 다니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막으며 다니며 스스로가 거리의 주인임을 과시한다. 이거 좋네.
버스 가는 길을 찬찬히 보니 중간에 하지 알리의 모스크를 거치는 것 같기에 하지 알리 정류장에서 내렸다.
모스크는 하지 알리 무덤이 있는 사원으로 수많은 무슬림 방문객들로 붐볐다. 특히 바다로 길게 뻗어 나간 방파제 끝에 있어서 바다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모스크라 하기에 기대를 하고 갔더니, 마침 썰물이라서 뭄바이 Back Bay 물이 쫙 빠져서
모스크가 그냥 길 끝에 있는 모양새다. 그리고 썰물. 그건 뭄바이 해변의 오염을 그대로 보여주는 적나라한 풍경. 불구부정이라 더러움도 깨끗함도 없다는 마음인가 아니면 더러움 자체를 모르는 순수한 마음 때문인가.
모스크 가는 길은 유원지길 같다. 참배품, 잡동사니, 완구, 악세사리점이 즐비하고 모스크 앞에서는 양고기케밥등 각종먹을거리 점포가 성업 중이다. 모스크 안에는 하지 알리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다.
"이거 얼마죠?"
채식버거패티를 쌓아둔 걸 보고 물었더니,
"#$%& 짤리%&" 한다.
'응? 삼십? 짤리가 삽십이던가?'
두 개 주세요. 라 하고 손짓으로 짚었다.
빵 두 개의 가운데를 잘라 채식패티 두 개를 넣고 양파랑 직접 만든 매운 소스를 듬뿍 넣어준다. 마지막으로 빵을 절반으로 잘라 신문지에 싸 주며,
"트웬티." 한다.
얼결에 20을 주었는데, 이 버거가 겨우 10이라니? 채식패티는 부드럽고 수제소스의 매콤하고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져 맛있기만 한 채식버거가 10루피?
무슬림들의 수행지라서 더욱 싼 걸까? 버거 두개와 차 두잔 시켜 먹다 보니 주변 그늘과 너른 정자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신문지에 뭘 싸서 먹고 있다. 모두들 여기서 음식을 주문해 간이 피크닉을 즐기는 중.
하지알리모스크에서 도비가트까지 걷는 길은 거대한 가로수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길이라 조금 멀긴 해도 걷기에 편했다. 복잡한 뭄바이에서 만나는 넓지만 한적한 산책길이다. 길 가엔 주변 도시로 떠나는 나이트침대버스들이 청소도 하고 주차도 할겸 쉬고 있다. 아까 시장통의 정신없는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
도비가트는 마하락슈미 전철역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전철역 옆 다리 위에서 전체 조망을 하고 사진 몇 컷 찍는 게 전부라서 그리 오랜 시간 있지는 않았다. 도비가트 뒤로 보이는 고층 타워가 미묘하게 이질적인 풍경을 보이는 게 눈을 끈다.
[차례]
매번 여행 올 때마다 느끼는 점은, 내가 여행지에서 너무 긴장한다는 거다. 특히 첫날 비행기에서 내릴 때가 최고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부분을 조금 줄이려고 애썼다. 특히, 이런저런 계획을 하느라 여행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점이라든가, 모르는 곳에 가면(여행지니까 어디든 모르는 곳이잖아!) 거리와 위치, 이동방법 등등을 파악하는데 지나치게 신경을 쓰니까 여행의 스트레스가 너무 커지는 문제 같은 걸 줄이고 싶었다.
여행 중 최대한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려고 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을 했었고 이전 여행에서 꽤 변한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서적인 연습과 더불어 한국에서 쓰던 스마트폰을 인도에서 개통해 사용한 것도 마음이 느긋해 질 수 있었던 까닭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내 현재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어 불안한 부분이 많이 줄었고, 시내 이동할 때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도 대강 감을 잡을 수 있게 되어서 시내여행계획에 큰 도움이 되었다. 도시간 이동할 때도 어떤 버스가 얼마나 있는지, 가격은 얼마 정돈지, 열차는 있는지 등등의 정보를 인포메이션에 가지 않고도 알 수 있어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순간순간 바뀌는 여행 일정을 재설정하는데도 여유로웠던 것이 아무래도 여행 태도를 느긋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았나 싶다.
26.1. 레드버스와 비아닷컴
도시간 운행하는 사설 고급 버스와 일부 주의 공영 고급버스를 예약할 수 있다. 비록 스마트폰으로 결제는 되지 않지만 버스와 좌석 유무를 알아볼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26.2. 클리어트립과 인디안레일
도시간 어떤 열차가 운행되는지, 좌석 상태는 어떤지 알아볼 수 있고(인디안레일) 열차 요금을 알아볼 수 있어(클리어트립) 편리했다. 13년전 인도여행 때는 열차시간표를 기록한 책인 Train at a glance 를 구입해 기차 타는 데 활용했던 기억이 나는데 앱을 사용하니 너무나도 간단하게 열차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클리어트립 / 인디안레일 / 예약표
26.3. 구글지도
국내에서 길 찾기나 대중교통 찾기는 네이버나 다음지도를 썼지 구글지도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할 때는 대안이 없다. 우연히 구글지도의 길 찾기를 실행해 보니 대도시의 경우 시내버스나 전철을 찾아서 알려 주고 내 위치에서 어디로 이동해서 버스를 타라는 표시도 친절하게 나온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덕분에 처음 가는 도시였지만 관광명소를 찾아 가는 데 대중교통을 활용할 수 있게 되니 그 도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데 능숙한 릭샤기사나 택시기사와의 줄다리기를 안 해도 되니 마음도 편했고.
처음에 폰을 개통할 땐, 예약전화를 받을 수 있는 긴급용도였지만 쓰다 보니 스마트폰으로서의 활용이 훨씬 더 많아졌다. 인도 에어텔의 요금제 중 350루피짜리 요금제가 한 달 여행을 하는 여행자에게 최적의 요금제였기 때문에. (데이터 1GB 250루피 + 100루피의 통화 가능 금액. 데이터 사용기한 한 달) 인도 현지에서 전화를 쓰는 데는 한 번에 1~3루피면 충분했고, 가끔씩 한국에 전화를 하는 데도 한 통화에 15~20루피면 충분했으니 여행자용 요금으로는 최선인 것 같다.
26.4. 인도 전화 개통
전화를 개통하려고 꼴라바 거리를 두리번거렸다. 듣자하니 유심비용은 없고 350루피 정도에 3G 1기가 + 100루피의 통화요금이 주어진다 했는데 꼴라바에 있는 가판 전화업자는 최소 1000루피를 달라고 했다. 첫눈에도 초행 여행자란 게 티 나는지 가격을 듣고 내가 발길을 돌려도 그냥 보내는 품이 거짓 같지는 않게 느껴졌었다.
하지만 다음 날 플로라 여신 분수 부근(후따뜨마 쵸우크 옆 vn road) 에 있는 가판에서 무슬림 아저씨들에게 400루피에 전화를 개통했다. 통화만 하는 건 180루피라 했고, 3g데이터 1기가 + 통화가능요금 85루피가 충전되는 플랜은 350루피라는데 50루피는 마이크로유심 커팅비용이라고 하여 400루피를 냈다. 길 건너편에 에어텔 사무실이 있어서 그런지 적정 요금만 받고 있다. 필요한 서류는 여권+비자 카피본, 증명사진 1매, 숙소의 주소다.
아버지 이름까지 기록하는 복잡한 서류를 기록하고 돈 내고 유심 받아 끼우고 나니 4시간 후에 개통이 될 거란다. 그 후에 몇 번에 전화해서 어떻게 어떻게 액티베이션하라고 말해 줬는데 막상 그 시간이 되어서 말한 대로 해 보니 힌디어 응답만 나와서 난감했다. 어쩔 수 없이 가판으로 다시 가서 판매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개통했다. 한국에 통화해 보니 잠깐의 한 통화에 무려 8루피쯤 나갔다. 부족한 것 같아 통화 100루피를 충전하겠다고 하니 어딘가 전화를 하더니 충전되었다는 메시지가 온다. 세금 등등 떼니 80루피쯤 충전된다. 3g연결도 잘 되는 것 까지 확인하고 가판을 나왔다. 무슬림 아저씨들이 꽤 친절하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어 편하게 개통할 수 있었다.
여행 1개월 동안 불편함 없이 사용했지만 데이터 300mb가 남았다. 동영상 시청을 하지 않으면 1기가 데이터는 여행에 전혀 문제없이 쓸 수 있는 용량이겠다.
[차례]
● 하이데라바드 - 아우랑가바드 : 오메르트래블 AC버스. 하이데라바드가 워낙 교통정체가 심해 하이데라바드 역 앞에 있는 오메르트래블에 말해 셔틀버스를 타고 시 외곽으로 나가 아우랑가바드 가는 버스로 갈아탑니다. 사설 버스는 오메르트래블뿐. 독점노선이라 운영시간을 좀 안 지키는 느낌입니다. 도착하는 곳은 아우랑가바드 시내의 대로. (아우랑가바드~뭄바이 하이웨이더군요.) 역이나 센트럴버스스탠드와는 2km정도입니다.
● 첸나이 - 하이데라바드 : 첸나이 외곽 꼬얌베두 터미널(센트럴 터미널) 옆 사설터미널에서 사설 나이트버스 (AC 1500루피/12시간) 타고 하이데라바드 락디카풀에 내립니다. 락디카풀에서 하이데라바드 역까지 릭샤로 40정도.
● 마말라푸람 - 첸나이 : 마말라뿌람 버스스탠드에서 첸나이 가는 에어컨 시내버스 568AC 타면 편하고 이곳저곳 다 구경하며 느리게 갑니다.(2.6시간) 시간이 급하면 마말라푸람 입구로 나가 첸나이 가는 직행 버스 잡아타면 빠르게 갑니다.(1시간 반)
● 폰디체리 - 마말라푸람 : 폰디체리 메인버스스탠드에는 첸나이 가는 버스가 24시간 있습니다. 마말라푸람 읍내로 들어가는 버스는 많지 않지만 첸나이 가는 모든 버스가 마말라푸람 입구에 정차합니다. 내려서 릭쇼 50루피 넉넉히 주면 읍내로 들어갑니다.
우리가 탄 버스는 5시40분 출발 에어컨 디럭스버스 (120루피/1시간20분)입니다.
● 마두라이 - 폰디체리 : 마두라이 정션 역 남쪽 T.P.K로드에 있는 사설버스터미널(큽니다)에서 사설나이트버스(NonA/C 470루피) 밤 10시차를 미리 예약해 타고 폰디체리 메인 버스스탠드에 새벽 5시 도착했습니다.
● 깐야꾸마리 - 마두라이 : 깐야꾸마리 버스스탠드에서 6시에 첫차를 타고 (로컬버스) 마두라이에는 12시10분 도착. 더 일찍 가려면 나게르코일 가는 버스(아주 잦음) 타고 나게르코일 버스스탠드에서 마두라이 가는 차를 골라 타면 됩니다.
● 꼬발람 - 깐야꾸마리 : 9:40분에 1일 1회 다이렉트버스 있었지만 다니지 않습니다. 버스스탠드에서 에어컨버스로 트리반드룸 east fort 버스스탠드(30루피/25분), 릭쇼로 센트랄(30루피), 센트랄에서 깐야꾸마리 (70루피/2시간50분).
꼬발람에서 곧바로 센트랄가는 버스를 타면 릭쇼비 절약할 수 있습니다.
● 바르깔라 - 꼬발람 : 템플정션에서 에어컨버스로 트리반드룸(90루피/2시간) 트리반드룸 이스트포르 버스스탠드에서 꼬발람 에어컨버스 (30루피/25분)
● 알레피 - 바르깔라 : 알레피 버스스탠드에서 10:40분에 직행이 있습니다만, 저희들은 그 차가 고장 났다 하여 갈아타는 노선으로 이동했습니다.
트리밴드럼 가는 버스를 타고 깔람바람에서 내려(92루피/3시간) 길 건너 반대 방향으로 바르깔라 가는 버스(9루피/15분)로 갈아타고 바르깔라 시내로 간 뒤 오토릭샤(80루피)로 여행자거리인 바르깔라절벽까지 갔습니다.
● 코친 - 알라푸자(알레피) : 포트코친 버스스탠드에(바이핀 섬 방면 제티 옆)서 로컬버스 타고 뉴브리지(코친섬~웰링던섬 연결다리)에 내려(25분) 알라푸자 행 로컬버스로 갈아타면 됩니다.
● 우띠-코친 : 우띠 버스스탠드에서 코임바토르행 또는 팔라캇행 로컬버스타고 코임바토르 또는 팔라캇에서 코친가는 버스(급행)으로 갈아탑니다. 코친의 신도시인 에르나꿀람 진입 후에 차장(컨덕터)에게 에르나꿀람제티 간다고 하니 제티로 가는 버스 타는 곳에서 내려주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제티 가는 버스를 물어 타고 제티에 내립니다. 에르나꿀람 제티에서 코친 제티까지는 페리로 25분입니다. (4루피)
● 마이소르-우띠 : 마이소르 버스스탠드에서 우띠행 버스를 탑니다. 에어컨 버스는 뱅갈로르에서 출발한 버스입니다.
● 뱅갈로르-마이소르 : 뱅갈로르 마제스틱 버스스탠드(엄청 넓어요!)에서 마이소르 행 티켓을 끊고 17번 홈에서 마이소르 차가 출발하는 마이솔 새털라이트 버스 스탠드까지 셔틀 타고 이동합니다. (15분) 표를 미리 끊어 두면 셔틀은 무료지만 새털라이트 스탠드에서 출발하는 수많은 마이솔 가는 차를 아무 거나 맘대로 못타는 단점이 있지요.
● 함피-뱅갈로르 : 함피 버스스탠드에 오후 8시 뱅갈로르행 나이트 침대버스가 있습니다. 인기 노선이라 함피에서 출발하는 사람은 적지만 현지인들이 호스펫에서 미리 예약을 다 해 두기 때문에 자리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뱅갈로르에는 새벽 4시 반에 도착했습니다. 뱅갈로르에서 많은 호텔들이 24시간제라 새벽이지만 방 구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 빤짐(고아)-함피 : 함피의 관문도시 호스펫까지 가는 공영버스가 아침에 있고, 공영 나이트 침대버스가 8시에 함피로 출발합니다. (550루피)함피 도착은 새벽6시입니다. 사설버스로는 파울로트래블의 버스가 있습니다. 가격은 시기별로 탄력적인데, 우리가 탄 날짜에는 Non A/C 버스가 1800루피, A/C버스가 2500루피였고 출발시각은 오후 5시, 도착시각은 새벽 2시였습니다. 가격도 엄청 비싸고 도착시각도 애매한 버스입니다. 우리는 새벽같이 터미널에 가서 줄을 서 있어서였는지 용케 공영 침대버스 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뭄바이-빤짐(고아) : redbus.in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버스검색을 할 수 있습니다. 뭄바이의 패션스트리트에서 사설버스인 Naik travel 나이트 침대버스(600루피, 17시 출발 7시 도착)를 타고 빤짐 사설버스 스탠드에 도착했습니다. 카담바 버스스탠드(공영버스)와는 눈에 보이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차례]